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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미래에 총구 들이대... 야만 멈춰야"

한국 예술인들, 미얀마 문화예술인 탄압 상황 알리며 성명 내고 동참 호소

21.05.06 09:51최종업데이트21.05.1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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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화예술계인들의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선언 포스터 포스터의 노란 배경은 미얀마의 국화 파다욱 꽃 (Padauk flower)으로 원래 이 꽃은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해가 바뀌는 4월에만 화려하게 피었다가 금방 지곤 한다. 과거에는 새해맞이 띤잔 물축제의 상징인 꽃이었는데 미얀마의 많은 시민들이 이 꽃을 들고 반쿠데타 집회 (Padauk Strike)를 하면서 올해 ‘봄 혁명 (spring revolution)의 상징 중 하나로 의미가 더해졌다. ⓒ 이연실

 
You're Not Alone  
당신들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이 그곳에 함께 있습니다.

Keep your lights for democracy on  
미얀마 시민 여러분, 포기하지 않고 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기어이 봄은 옵니다.
민주주의의 봄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We support courageous resistance of the Burmese people and artists 
미얀마 시민 및 문화예술인들의 용기있는 저항을 지지합니다

 
수많은 국내외 한인 예술가들이 미얀마 문화예술인들의 민주화운동에 뜨거운 연대를 표하며 '미얀마 쿠데타와 대대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탄압을 규탄하는 한국 문화예술계 성명서'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영화 <삼거리극장>, <러브픽션> 등을 만든 전계수 감독은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국민들의 아름다운 언어를 더럽히는 일을 즉각 멈추라. 삭막한 군홧발 소리와 신음하는 미얀마 국민들의 탄식과 오열로 스스로의 문화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라며 "미얀마 군부의 이와같은 만행은 후대를 이어갈 미얀마 예술인들에 의해 가차없는 치욕의 증거로 기록될 것이다"라는 연대 메시지를 남겼다. 

이외에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을 비롯, <산다>의 박정범 감독, <줄탁동시>의 김경묵 감독, <아버지의 이메일>의 홍재희 감독, <고갈>의 김곡 감독, <찡찡 막막>의 박제욱 감독 등도 함께 했다. 
 
영화계 단체로는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광주영화영상인연대, 독립영화협의회, 전주국제영화제, 캐나다한국영화제 등이 동참했다
 

▲ 한국 문화예술인들의 미얀마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용기있는 저항을 지지합니다 <미얀마 쿠데타와 대대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탄압을 규탄하는 한국 문화예술계 성명서>캠페인 참여자들의 인증샷으로 만든 포스터. 국내외 미얀마 커뮤니티에도 알릴 계획이다. ⓒ 이연실

 
 

▲ WITH MYANMAR 미얀마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민주화 지지 연대전시회 5월 10일부터 6월 7일까지 전남대 용봉관 (대학역사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WITH MYANMAR 미얀마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민주화 지지 연대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 전남대


이번 연대에 함께 한 '5.18 3분영화제' 임순혜 공동집행위원장은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과 문화예술인에 대한 탄압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 이 탄압의 실체를 알리려하는 문화예술인들을 계속 색출하고 구금하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의 5.18민주항쟁과 맥을 같이 하기에 이 서명에 동참했다"라며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계승하기위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시작한 '5.18 3분 영화제'에서도 미얀마 특별섹션 상영 등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몇 가지 실천을 기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미얀마 군부는 문화예술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군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자국의 영화및 연극, 음악, 문학계 인사 등 120여 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또한 군부는 쿠데타 첫날부터 유명 영화감독 민 틴 꼬꼬 기 및 작가 딴몌인아웅, 마웅따초, 틴린우를 체포했다. 시인 몌인몌인진과 께이자는 군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외 한국 문화예술인들은 미얀마 군부의 대대적인 문화예술인 탄압에 대한 절박한 상황을 알리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수감, 고문, 살해 등의 탄압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성명서 캠페인을 기획, 주한미얀마대사관에 리스트를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명 캠페인 참여자들의 인증샷과 응원 메시지로 포스터를 제작해 국내외 미얀마 커뮤니티에도 알릴 계획이다. 
 

