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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플래닛999', 겉 포장만 바꾼 프로듀스의 귀환

[리뷰] 엠넷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21.08.07 10:39최종업데이트21.08.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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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Mne)의 새로운 걸그룹 서바이벌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6일 방송된 <걸스플래닛> 1회에서는 아이돌의 꿈을 간직한 한·중·일 소녀 지원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과정이 그려졌다.

방송은 MC 여진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됐다. 여진구는 "언어도 문화도 다른 99명의 소녀들이 같은 꿈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계 걸스플래닛"이라고 설명하며 "걸스플래닛의 언어는 단 하나, 케이팝이다"라고 소개했다. 총 99명의 출연자들이 등장하며 시청자 투표를 거쳐 생존과 탈락이 결정되며 최종 데뷔조 인원은 9명이었다. 투표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은 소녀들의 꿈을 지켜준다는 의미에서 '플래닛 가디언'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한·중·일 지원자들은 '롤모델' '연기파 소녀' '막내'등 각기 공통점이 있는 키워드로 연결되어 국적당 1명씩 세 명이 나란히 함께 앉게 하는 '셀'을 이뤘다. 소녀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색해 하면서도 짧은 단어로 조금씩 공통점을 찾아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중국의 아역배우 출신으로 유명한 린천한은 드라마 <펜트하우스> 천서진(김소연)의 성대모사로 웃음을 자아냈다. '짱구'라는 키워드로 함께 등장한 김채현, 황씽치아오, 칸노 미유는 각기 자국의 언어로 애니메이션 짱구의 성대모사를 시도하여 웃음을 안겼다.

JYP 출신이라는 경력이 있는 이연경, 추이원메이시우, 사카모토 마시로는 '같이 데뷔할 수 있었다'는 키워드로 함께 등장하며 눈길을 모았다. '저 춤 좀 춥니다''보컬 1등 내거야''올라운더' 등의 키워드에서는 춤과 노래에 자신이 있는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하여 지원자들을 긴장시켰다. '닭발을 사랑한 소녀' 등 이색적인 키워드로 묶인 출연자들도 있었다.

이미 데뷔 경험자들도 대거 등장했다. 중국에서 솔로로 데뷔한 경력이 있는 쉬쯔인, 그룹 CLC 멤버 유진, 체리블렛 보라 등이 지원자로 깜짝 등장하며 다른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미소녀' 키워드에서는 미인대회 입상자인 오쿠마 스모모, 중국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인 천신웨이, 프로듀스 48출신 김도아 등이 등장하며 남다른 비주얼로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국 지원자들은 케이팝의 본고장답게 실력부터 외모까지 다재다능하고 자신감있는 면모가 돋보였다. 중국 지원자들은 강렬할 이목구비에 길고 가느다란 체형에서 비주얼이 부각됐다.일본은 조금 더 아담하고 귀엽고 수줍은 소녀 같은 매력에 가까웠다. 출연자들은 삼국 소녀들의 각기다른 매력을 비교하여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지원자들이 입장을 마치고 MC 여진구가 등장하자 소녀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여진구는 걸스플래닛의 룰과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멤버들을 트레이닝시켜줄 플래닛 마스터로는 티파니 영과 선미, 조아영, 임한별, 장주희 등이 등장했다.

여진구가 한 셀로 연결된 한중일 소녀 3명이 '함께 합격하거나 탈락한다'는 룰을 설명하자 출연자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여진구는 "하지만 여러분은 지금의 셀을 유지하거나 재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이며 탐색전 무대를 통하여 지원자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첫 무대를 장식한 C1팀은 션샤오팅의 활약이 돋보였다. 사전에 시그널송 평가에서 C그룹 1위를 차지한 션샤오팅은 중국 청소년 댄스스포츠대회 1등 경력의 화려한 실력자였다. 아이즈원의 '루머'를 열창한 C1팀에서 선샤오팅은 선미로부터 "무대를 가지고 논다"는 극찬을 받으며 가장 최초로 플래닛9 후보로 선정됐다.

