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소속 선수미공장(선박의 선수와 선미를 제작하는 공장)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는 글라인더공 박보근씨.
박보근
조선소 그라인더공 박보근씨, 그는 <경남도민일보>에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칼럼을 쓴 지는 10년 남짓 되었네요. 예전에 문학회에서 시도 쓰고, 신문에 기고도 했던 인연으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필자 소개란에 '시인'이라고 쓰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시를 발표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는데 '시인'이라고 쓰는 건 맞지 않다고, 그냥 '노동자'라고 해달라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편집자가 페이스북에 저를 새로운 필자로 소개했는데,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이 전부 '노동자에게까지' 지면을 할애해 주는 멋진 신문이라는 것이었어요. 그걸 보고 우리 사회가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어떤지 체감했죠."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소속 선수미공장(선박의 선수와 선미를 제작하는 공장)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는 박보근씨를 지난 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소속 하청업체는 계속 바뀌었지만, 20년 간 같은 공장에서 일해
"20년 동안 소속 업체는 계속 바뀌었지만, 원청인 대우조선과 일터는 그대로 승계되었어요."
박보근씨가 20년간 같은 공장에서 일했다는 사실은, 그의 노동이 임금과 처우에서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정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고용 유연화 때문에 원청 노동자를 계속 줄여서 점점 하청 노동자가 많아졌어요. 2015년 정도를 기점으로 이전에는 7:3 비율로 원청 노동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2:8 정도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아졌어요. 불황에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늘려온 거지요."
한국 조선업은 2000년 이후 세계 1위를 지켜왔고, 최근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가 다시 되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7~8년 전부터 조선업 전체가 불황을 이어오고 있기에 구조조정 또한 진행되고 있다.
"호황기 때 유지하던 인원을 불황기가 오면 구조조정을 하는데요. 그동안 4만 명 정도 되었던 인원을 2만 명 정도로 줄였어요. 결국 용접사, 취부사들은 다른 업종으로 옮기게 되고, 설계나 영업직이 떠나고 나면, 호황이 다시 왔을 때, 이미 떠나서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거든요. 그러면 호황은 왔는데 못 치고 올라가는 거죠. 그 사례가 일본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그렇게 해서 일본 조선 산업이 한국에 그 자리를 빼앗겼다고요."
박보근씨는 국내 조선 사업이 지속적인 수출 실적을 유지하려면 당장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기보다 호황일 때를 대비해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했다. 실제로 조선업이 기술과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숙련 노동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을 감안하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말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30년 경력에도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 사고가 끊이지 않는 위험한 작업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