전주영화제에 초청된 김덕철 감독의 <백년가족> 관람후 김덕철 감독과 ‘5.18 3분영화제’ 팀이 함께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세 손가락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임순혜

 
'미얀마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정당한 저항을 지지하는 한국 문화예술계 개인 및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비판하며 미얀마 군부에 "시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과 문화예술인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민간정부에게 권력을 이양하라"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는 "한국 정부는 강력한 국제 항의 행동에 나서고 한국기업들은 미얀마 쿠테타 군부 세력과의 모든 협력 관계를 중단하라"라고 요청했다. 

이 성명서에는 총 385 단위 (단체 연명 35 단위 + 개인 350명)가 참가했는데 문학계에서는 전북작가회의 및 비평그룹 시각도 함께 동참했다.

송경동 시인은 "며칠 후면 올해로 41년째가 되는 5.18광주민중항쟁의 상처와 아픔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런 전근대적인 학살이 미얀마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인들에게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의 양심과 상식, 그리고 모든 이들의 미래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다"고 평한 뒤 "이런 야만을 멈추게 해야 한다. 오늘도 미얀마의 비명소리에 깨어 잠 못 들고 있는 세계의 양심있는 시민들이 가능한 모든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이외에도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문예창작단 들꽃, 극단 고래, 극단 제비꽃, 극단산디,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 연극집단 공외등 연극단체들 뿐만 아니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인천네트워크, 전주 및 수원민예총,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 공주시충남교향악단, 국악문화 마루, 사대문예술문화원, 영남풍물연구소, 원도심예술가협동조합창,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인문학당 달리, 추계예술대, 콜렉티브 뒹굴, 풍물굿놀이 연구소, 스튜디오 다솔, 터울림 등 국악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들이 함께 했다. 특히 공주시청남교향악단은 단원 모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암투병중에도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인증샷을 보내온 호주 백소요 작가 ⓒ 백소요

 
해외에서도 다수 미술작가들이 참여했다. 재이탈리아 한인미술가협회 (ARCOI)를 비롯해 독일의 문숙, 신봉철, 구유리 작가와 아울러 프랑스의 김수진, 형 린 작가, 이태리의 조경희 작가등도 참여했다.

특히 암투병 중에도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인증샷을 보내온 호주 거주 백소요 작가는 "온 힘을 끌어모아 살고싶다고 외치고 알리고 있지 않나. 외면할 수 없는 외침이며, 외면되어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에 이 외침이 더 전해지고 함께 움직여 이 폭력과 희생이 하루 빨리 멈춰져야 한다"라며 "전 세계 문화예술인들이 이 부당한 폭력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곳에 지켜야 할 예술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따스한 응원 메시지를 전해왔다.

미얀마에서 활동중인 프리랜서 기자이자 영화인 아웅씨는 한국인들의 연대가 "힘이 되고 한국을 사랑한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동시에 "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들지만 미얀마는 더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 식량 및 의료지원도 필요하다"며 "이미 유엔의 도움을 기대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 하루 빨리 세계의 지원이 없으면 더 많은 국민들이 희생될 것"이라고 알려왔다.

한편 한국의 예술인들은 미얀마 군정의 문화예술인 탄압 상황에 대해 해외 문화예술단체 및 언론에 알리며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영화업계 베테랑 컨설턴트이자 '시드니즈 버즈' sydneysbuzz)라는 명칭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미국인 시드니 르바인 (Sydney Levine)씨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의 미얀마 연대활동에 고무되었다"며 "관련 소식을 미국 영화계에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지지 표명이 없었던 것을 많이 아쉬워했다. 이어 "할리우드가 미얀마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 받고 예술가들이 탄압받는 국가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며 "많은 한국의 예술가들과 영화제들이 미얀마 예술가들과 이들의 민주주의 회복노력에 큰 지지를 보내는 것처럼 미국의 영화계도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블로그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알릴 것이다. 그래서 선댄스를 비롯한 트라이베카영화제, AFI영화제들도 함께 지지 입장을 표명하도록 노력해보겠다"며 강한 지지 의사를 전했다.  
 
