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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이겨낸 채소는 왜 단맛이 날까

[짱짱의 농사일기 52] 입맛 돋우는 열무김치는 비벼야 제맛

등록 2021.05.07 10:10수정 2021.05.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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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열무를 다듬고 있다 ⓒ 오창균

 
몇 가지 작물을 재배하는 전업농사와 달리, 자급용 텃밭은 다양한 작물을 심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재미가 있다. 화림원 텃밭도 여러가지 작물을 재배력(작물을 심는 시기)에 맞춰서 겨울에 비워두었던 텃밭을 다양한 작물로 채워가고 있다. 


텃밭농사의 즐거움은 수시로 수확한 채소들을 밥상에 올려서 먹는 것이다. 3월 초순 찬서리가 내리는 텃밭에 쌈채소와 열무, 얼갈이 배추 씨앗을 한 달 일찍 파종했다. 당연히 새싹을 올릴 낌새가 없었고, 겨우 떡잎 두 장을 내밀었을 때도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농사의 기본은 제때 파종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마다 반칙을 하는 것은 새 봄의 기운을 담은 푸릇한 채소의 단맛 때문이다. 
 

소금물에 절이는 열무 ⓒ 오창균

   

양념으로 버무리는 열무김치 ⓒ 오창균

 
추위를 이겨낸 달달한 맛

어느날, 화림원 식구 낙지가 한 뼘쯤 자란 열무와 배추를 한 손 가득 솎아서 된장국과 쌈으로 밥상에 올렸다. 달달한 설탕맛을 좋아하는 달곰은, "우아, 맛있다. 배추와 열무에서 왜 단맛이 나는 거지?"라고 묻는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 월동작물은 냉해를 회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어떤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채소에서 느껴지는 단맛이다. 그런 이유로, 보온을 하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보다 노지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딘 채소가 본연의 맛과 향이 깊고 맛있다.

아직 추위가 남아있는 이른 봄에 파종한 열무와 배추도 냉해를 견디기 위해서 단맛의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다. 겨울내내 든든한 양식이 되어준 김장김치도 바닥을 보였고, 햇김치의 맛이 그리운 때가 되었다.


"열무김치 맛있겠다. 농사지은 고추가루도 남았는데 열무김치 담급시다."

내 제안에 발효음식을 잘 하는 정어리가 그렇게 하자고 화답했다.
 

농사지은 열무로 담근 열무김치 ⓒ 정어리

 
무한변신 하는 열무김치

열무를 수확해서 소금물에 절이고, 찹쌀풀에 각종 양념채소로 맛을 낸 열무김치가 여러 개의 김치통을 채웠다. 실온에서 숙성된 열무김치의 맛은 날이 갈수록 맛의 풍미가 높아졌다. 뜨거운 밥 한 그릇에 열무김치만 먹어도 좋았지만, 열무비빔국수와 열무비빔밥을 생각나게 했다.

정어리의 손에서 또 한번 마법을 부린 것 같은 비빔장이 만들어졌고, 모두가 또 다시 감탄을 자아내며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비볐다.
 

열무비빔국수 ⓒ 정어리

 

열무비빔밥 ⓒ 정어리

 
음식이란 단순히 배불리 먹기 위한 것은 아니다. 추위를 이겨낸 채소의 단맛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운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직접 길러낸 음식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밥상에 둘러앉아 그것을 풀어내는 맛이 있다. 오늘도 화림원 식구들 밥상에는 잘 익은 열무김치가 뜨거운 밥 위에 올라간다.
덧붙이는 글 화림원 텃밭은 실상사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숙소에 있는 자급용 텃밭 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별명입니다.
#실상사 #열무 #열무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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