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 박영호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까, 전쟁은 백성(민초)들의 권리의식을 일깨운다. 임진왜란도 다르지 않았다. 국난을 당하여 군주를 비롯 양반들의 행태를 지켜보던 백성들은 기존의 지배질서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왕궁에 불을 지르거나 황소 한 마리에 왕자들의 거처를 일본군에 알려주었다. 많은 민초들은 스스로 의병이나 승병이 되어 왜군을 물리치는데 앞장섰다. 이런 과정을 통해 권리의식이 신장되었다. 세종대왕이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1446년에 이를 반포하면서 공문서에 훈민정음을 사용토록하였다. 정인지ㆍ권제 등이 『용비어천가』를 한글로 지었다. 한글로 쓰여진 최초의 시가였다. 또 세종의 왕비 소헌왕후가 죽자 아들인 수양대군이 어머니의 명복을 빌고 대중의 불교교화를 위해 『석보상절』을 지었다. 한글로 된 최초의 산문 작품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한글은 여성과 아이들이나 배우는 '언문' 또는 '암클'로 격하되고 조정과 신료ㆍ유생들은 한문을 전용하였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언문'이 암암리에 통용되고 있었고 지배층은 허울좋은 권위의식에서 한문을 썼다. 임진년에 전쟁이 터졌다. 임금은 물론 관리나 수령 할 것 없이 도망치기에 바빴다. 다급해지자 그때야 백성이 떠올랐다. 선조는 오직 믿을 것은 백성뿐이라고 여겨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전쟁에 참여토록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같은 날 선조가 황해도에 내리는 교서를 모든 백성이 알 수 있게 작성하라고 전교한 이유도 백성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석 11) 황해도에 내릴 교서는 이미 지어 왔는데 사인(士人)들은 스스로 알아볼 수 있겠지만 그 나머지 사람들은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이 교서는 사인이 있는 곳에 효유(曉諭)하도록 하라. 또 이두를 넣고 지리한 말은 빼어 버려 조정의 방문(榜文)처럼 만들고, 또한 의병장이나 감사 등에게 언문으로 번역하게 하여 촌민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의논하여 아뢰라. (주석 12) ▲ 국보 제151호 조선왕조실록 문화재청 임금이 국난을 당해 급하다보니 백성들이 쓰는 글을 통해 방문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 당시 언문(한글)이 일반적으로 꽤 통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언문 관련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이이첨이 광해군 대에 실권을 장악하자 그의 권력에 빌붙으려는 사대부 무리들로 집 앞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이첨은 이들을 과거에 합격시켜 주면서 자신의 무리를 불려 나갔고 공론화하고픈 의견은 스스로 소장을 써서 자신의 무리에게 나누어 주어 상소를 올리도록 조작하였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은밀한 사안은 언문으로 자세하게 써서 김 상궁에게 보내 왕에게 완곡히 개진하도록 하여 반드시 허락을 얻어냈다. 이이첨과 김 상궁 사이에는 수없는 언문 편지가 오갔다.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국가의 중대사는 이이첨과 김 상궁 사이에 오간 언문 편지에 담겨 있었다. (주석 13) 허균이 한글로 『홍길동전』을 쓴 것은 이와 같은 배경에서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책의 불온성을, 그래서 간행을 멈추고 은밀히 숨겨두었다. 몇 해 뒤 참형 당할 때 사헌부의 '죄목' 중에 『홍길동전』은 끼지 않았다. 주석 11> 정주리ㆍ서정곤, 『조선언문실록』, 48쪽, 고즈원, 2011. 12> 『조선왕조실록』 선조25년(1592) 8월 1일, 앞의 책. 13> 정주리, 서정곤, 앞의 책, 91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허균 #허균평전 #자유인_허균 #한글 #홍길동전 추천4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김삼웅 (solwar) 내방 구독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계간 '불교문학' 창간사 구독하기 연재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 다음글 28화 '7서지옥' 살아남고 이이첨에 구명 현재글 27화 백성들 사이에 한글 통용되고 있어 이전글 26화 홍길동전에 담긴 깊은 뜻 추천 연재 나의 오래된 사진이야기 장롱 안에 이 카메라 있으면 "야호" 윤찬영의 익산 블루스 우리나라 맞아? 170년 간 점점 커진, 도심 속 거대한 공간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새벽 수유 없애려다가... 4개월 아기에게 사과한 사연 섬진강댐 수몰 역사 100년 옥정호 하류, 대장금의 고향을 아시나요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7월엔 이 동물을 조심하세요...옥수수 수십 개씩 먹고 갑니다 죽음 문턱서도 카메라 놓지 않은, 일흔살 '바다 기록자'의 최애 장소 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 "이제 빚 못 갚는 시대 온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장롱 안에 이 카메라 있으면 "야호" 2 전국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 갑자기 폐쇄...이해가 됩니까? 3 독일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만든 남자 4 "민주당에 공정이 없다" 86세대 직격, 당대표 후보 김보미 누구? 5 이 대통령이 사격한 총, 병사들은 본 적도 없다? <조선>의 왜곡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백성들 사이에 한글 통용되고 있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29화보명득의(保命得意)의 시기 28화'7서지옥' 살아남고 이이첨에 구명 27화백성들 사이에 한글 통용되고 있어 26화홍길동전에 담긴 깊은 뜻 25화남다른 자주정신의 소유자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구독PICK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톡톡60초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전체기사 연재 포토 스포츠 방송·연예 영화 음악 공연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소개 후원하기 10만인기자 10만인편지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