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씨스피라시'가 과장?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리뷰] 해양 오염의 진실을 추적하다, 넷플릭스 <씨스피라시>

21.04.28 16:00최종업데이트21.04.28 16:00
원고료로 응원

<씨스피라시> 포스터 ⓒ 넷플릭스


획기적, 혁명적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다큐멘터리의 특징은 기존 패러다임을 비튼다는 점이다. 소위 충격적이라 말하는 사실을 전하면서 사회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를 결합 '씨스피라시'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바다 환경에 갖고 있던 기존 우리의 지식을 깨부순다. 바다에 대해 지녔던 로망과 올바른 것이라 여겼던 환경 관련 인싱이 송두리째 무너지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의 감독 알리 타브리지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좋아했다. 잠수부들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카메라에 그 아름다움을 담고자 한다. 그의 계획이 바뀐 계기는 일본에서 들려온 소식 때문이었다. 2019년, 일본은 상업 포경을 재개를 선언하고 국제포경위원회를 공식 탈퇴했다. 어린 시절 돌고래쇼를 보며 바다를 동경했던 알리에게 이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씨스피라시> 스틸컷 ⓒ 넷플릭스



일본에서 발견한 충격적인 진실  

일본에서 포경이 이뤄지는 장소인 타이지는 철저하게 이 장면을 숨기고자 한다. 외국에서 온 사람에게는 미행을 붙이고 전화를 도청하는 등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힘겹게 포경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알리와 파트너는 왜 일본이 포경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일본은 대외적으로는 고래 고기의 전통과 수요를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이 사랑하는 물고기 참치가 있었다.

일본 어부들은 돌고래를 비롯한 고래 종류를 참치사냥의 경쟁자로 본다. 즉,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 종류의 숫자를 줄여 참치사냥을 더 유용하게 만든 것이다. 일본 내 참치 소비와 수출, 지나친 경계와 감시가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일본 거대 재벌 그룹인 미쓰비시가 있다.

알리는 일본 포경이 전 세계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바다는 육지와는 다른 생태계이자 지구를 유지하는 생명의 보고다. 바다는 탄소의 대형 저장창고로 지구의 공기와 온도가 유지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바다의 생태계가 오염되는 건 지구의 위기를 의미한다. 때문에 해양 쓰레기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식된다. 북태평양 바다 위 거대한 쓰레기섬이 의미하듯 바다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쓰레기가 버려진다. 

해양쓰레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플라스틱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분해되며 생기는 미세 플라스틱을 해양생물이 섭취해 우리의 식탁 위로 올라오는 문제 역시 심각한 이슈로 보도된 바 있다. 특히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빨대 등이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말이 나온 후 스타벅스를 비롯한 대형 커피전문점은 종이빨대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실제 이 플라스틱 빨대가 해양생태계 오염에 끼치는 영향은 불과 0.003%에 불과함에도 말이다.

해양 쓰레기의 46%를 차지하는 건 놀랍게도 폐그물과 같은 어업 폐기물이었다. 이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어업에 나서는 순간, 해양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물은 무차별로 해양생물들을 끌어올린다. 그물에 걸린 해양생물의 다수는 그 자체만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오랜 시간 그물에 매달려 있다 보니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한들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저인망 그물은 점보제트기 13대를 삼킬 정도의 크기며, 원양어선의 그물에는 거북이나 돌고래 등 다른 해양생물이 무분별하게 낚인다. 결론적으로 어업을 위해 배가 출항하는 순간부터 바다는 오염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어업에서 나오는 해양 쓰레기에 대해서는 이제껏 언급이 없었던 것일까. 작품은 그 이유가 플라스틱을 언급했던 다수의 환경단체가 상업 어업을 하고 있는 협회로부터 활동 자금을 지원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씨스피라시> 스틸컷 ⓒ 넷플릭스


바다에서 해양생물이 사라지면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 또한 감소하고, 그 피해는 인간이 짊어지게 된다. 어획량을 줄이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으나, 전 세계적인 소비량과 어업의 자유를 생각했을 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이 점은 감독 역시 인지하고 있는 딜레마다. 생태계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는 반면, 인간이란 최상위 포식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통제와 절제로는 속도를 늦추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렇듯 <씨스피라시>는 큰 충격을 선사한다. 때문에 이 영화의 주장이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 해양포유류 프로젝트의 마크 파머 부국장은 자신의 인터뷰 분량에서 돌고래를 보호하면서 참치 어업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증 제도의 효과를 설명했음에도 이에 대한 부정적인 답변만 포함되어 의도가 변질되었음을 언급했다.

<한국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작품이 비판한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국제 규격을 제정하는 비영리기구 해양관리협의회 역시 작품이 해양 수산물을 보호하려는 단체의 노력 자체를 깎아내렸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제시한 자료나 개념보다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 점은 방향성이다. 인간의 어업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지속 가능한 어업'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과연 <씨스피라시>는 바다환경을 둘러싼 인간들의 인식 변화에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씨스피라시> 스틸컷 ⓒ 넷플릭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씨스피라시 넷플릭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