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송유관 뚫어 기름 훔치려는 도둑들, 기시감 드는 까닭은

[미리보는 영화] <파이프라인>

21.05.24 11:12최종업데이트21.05.24 11:12
원고료로 응원

영화 <파이프라인> 포스터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국내 최초로 지하에 흐르는 기름을 훔치는 도둑들이 관객을 찾아온다. 

26일 개봉 예정인 영화 <파이프라인>은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업계 최고 기술자 '핀돌이'(서인국 분)와 인생 역전을 노리는 정유기업 젊은 대표 황건우(이수혁 분)의 위험천만한 기름 빼돌리기 작전을 그린다. 

사채 빚 때문에 회사가 도산할 위기에 처한 황건우는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 원어치 기름을 훔치는 거대한 판을 짠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나는 위치에 땅굴을 파고, 송유관 양쪽에 모두 구멍을 뚫어 엄청난 양의 기름을 빼내겠다는 것. 그리고 두꺼운 송유관을 정교한 기술로 뚫는 핀돌이를 수소문해 거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작전에 합류시킨다. 여기에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분),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공무원 출신 '나과장'(유승목 분),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분),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배다빈 분)까지, 모두들 인생 한방을 꿈꾸며 작전에 동참한다.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는 '도유' 범죄를 영화로 다룬 것은 <파이프라인>이 최초다. 기름을 빼내는 건 그 자체로도 중죄인 데다, 화재나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한 범죄이지만 실제로 국내외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대한송유관공사에서 첨단 감시장비와 과학 탐지기법을 적용하는 등 도유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경기침체로 조직 폭력배까지 도유에 가담했다는 뉴스를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 역시 송유관에 구멍을 뚫다가 유증기가 새는 등 위험한 사고로 번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극 중에서 도유꾼들은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후미진 호텔로 들어간다. 이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간단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한다는 것. 또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호텔 밖으로 나갈 수도, 휴대폰을 사용할 수도 없다는 것.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들의 작업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그 와중에 경찰의 단속과 주변 주민들의 소음 민원 신고도 조심해야 한다.

이후 이어지는 전개는 관객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여느 케이퍼무비가 그렇듯, 이 영화에서도 멤버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반목하다가 사고를 일으킨다. 저마다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도유꾼 멤버들은 어떻게든 몰래 호텔을 빠져나가려 하고, 당장 벼랑 끝에 서 있는 황건우 대표 역시 더욱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들을 몰아세운다. 그 와중에 전세를 뒤엎는 반전이 여러 번 숨어 있지만, 이 역시 패턴이 반복되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 영화의 힘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에 있어 보인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서로 갈등하고 부딪히는 장면이 짜임새 있게 이어져 활력을 더한다. 캐릭터의 서사에도 빈 틈은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메워지는 편이다. 특히 접새 역의 음문석이 눈에 띄는데, 툭 하면 꾀를 부리고 거짓말과 배신을 일삼는 그는 극 중에서 유일하게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기도 하다. 

유하 감독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도유 범죄를 최대한 CG로 시각화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극 후반부에 벌어지는 집단 몸싸움 역시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익숙한 범죄 오락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별점: ★★(2/5)
한 줄 평: 신선한 소재로 버무린 익숙한 이야기

 
영화 <파이프라인> 관련 정보

감독: 유하
출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유람, 배다빈
제작: (주)곰픽쳐스, 모베라픽쳐스
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러닝타임: 10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1년 5월 26일
 
파이프라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