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원 초입에 자리한 석수동 마애종박물관 단지에서 예술공원 초입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마애종을 볼 수 있다. 신라말기 고려초기로 추정되는 문화재이다.
운민
돌에 새겨진 '마애불'은 종종 들어봤지만 '마애종'이란 명칭은 다소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 마애불은 많아도 마애종이란 장소는 여기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암벽에 종을 음각으로 새기고 현재는 보호각에 고이 모셔져 있다. 비록 돌벽에 새겨진 조각이지만 종을 치면 소리가 날것처럼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신라 말기 또는 고려 초기로 추정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천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형태가 완전하게 남아있다는 점이 신기해 보였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내 마음속엔 보물급 이상이었다.
안양이 가진 문화적 자산이 만만치 않음을 이번 방문을 통해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이제 안양은 겹겹이 쌓인 문화의 층을 새롭게 올리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데 안양 예술공원으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심상치 않은 자태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차장 입구에 흡사 컨테이너 건물을 엇갈리게 쌓아 놓은 듯한 타워인 것이다. 디디에르 피우자 파우스티노가 건축한 1평 타워라고 한다. 한국 건축의 넓이 계량 단위였던 1평에서 한 평에서 착안을 얻어 최소한의 대지를 사용해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제 계곡을 따라 산 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봄에 활짝 핀 꽃들과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은 속세의 번뇌를 벗어버리고 만다. 계곡을 따라 제각기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며 새로운 영감을 듬뿍 얻어가는 기쁨을 누려본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초현대적인 느낌의 콘크리트 건축물인 안양 파빌리온이 갑자기 눈앞에 모습이 드러났다. 안양 예술공원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고, 예술 관련 서적과 아카이브 설치작품 전시 등 안양 예술공원을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 꼭 가야 할 장소라 할 수 있다.

▲ 알바로 시자가 건축한 예술공원 센터인 안양파빌리온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건축한 안양파빌리온은 예술공원에 관한 종합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다.
운민
안양 파빌리온은 모더니즘 건축의 20세기 마지막 거장으로 평가받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가 아시아에서는 처음 설계한 건축물로(파주 출판단지의 미메시스 박물관도 그가 설계했다) 어느 각도에서도 같은 형태로 읽히지 않는 독특한 공간 구조를 지니고 있다. 현대적인 건축물이라서 자연과 부조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건물을 전체적으로 산이 경관을 가리지 않게 신경 써서 건축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내부는 안양 예술공원의 작품들을 전체적인 모형과 아카이브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게 구성이 잘 되어있었고, 한쪽 벽면엔 시민들이 기증하거나 버려진 가구들을 모아서 만든 거대한 책장이 있는데, 쓸모없는 합판들이 모여 '무문관'이란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다.
이제 하천을 건너 산을 타고 안양 예술공원의 전망대로 올라가 본다. 전망대로 가는 산등성이에는 안양 예술공원의 조형물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음료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집인 안양 상자 집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는 불탑을 현대적 소재로 재해석한 것이다. 또, 반짝이는 거울 기둥으로 이루어진 거울미로란 작품에서도 눈을 쉽게 떼지 못했다.

▲안양상자집의 풍경안양예술공원의 곳곳에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산재해 있다. 음료상자를 재활용해 불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운민
가는 길 중간에는 옛 안양 사지의 명맥을 잇고 있는 안양사로 가는 길이 있어 잠시 들러볼 만하다. 하지만 이미 전망대로 가는 길을 멈출 수는 없다. 조금 더 힘을 내어 산을 올라가다 보면 눈앞에 삼성산의 등고선을 그리듯 만든 작품이자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를 돌고 돌면서 오르다 보면 눈앞에 아름다운 산의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던 안양 여행에서 뜻하지도 않은 큰 선물을 받은 듯했다. 산을 내려와서 목표한 지점까지 계곡을 따라 계속 거닐어 본다.
계곡가에는 응당 정자 하나 이상은 꼭 있기 마련인데 이국적인 외형을 갖춘 일명 로맨스 정자가 계곡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태국 작가가 설계한 작품으로 일명 '파라다이스 살라'로 불리기도 한다.
안양이 불교의 이상향인 극락정토를 의미한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정자 위를 안양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태국 풍으로 그려 넣었다. 태국과 한국의 산수화를 합쳐 놓은 그림의 풍경이 이색적이었다. 이 정자에서부터 안양 예술공원의 끝 지점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 관악수목원까지 아름다운 벚꽃 나무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이제 안양 예술공원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부터 튜브 형태의 기다란 통로를 따라 밖으로 나와 둥그렇게 회전하며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 회전이 모여 하나의 야외공연장을 만들고 있었다. 많은 작품들을 짧은 시간에 보면서 끊임없이 돌아다녔지만 그 시간이 결코 피로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도 상쾌하고 즐거웠다.
▲안양예술공원의 마지막 지점인 <나무위의 선으로 된 집>주차장에서부터 튜브형태의 기다란 통로를 따라 밖으로 나와 둥그렇게 회전하며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 내면서 야외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운민
안양은 예술공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예술 문화의 도시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작품들이 안양 예술공원에 있으니까 직접 찾아, 그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를 누려보길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공유하기
안양이 '문화예술도시'인 이유, 이곳만 가도 압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