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대지의 생명을 가득 담고 있는 제철 식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계절도 생명도 드러나지 않는 무감한 매일의 밥에서 벗어나 가끔은 혼자서도 계절의 맛을 느껴보자. 철마다 나는 제철 채소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익혀 자연스레 채소 소비는 늘리고 육류 소비는 줄여 지구에는 도움을, 나에게는 기쁨을 주는 식탁으로 나아간다.[기자말] 살면서 "나 완두콩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한 듯하다. 굳이 "완두콩 좋아해?"라고 물어본다면 "좋아해"라고 대답할 수는 있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나 식재료로 완두콩을 먼저 꼽는 일은 별로 없다. 콩국수나 콩물, 두유나 하다 못해 검은콩 조림처럼 콩이 주재료가 되는 음식들이 있지만 완두콩이 주재료가 되는 음식은 익숙지 않다. 완두가 그 존재감을 가장 드러내는 음식이래 봤자 완두콩밥, 그 외엔 짜장면 위에 몇 알 올라가는 완두콩, 볶음밥에 살짝 들어가는 완두콩 등이다. 이렇게 보면 '완두콩은 별로 인기가 없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완두콩 통조림과 냉동 완두콩은 식자재로 널리 사랑받는다. 완두콩 캔은 어떤 콩과의 캔류보다 대중적이다. 산업혁명이 몰고 온 식문화의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통조림의 발명, 이 통조림의 시초가 된 식품 저장 방법의 첫 번째 주인공이 바로 완두콩이다. 18세기 후반, 나폴레옹은 전쟁 중 병사들의 식량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오래도록 부패하지 않는 식품 저장 방법을 개발하는 이에게 큰 상을 내리기로 한다. 이 소식을 들은 프랑스의 와인 주조자 니콜라 프랑수아 아페르(Nicolas François Appert)는 익힌 완두콩을 와인병에 담고 높은 온도에서 병을 가열한 뒤 코르크로 밀봉하고 이 병을 다시 끓는 물에 담가 두는 방법을 고안해 상을 탄다. 그가 고안한 방법으로 저장한 완두콩이 한 달 후에도 멀쩡했던 것이다. 현대 식품 보존산업으로 향하는 첫 사건, 오래도록 보관하기 위한 식품의 첫번째 주자가 완두콩이라니, 이는 유럽인들에게 완두콩이 아주 친숙하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지중해 연안과 중앙 아시아가 원산지인 완두콩은 유럽 부근에서 고대부터 즐겨 먹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수프와 볶음, 소스, 파스타 등 주재료부터 부재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완두콩을 요리해 먹고 있다. '리시 에 비시'는 직역하면 '콩과 쌀'로 완두콩을 넣은 리소토의 일종이다. 베네치아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요리로 알려져있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 왕실에 이탈리아의 햇 완두가 소개된 뒤로 사람들이 그 맛에 반해 즐겨 먹고 있다. 프랑스의 첫 통조림이 완두콩이듯 지금도 완두콩 통조림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통조림이다. 아시아에서는 완두콩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약한 듯 하지만 동남아나 일본에 가면 완두콩을 바삭하게 튀겨 소금이나 와사비 등의 맛을 입힌 과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완두콩이 주재료인 음식은 없어도 요리의 부재료부터 떡과 빵의 앙금이나 고명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존재감은 미미해도 침투력은 상당하달까. 이렇게 평소에는 존재감이 미미한 완두콩이 일 년 중 존재감을 드러내는 짧은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푸른 깍지에 들어찬 동글동글한 모양이 보기만 해도 싱그럽고 귀여워 통조림 완두나 냉동 완두콩으로 만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 자체로 초여름의 모습을 한 완두콩을 깍지째 삶거나 찐 뒤 소금을 넉넉히 뿌려 껍질을 까 입 안에 털어 넣으면 톡, 하고 터지는 은은한 단 맛. 과연 이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호사다. 약간의 풋내와 달콤함, 고소함이 평소 콩을 좋아하지 않는 이도 '맛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완두콩의 멋짐을 즐길 수 있는 짧은 시기, 완두콩을 자루째 사다 삶아 냉동실에 보관해도 좋지만 완두콩 솥밥처럼 완두콩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요리를 즐기는 것도 좋다. 