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가득 터질 듯한 김밥의 행복

옛날엔 부끄러워 감추고 먹었던 김밥... 이젠 아이들에게 싸주며 '대리 만족' 느끼네요

등록 2021.07.13 09:44수정 2021.07.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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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글쓰기 모임의 주제는 '취미'이다. 지난주 '비'에 대해서 주제를 주었는데, 무엇이 바쁜지 다른 회원들의 글만 읽고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깍두기'라는 부담 없는 조건으로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시 필사를 하다가 주제와 시간이 맞으면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른 선생님들의 글을 읽어보고 나의 취미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난 특별히 아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하루는 사람을 만나고 수다 떨고 하루는 글을 쓴다는 우스갯소리의 댓글을 달고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엄마 취미가 뭘까?"
"엄마 김밥 싸기."


그렇다. 난 김밥 싸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주말이 되면 김밥을 말아 주는 것을 좋아한다.
 
푸짐한 김밥재료 김밥 한 줄에 행복합니다.
▲푸짐한 김밥재료 김밥 한 줄에 행복합니다. 서경숙
 
어릴 때 기억 때문에 김밥을 자주 싸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김밥을 싸 줄 때 나는 김밥 속을 푸짐하게 준비해서 김밥이 커서 한입 먹을 때 입안이 터질 듯하게 김밥을 싸 준다.

엄마가 안 계시던 어린 시절 부재중이던 아빠를 대신해서 5살 많은 어린 오빠가 김밥을 싸주었다. 김밥 재료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오빠와 나는 걱정하면서 생김치를 한 줄 깔아서 옆구리 터진 김밥을 싸서 소풍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왜 그리 부끄러웠던지 김밥을 숨기고 먹었던 아린 추억이 있다.


난 아이들에게 김밥을 싸 줄 때 재료를 아끼지 않고 꾹꾹 눌러서 싸 준다. 김밥을 말면서 내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요즘은 김치김밥은 별미이다. 들기름에 김치를 살살 볶아서 김밥 재료와 함께 넣고 김밥을 돌돌 말아서 싸서 먹으면 엄청 개운하고 맛있는 김밥이 된다. 아이들의 맛있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김밥 꽁다리는 내 입으로 쏙 들어간다. 칼칼하고 개운한 김밥 맛이 좋다.
 
돌돌말은 김밥 속 재료 푸짐하게 김밥을 말아준다.
▲돌돌말은 김밥 속 재료 푸짐하게 김밥을 말아준다. 서경숙
 
한동안 유튜브 방송으로 여러 가지 김밥 마는 것을 보는 게 취미였던 적도 있었다.
속 재료를 유심히 봤다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솜씨를 내 보면 아이들은 무엇을 해 주어도 다 맛있다고 해 준다. 먹성 좋은 아이들이 감사하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것은 다 맛있다고 해 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선생님들에게 좋은 선물은 못 해 드려도 현장학습이나 소풍 갈 때는 돌돌 말은 김밥을 예쁜 도시락에 정성을 다해서 꼭 싸드렸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김밥이 늘 당연한 줄 알았다. 아이들이 "엄마, 선생님이 잘 먹었대요" 전달해 주면 나 자신도 뿌듯하고 어릴 때 내가 못 받았던 것을 아이들에게 보상해 주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것과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정성스럽게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도 힘 될 때까지 해 줄 것이다.

아이들 말처럼 난 김밥 싸는 게 취미이다. 오늘은 같이 하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서 김밥 재료를 준비해 주고 아이들에게 직접 싸보게 하면서 설명을 해 준다.
 
김밥과 라면 역시 김밥에는 라면~
▲김밥과 라면 역시 김밥에는 라면~ 서경숙
 
- 당근은 채를 썰어 들기름과 소금에 볶아 준다.
- 햄, 맛살, 어묵은 살짝 익혀 준다.
- 달걀은 두툼하게 익혀 잘라놓는다.
- 단무지와 우엉은 물로 깨끗하게 씻어서 꾹 물기를 짜놓는다.
(어릴 때는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넣지 않고 고기를 양념해서 볶아 넣었다.)
- 시금치는 소금을 조금 넣고 살짝 삶아서 참기름과 소금으로 무쳐놓는다.
(시금치가 없으면 오이를 길게 잘라서 소금에 절여서 꾹 물기를 짜 놓는다. 여름에는 부추를 사용해도 괜찮다. 식중독에 부추가 좋다.)
- 밥을 적당하게 고슬고슬 촉촉하게 해서 소금과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버무려 준다.
- 김을 놓고 밥을 깔고 재료를 가지런히 놓고 돌돌 말아 준다. 너무 꼭꼭 누르지 않고 김밥을 말아 준다. (너무 꼭꼭 누르면 밥이 떡처럼 된다.)


아이들은 김밥 하나 말고 못 하겠다고 뒤로 물러난다. 나머지는 엄마의 몫이지만, 하는 동안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고 조금은 가까워지는 기분 든다.

역시 김밥은 라면과 먹어야지 하면서 예쁘게 세팅을 해 아이들에게 차려주면서 어릴 때 받아보지 못한 걸 대리 만족을 하는 것 같다. 김밥 한 줄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고,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 블로그에 올라갑니다.
#오늘의 기사 제안 #김치김밥 #김밥과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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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아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에서 살다가 지금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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