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의 열기를 피해 정자에 나와 쉬고 있는 노인들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집 안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공원 정자에 나와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매일 아침부터 오후까지의 일상의 노인들
김정연
일이 있어 찾아간 복지관 앞 정자에선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른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집 안의 열기를 피해 정자에 나온다고 했다. 한낮의 기온이 높아 더위에 지친 어르신들은 집 안에 뜨거운 열기가 가득해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다며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공원 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가만히 앉아서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이웃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뒤쪽으로 돌아가 보니 그늘진 곳에 있는 긴 의자에도 어르신들이 앉아 있었다. 한 어르신은 우편물을 보며 설명을 해 주다가 나를 보고 말을 걸었다. 다가가서 우편물 내용에 대해 설명해 드린 후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어르신은 집이 좁으니까 덥고 갑갑해서 있을 수가 없어 매일 이렇게 밖에 나온다고 했다. 에어컨은 있지만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니까 무서워서 하루에 잠깐만 틀게 되는데, 낮에는 계속 틀어놓을 수 없으니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멀리 앉아있던 여자 어르신도 어느새 다가와 하소연을 했다.
"수급비 50만 원으로 생활하는데 빠듯해. 에어컨은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 장애인 아니면 혼자 사는 사람들이여. (집이) 10평도 안 되는데 답답하고 덥지. 그걸로 먹고살아야 하고 병원도 다녀야는데 전기요금 많이 내면 못 살아, 어떻게 살아."
"아침 일찍 해서 먹고 여기 나와서 복지관에서 주는 무료급식 도시락도 먹고 있으면 되지."
여자 어르신은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기엔 역부족이었는지 연신 부채를 흔들어댔다. 혼자 살게 된 지는 벌써 20년도 넘었다며 두 아들을 키우느라 고생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란히 앉아 있던 어르신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오후 5시가 다가오자 어르신들은 집에 가서 저녁을 준비해서 먹어야 한다며 서로의 물건이 담긴 검정색, 흰색 봉지를 챙겨준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폭염은 한여름 상온에 늘어진 엿가락처럼 사람의 몸과 마음도 한없이 늘어지게 만들었다. 삶의 의욕도, 입맛도, 건강도 모두 앗아가려 했다. 여름이 지나면서 노인들의 건강 상태는 많이 떨어지고 기력이 쇠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어르신들이 올여름 폭염을 잘 견뎌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남은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리 사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야기 모두가 행복한 세상만들기
공유하기
찜통더위에도 매일 밖으로 나오는 노인들이 향한 곳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