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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후 최악의 암흑기 털고 싶은 사자군단

[KBO리그 개막 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③] 6년 만에 가을야구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

21.03.26 09:35최종업데이트21.03.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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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11회 우승에 빛나는 KBO리그 역대 최강팀 KIA 타이거즈도 두 번(2005, 2007년)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2000년대 왕조를 건설했던 SK 와이번스(현 SSG랜더스)도 창단 첫 시즌(2000년)엔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베어스 역시 1990년대에는 세 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했던 '꼴찌 단골손님'이었다. 화려한 '꼴찌의 역사'를 가진 롯데 자이언츠나 한화 이글스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6개 구단으로 출범해 10개 구단으로 늘어난 KBO리그는 아무리 좋은 전력과 화려한 역사를 가진 팀도 최소 한 번씩은 꼴찌를 차지했던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대 한국시리즈 7회 우승(1985년 통합우승 제외)에 빛나는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 원년부터 단 한 번도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한 적이 없다. 적지 않은 야구팬들이 삼성이야말로 타이거즈를 능가하는 KBO리그 최고의 명문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5년 간 삼성은 9-9-6-8-8이라는 낯선 비밀번호를 써내려 가고 있다. 과거를 돌아볼 것도 없이 삼성은 창단 후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제 화려한 과거의 업적을 언급하며 애써 위안하던 팬들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허삼영 감독 부임 후 2년째를 맞고 있는 삼성은 올해야말로 가을야구 진출을 통해 실망했던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필요가 있다.

[투수진] 외인과 토종, 베테랑과 신예의 이상적인 조화
 

2021 시즌 삼성 라이온즈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삼성이 작년 174.2이닝 동안 1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재계약을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작년 총액 85만 달러를 받았던 뷰캐넌은 1998년 스캇 베이커 이후 22년 만에 15승을 따낸 삼성의 외국인 투수가 됐다. 뷰캐넌이 작년 만큼만 활약해 준다 해도 삼성으로서는 뷰캐넌에게 투자한 최대 150만 달러(계약금 10만+연봉90만+인센티브50만)의 몸값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년 동안 10승11패 평균자책점4.15를 기록했던 벤 라이블리와의 재계약에는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물론 총액(90만 달러) 대비 인센티브의 비중(40만 달러)을 높게 책정하며 안전장치를 걸었다곤 하지만 라이블리가 작년처럼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하면 삼성의 시즌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삼성 선발진의 운명은 라이블리의 활약에 달렸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삼성은 작년 11승6패3.58로 국내 선수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토종 에이스 최채흥이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최채흥의 경우 도쿄올림픽 대표팀 선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이번 부상은 더욱 아쉽다. 삼성으로선 최채흥이 돌아올 때까지 나머지 선발요원인 백정현과 원태인의 역할이 더욱 커진 가운데 양창섭과 허윤동,이승민 등이 포진한 5선발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2013년 이후 7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한 '돌부처' 오승환은 작년 5년 전의 원정도박사건으로 인한 징계 때문에 풀시즌을 치르지 못했음에도 18세이브와 함께 2점대 평균자책점(2.64)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어느덧 불혹이 됐지만 겨우내 철저한 관리와 준비를 통해 착실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승환이 뒷문을 확실히 막아주면 심창민, 최지광, 임현준, 김윤수 등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필승조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등판해 삼성 마운드의 빈 곳을 채워주는 언더핸드 김대우의 존재도 든든하다. 작년 28경기에서 3승7패1홀드5.10을 기록했던 김대우는 숫자로 남은 성적에 비해 팀 내 공헌도가 높은 대표적인 투수로 작년의 활약을 인정 받아 올해는 34.8% 인상된 1억55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김대우는 올해도 필요한 순간마다 마운드에 오르며 동료들의 짐을 덜어줄 것이다.

[타선] FA 오재일과 외인 피렐라 합류로 무게감 더했다

이만수와 김성래, 이승엽, 최형우(KIA 타이거즈)로 이어지는 뛰어난 홈런타자들을 꾸준히 배출했던 삼성은 작년 시즌 144경기에서 129홈런에 그치며 팀 홈런 7위에 머물렀다. 팀 내에서 20홈런을 넘긴 선수가 1명(김동엽)에 불과했을 정도.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가 '한국의 쿠어스필드'로 불릴 정도로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은 작년 홈구장의 특징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삼성은 팀의 장타력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 FA시장에서 4년 50억 원을 투자해 거포 1루수 오재일을 영입했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두산에서 전성기를 보낸 오재일은 최근 6년 동안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연평균 21.8개의 홈런을 때려낸 검증된 거포다. 3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수 년 동안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던 선수인 만큼 삼성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타일러 살라디노와 다니엘 팔카가 14홈런50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친 삼성은 새 외국인 선수로 빅리그 302경기 출전 경력이 있는 외야수 호세 피렐라를 영입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 메이저리그 세 팀에서 활약한 피렐라는 작년 일본 프로야구의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타율 .266 11홈런34타점을 기록한 경력도 있다. 2루 경험도 있지만 좌익수 수비에 가장 익숙한 피렐라는 올 시즌 삼성에서도 좌익수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스프링캠프 초반 오른쪽 등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김동엽은 우려한 것보다 회복속도가 빨라 4월 하순 복귀가 유력하다. 물론 삼성에는 김헌곤, 이성곤, 송준석 등 김동엽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외야 및 지명타자 자원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작년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12 20홈런74타점을 기록했던 김동엽의 라인업 합류 여부는 타선의 무게감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작년 프로 데뷔 후 첫 3할 타율(.304)을 기록했던 김상수가 주전 2루수로 나설 것이 유력한 가운데 작년 64경기 출전에 그쳤던 이학주는 올해 주전 탈환을 노리고 있다. 다만 프로 2년 차로 삼성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아기사자' 김지찬과 작년 상무 전역 후 34경기에서 3할 타율과 함께 공수에서 성숙한 플레이를 선보인 강한울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된다.

[주목할 선수] 우규민은 마운드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

2016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삼성 유니폼을 입었을 때 우규민이 받은 몸값은 무려 4년65억 원이었다. 실제로 그 시절 우규민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리그 정상급의 잠수함 선발이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잠수함 선발투수가 더욱 귀했던 시절이기 때문에 두 자리 승수가 보장된 A급 잠수함 투수 우규민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계약 첫 해 7승10패5.21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18년부터는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돌아갔다. 물론 2019년에는 2승7패15세이브7홀드2.75의 성적으로 삼성의 뒷문을 지키며 불펜투수로 성공적인 귀환을 하는 듯했다. 하지만 우규민은 두 번째 FA를 앞둔 작년 시즌 52경기에 등판해 3승3패7세이브11홀드6.19의 성적에 그치며 필승조로서 대단히 실망스런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우규민은 만족스럽지 못한 활약 탓에 타 팀으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 받지 못했고 결국 2020년의 마지막 날 삼성과 1+1년 총액 10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보장액이 해마다 2억에 불과한 조건이지만 성적이 나빴던 우규민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우규민은 올 시즌과 내년 시즌 성적을 통해 구단과 팬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물론 우규민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삼성에는 심창민과 김대우라는 좋은 잠수함투수가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우규민이 1군에서 살아남아 팀에 기여하려면 2019년에 버금가는 확실한 부활이 필요하다. 우규민은 지난 2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괜찮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우규민이 올 시즌 1군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권오준이 은퇴한 삼성 마운드에서 새로운 리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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