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티어'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 댓글 하나.
인터넷 커뮤니티
'고교 티어'는 검색어에 상위 노출된 글의 댓글 중 하나다. 우연히 마주친 저급 커뮤니티 글이라고 잊어 넘겨 버리기에는, 생각보다 모든 학생이 다들 한 번쯤 하는 말과 똑같은 불편한 진실을 담은 글이었다. 내 눈엔 저 댓글이 내 중학교 동창들 목소리로 읽힌다.
저 캡처 속 댓글은 '티어'라는 용어를 사용해 고등학교 사이의 서열을 지칭하고 있었다. '티어(tier)'란 '단계'를 의미하는데, 10대와 20대에게는 뜻보다는 온라인 게임상에서 유저들을 '실력별로 계급을 붙여 피라미드식 우열로 명확히 구분 짓는 것을 가리키는 게임 용어'로 더 익숙하다.
이를테면 점수를 잘 딴 유저는 귀한 보석의 이름을 딴 상위 계급 '다이아몬드 티어', 잘 못 딴 유저는 흔한 금속의 이름을 딴 하위 계급 '브론즈 티어', 이런 식이다. 학생 당사자들이 스스로 고등학교 종류를 게임처럼 '티어'에 비유하는 모습은 서열화를 넘어서 '고교 신분제도'처럼 보인다.
그들의 망측한(?) 카스트로 따지자면, 내가 재학 중인 금산간디학교 고등과정은 브론즈 고등학교, 불가촉천민 고등학교쯤 될 것이다. 고졸 학력도 안 주고, 대입 경쟁도 안 시키니까 말이다. '고교 서열화'가 기준 삼는 가치에만 입각한다면, 난 정말 하등 무가치한 '망한' 인생이다.
당연하지만 난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학교는 '나쁜 고등학교'가 아니다. 난 학생 간 서열화된 교육방식을 지양하자는 교육이념을 가진 우리 학교가 자랑스럽다. 그 이전부터도 고교를 계급처럼 여기고 싶지 않았기에 고등학교를 두 번 입학하는 수고를 감내하면서도 금산간디학교를 택했다.
물론 어딜 가든 많은 사람이 경쟁 사회야말로 변별력을 가지고 인재를 성장시키기 때문에, 경쟁과 차별화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경쟁과 서열을 피해갈 수는 없음을 절감한다. 대안학교에 가서조차도 말이다. 우리 학교가 따로 경쟁 압박을 주지 않아도 졸업을 앞두려니 바깥 사회가 알아서 나에게 따가운 시선과 압박을 보내온다. 그 사람들의 말은 슬프지만 사실이다. 사람 사이에 차등을 두는 경쟁과 서열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당장은 사실이 될 수 있지만, 최종 진실만은 결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욱 받아들이지 말고 반발하며 바꾸어야 한다. 신분 제도가 부당한 것과 똑같이, 고교의 서열화 또한 정당한 일이 아니다.
비록 복잡하게 느껴지는 논찬을 모두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나와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교육시민운동 단체의 전문적인 현장에 가까운 눈과 귀가 되어 있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세상에 더는 '좋은 고등학교'도, '나쁜 고등학교'도 없어야 한다. 하루빨리 모든 학생에게 있어 자신의 출신 학교가 그 어떤 우월함도, 열등함도 되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토론회 다시 보기 ☞
https://youtu.be/wF1V1cWn_pY
토론회 결과 간략히 보기 ☞
https://bit.ly/3vwlj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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