<미얀마 쿠데타와 대대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탄압을 규탄하는 한국 문화예술계 성명서>

- 미얀마 문화예술계의 용기있는 저항을 지지하고 군부의 야만적 탄압을 규탄한다-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현재 문화예술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군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자국의 연극, 영화, 음악, 문학계 인사 등 120여 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렸고, 특히 백 년의 역사를 지닌 미얀마 영화계는 절멸(絶滅)의 위기에 놓였다.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미얀마의 형법 505조 위반 혐의를 받은 이들은 모두 신변의 위협으로 인해 칩거하고 있다.   
                                                                                                                     
군부는 쿠데타 첫날부터 유명 영화감독 민 틴 꼬꼬 기 (Min Htin Ko Ko Gyi)및 세 명의 작가 딴몌인아웅 (Than Myint Aung), 마웅따초 (Maung Thar Cho) 틴린우 (Htin Lin Oo)를 체포했고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인 몌인몌인진 (Myint Myint Zin)과 께이자 (K Za)를 3월 3일 살해했다. 오랜시간 군정을 비판해 온 코미디언 자가나 (Zarganar)도 지난 6일 체포됐다.  

가장 타격이 심한 미얀마 영화계에는 총 100여 명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졌는데 민 틴 꼬꼬 기 감독 이외에도, 미얀마의 인기 모델이자 배우 빠잉다콘(Paing Takhon), '미얀마 아카데미상'을 세 차례 수상한 여배우 풰풰 (Phway Phway)등 대략 9명이 체포된 상태다. 빠잉다콘은 쿠데타 이후 꾸준히 시민불복종운동 집회에서 직접 피케팅을 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반 쿠데타 의사를 밝혀왔다는 이유로 4월 8일 체포되었다. 하이틴 배우를 거치며 TV 드라마 및 영화부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배우 에인드라 조진 (Eaindra Kyaw Zin)과 남편이자 배우 뻬이띠우( Pyay Ti Oo)도 4월 9일 체포되었다. 미얀마영화협회의 대표였고 미얀마 아카데미상을 4번 수상했던 인기 국민 배우및 감독 루민(Lu Min)역시 페이스북에서 시민불복종운동에 동참한 혐의로 2월 21일 체포되었다.  

이외에도 수배 리스트에는 TV및 영화 배우, 메이컵 아티스트 등 다양한 연예산업 종사자들이 포함된다.  뮤지션에는 힙합 가수 <제너레이션 웨이브>, 헤비메탈 커버로 유명한 가수 코니 (Connie), 팝 가수 아자니 (R Zar Ni), 펑크락커 짜빠욱 (Kyar Pauk), 가수 서포콰 (Saw Phoe Khwar) 아낫갓 (Anegga), 린린 (Lin Linn), 음악 프로듀서 우찌윈 (U Kyi Win)등이 있다. 현재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군부 탄압이 모두 대중에 공개되지않고 있기에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 군정은 쿠데타이전에도 부당한 권력에 맞서 용감히 목소리를 낸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을 지속해왔다. 군부쿠데타 이래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대의를 위해 생사를 걸고 저항해왔고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시민불복종운동에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군부가 평화적 시위대를 향한 살상과 체포, 수감, 고문을 당장 멈추고, 국민이 지지하는 민간정부(NUG)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을 요구하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야만적이고 심각한 미얀마 문화예술계 탄압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아픔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손을 잡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책무다. 과거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기꺼이 함께 연대해온 해외 문화예술인의 연대를 기억하는 우리는 미얀마 문화예술인의 정당하고 용기있는 실천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바이다.  

우리는  미얀마 군부, 한국정부와 기업, 국제사회에 아래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과 문화예술인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민간정부에게 권력을 이양하라.
하나. 한국정부는 강력한 국제 항의 행동에 나서고 한국기업들은 미얀마 쿠테타 군부 세력과의 모든 협력 관계를 중단하라.
하나. 유엔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쿠테타와 학살을 중지시키는 행동에 즉각 나서라.

*미얀마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정당한 저항을 지지하는 한국 문화예술계 개인및 단체 연명 전체 리스트 링크 
https://docs.google.com/document/d/1iIO4KfTMQjhcWL-r1bVaQlaBNF1Z1E9762-cSw5WNjo/edit?usp=sharing

*성명서 영문버전 (Statement in English)

https://docs.google.com/document/d/1VR-MzVq3vtcLBaLQcqDUgKnBwS9klfld4L4PjBbqAK4/edit?usp=sharing
SAVEMYANMAR 5.18 3분영화제 미얀마봄혁명 전계수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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