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망치지 않는 방법, 여기 있습니다

[서평] 실상사 법인스님 산문집 '중심'

등록 2021.05.04 09:08수정 2021.05.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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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삶을 살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겼다는 점이다. 자연에 진환경적인 농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자연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들을 훼손하고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농사법에 대한 고민하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

며칠 전, 농사일을 도우러 온 청년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허브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흙을 만지는 농사를 하면 마음이 평온하다고 했다. 청년은 자연의 생명들과 함께 하면서 청소년기에 학교폭력을 당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한다. 텃밭농사와 식물을 돌보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치유하는지 자신을 통해서 관찰할 것이라고 했다.
 

법인스님 산문집 '중심' ⓒ 김영사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법인스님 산문집 <중심>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 나온다. 그는 산사를 찾아온 이들과 차담을 나누고, 마을을 오가며 소소한 행복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수행자의 길로 여긴다. 

스님은 굽이굽이 연결된 지리산 둘레길을 순례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오는 치유와 행복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길 바란다. 사찰을 찾아온 사람들과 둘레길을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인터넷에 열중하는 아이들과 숲길을 걸으면서 자연이 주는 행복을 느끼도록 아이들의 생각을 묻기도 한다.
 
'내가 물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무엇 덕분에 기분이 좋고 행복할까?" 한 아이가 답했다. "나무와 꽃과 시원한 바람이 있어서 행복해요." 이어 내가 물었다. "이것들이 곁에 없거나 아프면 어떻게 될까?" 그러자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인 듯했다. 낱낱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은 만물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만 살려고 다른 것들을 따돌리고 함부로 대하면 사람도 결코 건강하게 살 수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법인스님 ⓒ 실상사

 
나답게 사는것

인생역전에 성공했다가 다시 역전되어 패가망신을 했거나, 실체가 없는 신기루를 쫒다가 삶의 궤도를 이탈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주변에서도 잊을만하면 들려온다. 반대로, 돈과 명예는 거리를 두고 단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책에 나오는, 귀금속상을 운영하는 사장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도 못 다니고 중국음식점에서 일을 시작한다. 근면과 성실함을 인정한 이웃의 귀금속상 주인과의 인연으로 기술을 배우고 장사를 잘하는 방법을 배워서 남부럽지 않을 만큼 돈을 벌었다. 평범한 성공담이지만, 그 이후의 삶에서 사장은 독서와 등산으로 자신을 다스리며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아간다.

또 다른 사례인 대학생 보람이네 가족은 돈이 넉넉하지 않아서 불편한 것들도 있지만 그것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해와 배려, 웃을 일이 많은 보람이네 가족의 행복한 비결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답게 ' 사는 것이다.
 
'책에서 찾지 않아도 이래저래 인생길엔 고수가 많다. 인생 고수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알고, 분수와 능력만큼 일하고 소유하면서
자족한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영끌,빚투(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빚내서 투자)라는 생소한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인생을 한방에 뒤집겠다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비록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더라도, 극단의 세상에서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중심 - 극단의 세상에서 나를 바로 세우다

법인 (지은이),
김영사, 2021


#중심 #법인스님 #농사 #실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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