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살고 있는 목조주택 150평 정도의 땅에 25평 규모의 집과 잔디밭, 꽃과 나무들 그리고 작은 텃밭이 있다.
황의봉
왜 육지 사람들이 이처럼 제주로 몰려오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왔으며,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어떤 생활을 할 것인가. 제주로 오기로 마음먹고 이곳에 드나든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이런 물음 앞에 준비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적당히 둘러댄다.
지금껏 도시 생활만 했으니 이제는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서, 제주의 자연환경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이런 곳에서 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무슨 거창한 철학이나 계획이 있어 오겠는가.
굳이 그럴듯한 이유를 대자면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 정도가 아닐까. 부와 권력과 인맥과 욕망, 소비의 도시 서울에서 나의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그러려면 공간적으로 뚝 떨어진 곳이라야 하고, 자연과 이웃한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그곳이 나에겐 제주였던 것이다.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적지 않게 버리고 왔다. 미처 읽지도 못하면서 끌어안고 있던 책을 절반쯤은 버렸다. 옷가지도 두터운 옷들은 버렸다. 겨울에도 따뜻한 곳이고, 체면 차려 입어야 할 일도 없을 것이니 양복이며 외투도 과감하게 줄였다. 아내와 밀고 당기며 주방 살림살이도 줄이고 또 줄였다.
대신 바다낚시 장비 일습을 구입해 가져왔다. 바다에서 낚시 해본 경험도 없는데 과욕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일단 도전해볼 심산이다. 은퇴 생활을 대비해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서예 공부를 위한 도구들도 이삿짐 대열에 합류했다.
당장 내일부터는 제주에서의 생활계획표를 짜볼 생각이다. 정기적으로 올레길을 걷고, 한라산도 자주 오르고, 멋진 오름들을 찾아다니고, 정원을 아름답게 꾸밀 일도 해야겠고, 버리지 않고 가져온 책들도 원 없이 읽고 싶다. 이렇게 제주 생활이 시작됐다. (2018.3)
▲마을 게스트 하우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지은 동그란 형태의 흙집으로 주민 공동자산이다.
황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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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현대사의 아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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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엔 새로운 삶을... 제주에 내 집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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