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감사원
그 같은 정치적 중립을 관철시키는 길은 감사원이 정치적 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원을 정치권과 떼어놓는 것이다. 감사원을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만들어 정치적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감사원은 행정기관 내부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악할 기회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정치적 능력을 갖추기엔 부족하다. 감사원 조직 자체가 정치적 행위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여건과 가능성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조직이 현실 정치에 연루된다면, 또 이런 조직의 수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지 않는다면, 감사원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조직 자체가 되레 취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이 강력해지는 길은 정치 참여가 아니라 정치 중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감사원에 대해 바라는 것은 정치적인 감사원장이 나와서 대통령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국가기관의 부패를 막는 일이다. 이러자면 감사원장이 재직 중은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가급적 정치를 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감사원장이 선출직 공직으로 진출하는 디딤돌이 된다면, 감사원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감사원 공무원들도 직무에 전념하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재형이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최재형 감사원장은 '조만간 제 생각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금 그가 정리해둬야 할 것 중 하나는 역대 감사원장들의 퇴임 이후 행적이다. 퇴임 뒤에 국회의원이 된 이원엽·이석제(박정희 정권)와 대통령 후보가 된 이회창(김영삼 정권)을 제외한 나머지 감사원장들은 퇴임 뒤에 선출직 공직을 갖지 않았다. 최재형 이전의 역대 원장 17명 중에서 단 3명이 선출직으로 진출했고, 마지막 사례인 이회창 이후로는 이런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퇴임 뒤에 육군참모총장(제2대 한신), 방송위원장(제10대 정희택), 총리(제21대 김황식), 총리서리(제8대·제9대 이한기), 정당 위원장(제19대·제20대 전윤철)이 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원장들은 퇴임 뒤에 공직을 떠났거나 공직으로 갔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역대 원장들이 퇴임 뒤에 '품위'를 지켰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대부분의 원장들이 감사원장의 위상을 활용해 선출직 공직에 도전했다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더 큰 위협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감사원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재형 원장을 '대쪽 감사원장'으로 칭송하며 이회창과 오버랩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회창 사례에는 특수한 시대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감사원장이 국무총리가 되고 뒤이어 대권 후보가 되는 사례 역시 권장할만한 건 아니다.
하지만 1987년 6월항쟁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그 당시에는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았고, 대쪽 같은 법조인에 대한 정치적 수요도 강했다. 이런 점이 이회창 현상을 낳은 주요 요인이었다. 집권여당과 각을 세운다는 이유만으로 최재형을 이회창과 대비시키는 것은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월간 조선> 2020년 10월호 기사 '인간 최재형 감사원장, 그 삶의 궤적'은 최재형의 선행과 미담을 근거로 "최재형 원장과 오랫동안 교류한 지인들은 최재형 원장을 가리켜 '신이 내린 인간'이라고 극찬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교회에서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점을 근거로 "아마도 최재형 장로님이 '작은 예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라는 담임 목사의 인터뷰도 소개했다.
감사원장은 국가기관의 부패를 방지하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핵심 성역으로 남아야 할 자리다. 그런 감사원장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면, 정치투쟁에 최적화되지 않은 감사원 조직이 풍파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감사 기능이 취약해져 국가기관의 건전성이 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감사원 수장이 감사원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세상에 폐를 끼치는 일이다. 감사원 조직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폐를 끼치는 일이다. '신이 내린 인간' '작은 예수'라는 극찬을 받는 인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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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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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만든 최재형 감사원장과 '작은 예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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