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 취재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졌던 당시 상황 2018.6.12.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호송되고 있는 필자
박한울
천만다행으로 근처에 있던 KBS 카메라 기자 선배들을 비롯한 여러 은인들의 신속한 대처로 현재까지 별 문제 없이 살고 있지만, 이 사건은 내가 기자직을 그만두게 된 큰 원인이 되었다. 매일같이 '죽음의 외주화' 따위의 제목을 내밀며,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언론사에서조차 이런 어처구니없는 재해가 일어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또 언론사도 살아남으려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영리기업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완벽한 법제도 마련보다 실행이 중요
아무리 법과 제도가 완비되어 있더라도, 이는 책에 쓰인 단순한 문자의 나열일 뿐이다. 그 문자의 나열을 현실에 대입해 실행해야 할 주체는 인간이므로, 각각의 개인이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나 의지가 선행되지 않는 한 법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내가 겪은 일이 과연 회사나 노동자들이 그 위험을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걸까? 결단코, 알면서도 무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안법상 안전조치 의무 조항은 선진국에 비하더라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양적으로만 봐도 당장 산안법 및 그 시행령·시행규칙,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합치면 1천 개가 넘는 세세한 규정들이 있다. 오염된 바닥의 세척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안전보건규칙 제5조), 용접용 가스 용기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온도 이하에 보관하며 밸브의 개폐는 서서히 해야 한다(안전보건규칙 제234조)는 등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까지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를 지켜야 할 사람의 태도다. 사업주는 작업의 효율성과 그에 따른 이익의 극대화를 이유로, 일터의 노동자들은 귀찮고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이 세부적인 규정들을 무시하고 있다. 법과 규정이 잘 돼 있고 중대재해법 제정 등으로 그 처벌의 강도가 높더라도, 산업재해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하기까지는 재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초보 노무사로서 감히 제언해 본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이나 관련 규정이 아무리 귀찮더라도 사업주들이 이를 소홀히 여기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경제적인 논리로도 그 '귀찮은 조치' 한 번에 잠재적인 사고 몇 건이 줄어들 수 있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경시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즘,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안전은 꼭 관리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도 부탁드린다. "괜찮아, 안 죽어"라는 말이 누군가의 유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단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잠깐의 귀찮음에 무시한 안전조치가 목숨과 직결될 수 있고, 살아남더라도 큰 후유 장해를 입어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화이바'(안전모를 현장에서 주로 부르는 말) 잘 쓰고, 꺼진 불도 다시 보고, 안전지시에 적극 협조해 달라.
슬프게도 산업재해의 희생양은 보통 '높으신 분들'이 아니라 노동자 본인들이라는 사실을 꼭 명심하고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쓰러지기 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쓰러지고 후회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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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영상기자 재직 중 노동 이슈를 마주하고 노무사로 전직했습니다. 현재 노동법률사무소 동감 대표노무사·한국공인노무사회 이사로 재직 중이며,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고용노동부 <AI 노동법 상담서비스> 개발을 시작으로 공공AX 사업 자문역으로도 활동하며,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올해의 공인노무사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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