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여 리 오가며 수호나무 만난 '두타산'

동해 바다와 여름 숲에서 보낸 1박2일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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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삼(sae)등록 2021.06.26 14:13
아들 '산'은  '겨울 태백산 이후 두 번째 긴 산행'이라고 했다. 동해바다서 1박 캠핑을 하고 삼십여 리 숲산책, 두달 만에 다시 시작한 부자산행.

지난 13일 다녀 온 '산과 함께 100대 명산 순례', 51번째 강원도 두타산(1,357m).  험하지 않은데 부지런한 발품이 필요한 산.

대나무가 많은 고개, 라는 댓재에서 출발했다. 산 허리를 끼고 바로 들어가는 느낌. 정상 5.2km, 긴 산행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지만, 숲으로 향하는 걸음은 설레임이다.   

구름안개 정겨운 나무들 ⓒ 김정삼


올해 여러차례 비를 뿌린 탓일까. 숲속은 건조한 여름이 아닌 싱그럽고 촉촉하다. 1천 미터가 넘는 산이 대부분 변화무쌍하지만, 내내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산행을 오후 6시가 되어 마무리할 줄은 몰랐다.

전나무, 소나무, 참나무 군락 순으로 차례로 길을 여니, 구경거리에 힘든 생각을 잠시 잊게한다. 오직 걸을 뿐.

오랜 세월을 견딘 우람한 나무를 만나면, 잠시 멈춰서 올려다본다. 수호나무를 삼으려는 마음은 잊지않고 기억하려는 거다.
 

수호나무 후보 숲엔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다 ⓒ 김정삼

  반려견 '솔'도 길잡이개 역할에 충실했다. 앞장서 가다가 기다리고, 가까워지면 또 떠나고.  한번 왔던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길잡이를 한다. 본능처럼 주인이 바라는 방향과 마음을 맞추는 것일까. 
 

길잡이개 솔 ⓒ 김정삼

  산마루 하늘은 구름안개가 피어나 반만 보인다. 바람을 피하느라 무리져 모인 키작은 나무들이 정겹다. 영상으로 동서남북을 간직했다.
 

두타산 정상 풍경 ⓒ 김정삼

 
아침에 삼척 바다 앞 덕봉산도 올랐다. 50여 미터 야트막한 산 이어도 눈앞은 너른 동해. '천국의 계단' 옆 대나무숲도 볼만했다. 제 키보다 작고 튼실한 막대기를 손에 쥔 '산', 두타산 여정에 등산스틱으로 활용 하더라. 

동해바다 바위섬 덕봉산 산행 중 바라본 풍경 ⓒ 김정삼

 
 

덕봉산에서 바라보는 바다 ⓒ 김정삼


두타(頭陀)라는 말은 수행에서 유래된 용어, 능선이 길고 한적해 오른발 왼발 이름 붙이고 걸으면 꽤 수행이 될 법한 산이다.

두타산 정상은 평화롭다 ⓒ 김정삼

  
  하산 후 밤 11시가 되서야 귀가했다.  '산'은 이튿날 산행일기를 3페이지나 적는다. 이날 발바닥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고 밝힌다. 힘들었나보다. 오랫만에 둘이 많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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