오늘 소개할 요리는 '완두콩 레몬크림 파스타', 완두콩이 듬뿍 들어간 숏 파스타로 간단하지만 초여름이 듬뿍 담긴 사랑스러운 음식이라 해마다 이 계절이 오면 꼭 한 번씩은 해 먹게 된다. 허브 민트를 넣어도 시원한 풍미가 달콤한 완두콩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라 취향에 따라 넣는 것을 추천한다. 이 파스타에는 귓불 모양을 닮은 '오레끼에떼' 파스타 면을 즐겨 사용하는데 오레끼에떼 대신 푸실리나 마카로니 등 다른 숏 파스타를 사용해도 좋다. 레몬과 크림, 완두의 조화가 심플하지만 근사한 파스타, 초여름의 풍미를 가득 담은 한 접시로 '완두콩의 멋짐'을 느끼게 되기를! 큰사진보기 ▲완두콩 레몬크림 파스타강윤희 ♣ 완두콩 레몬크림 파스타 - 재료 2인분 분량 오레끼에떼 (혹은 숏 파스타) 150g, 삶은 완두콩 1컵, 레몬 1/2개, 마늘 1쪽, 파마산 치즈 1/2컵, 생크림 1컵, 버터 1큰술, 소금·후춧가루·올리브유 적당량, 민트 약간 - 만들기 1. 끓는 소금물에 파스타면을 넣어 봉지에 적힌 시간만큼 삶는다. 2.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슬라이스 한 마늘을 넣어 약한 불에서 향을 내며 볶는다. 3. 생크림과 레몬즙, 삶은 완두콩, 파마산 치즈 간 것을 넣고 강판이나 치즈 그레이터로 레몬 껍질을 갈아 넣고 약불에서 가열한다. 4. 어느 정도 졸아들면 삶은 파스타면을 넣고 파스타면에 소스가 잘 묻어날 때까지 잘 저어가며 끓인다. 취향에 따라 민트를 넣고 함께 끓여도 좋다. 소스가 되직해지면 마지막으로 버터를 넣어 녹이고 소금, 후추로 간한다. 5. 접시에 담아내고 여분의 파마산 치즈 간 것과 레몬 껍질 간 것, 후추, 민트 등을 뿌려낸다. 덧붙이는 글 푸드 컨텐츠 크리에이터. 푸드 매거진 에디터로 근무하다 현재는 프리랜스 에디터, 식음 메뉴 및 브랜드 컨설팅, 작가 등 식문화 전반에 걸쳐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언제나 계절을 맛있게 즐길 궁리로 머릿속이 가득차있으며 제철 로컬 식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고기보다는 채소와 곡물, 열매류를 즐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완두콩 #햇완두 #완두콩요리 #파스타 #제철음식 추천20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강윤희 (mayomayot) 내방 구독하기 FOOD WRITER 이 기자의 최신기사 오징어 유니버스의 붕괴와 통오징어 튀김 구독하기 연재 제철 1인 식탁 다음글4화음식에 살짝 넣었을 뿐인데... 눈도 맛있는 최고의 음식 현재글3화초여름 미친 먹을거리, 완두콩으로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전글2화두릅은 데쳐먹는다? 튀겨 먹고 구워 먹으면 끝내줍니다 추천 연재 서부지법 폭동사태 철학자의 일갈 "태극기·성조기 시위, 비웃고 넘길 일 아니다"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내풀책) 80대 어르신이 달력에 쓴 인간관계 방법 이게 이슈 윤석열 체포를 본 고등학생들의 걱정... 교사도 놀랐다 송경동의 광장 윤석열은 갇히지 않았다... 서부지법 폭동과 국힘 재집권플랜 SNS 인기콘텐츠 내 아들을 '극우 유튜브' 세계에서 구출해왔다 윤석열 구속보다 더 큰 충격...국민의힘에 할 말을 잃었다 '서부지법 폭동' 본 10대들의 무서운 예언 '이재명 알면 큰일 난다'... 100억 언급되자 증언 거부한 유동규 외국인 투자자도 등 돌린, 삼성 반도체 몰락 이유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나경원 입 열 때마다, 동작구민은 부끄럽고 자괴감"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43일만에 체포...끝까지 꼼수 덕유산 설경, 정말 환상적이네요 AD AD AD 인기기사 1 외국인 투자자도 등 돌린, 삼성 반도체 몰락 이유 2 '서부지법 폭동' 본 10대들의 무서운 예언 3 윤석열 국군병원행, 법무부는 알았고 공수처는 몰랐다? 4 내 아들을 '극우 유튜브' 세계에서 구출해왔다 5 윤석열 구속보다 더 큰 충격...국민의힘에 할 말을 잃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초여름 미친 먹을거리, 완두콩으로 무슨 짓을 한 거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5화감자의 신세계, 카스텔라 감자 맛보면 다른 건 못 먹어요 4화음식에 살짝 넣었을 뿐인데... 눈도 맛있는 최고의 음식 3화초여름 미친 먹을거리, 완두콩으로 무슨 짓을 한 거야 2화두릅은 데쳐먹는다? 튀겨 먹고 구워 먹으면 끝내줍니다 1화세계 1위 레스토랑 셰프의 비법, 나도 도전해봤습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