일본인 참가자들이 나선 J1 그룹에서는 트와이스의 팬시를 열창했다.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했던 카와구치 유리나는 임한별 마스터로부터 보컬이 안정적이라는 호평을 받으면서 플래닛9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장기 연습생으로 구성된 K1팀은 춤과 노래 등 기본기에서 일본과 중국 참가자들보다 월등한 모습을 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안정민, 서정은, 윤지아 등이 잇달아 플래닛9 후보로 선정됐다. 막내들로 구성된 이채윤, 강예서, 귄미야, 김세인 등은 팀전원이 플래닛9 후보에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전 시그널송 1위였던 김다인이 플래닛 9 후보에서 탈락하는 등 소소한 이변도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K그룹 멤버들의 실력을 고려하여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평가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 참가자 앙쯔거는 "K그룹에서는 순위가 낮은 참가자들도 저렇게 잘하는데 순위가 높은 참가자는 얼마나 잘할까"라며 부러움과 경계심을 드러냈다. 선미는 실력 못지 않게 무대를 장악하는 포스나 아우라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J그룹도 실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깰만한 능력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에자키 히카루, 카미쿠라 레이, 카미모토 코토네, 노나카 샤나 등 시그널송 상위권 멤버들로만 이뤄진 J팀은 프로듀스 48에서 일본인 멤버들이 안 좋은 쪽으로 레전드 무대가 되었던 '붐바야'에 도전하여 원곡자 못지 않은 화려한 무대를 연출하며 심사위원들과 다른 참가자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이어서는 중국 C그룹들의 무대가 연달아 등장했으나 대체로 기본기에서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모두가 지쳐갈때쯤 웃음기없는 '센 언니' 콘셉트로 등장한 등장한 C7그룹이 CLC의 '헬리콥터'에 도전하며 강렬한 포스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켜보던 원곡자 CLC멤버 유진과 C7 리더인 푸야닝간에 가벼운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주희 마스터는 C7팀의 에너지에 호평을 보내면서도 푸야닝에 대해서는 "잘하지만 같은 멤버들과 어우러지게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선미는 "푸야닝이 저런 텐션으로 끌어올려줬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도 이 곡의 무드를 맞출 수 있었던 것"이라고 옹호했다. 푸야닝과 차이닝은 C7그룹에서 플래닛9 후보로 선정됐다.

이어서는 바로 CLC 최유진이 등장했다. 지원자들은 현역 아이돌인 유진의 실력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진은 "부담감을 가질수록 더 못한다. 나를 보러 이 사람들이 왔다고 생각하고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드러내며 솔로로 무대에 나선 모습과 함께 1회는 막을 내렸다.

<걸스플래닛>은 글로벌 여성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한·중·일 문화권에서 온 참가자 99명이 경쟁해 최종 9명의 데뷔 멤버를 시청자 투표(한국+글로벌 지역투표)로 가려지는 방식이다. 기존 엠넷의 인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프로듀스> 시리즈를 사실상 재단장한 프로그램이다.

<프로듀스>는 제작진의 투표 조작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폐지되었다. 엠넷은 물론이고 한국 방송가와 케이팝의 흑역사가 된 사건이다. 관련자들은 법적 처분을 받았고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넷은 조작 논란으로 탄생한 프로듀스 출신 그룹 아이즈원의 활동을 끝까지 밀어붙인데 이어 이번엔 이름만 바꾼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시 론칭했다.

<걸스플래닛>은 사실상 <프로듀스>와 비교하여 겉포장만 바뀌었을뿐 달라진 것이 없다. 한중일 걸그룹 서바이벌이라는 인적 구성, 국민 프로듀서가 플래닛 가디언이라는 호칭으로 이름만 바뀐 것을 제외하면 경연 방식, 촬영장 구성과 미장센, 출연자들의 의도적인 갈등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에피소드 연출, 낚시성 편집 스타일까지 모두 판에 박은듯 똑같다.

흔히 막장드라마에서 점 하나만 찍었다고 다른 인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설정, 최근 조작 논란으로 폐지된 TV조선 <아내의 맛>이 이름만 바꿔 <와카남>으로 돌아온 것과 흡사하다. 일부 제작진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자르기와 피해자들과의 뒤늦은 합의로 <프로듀스>논란이 모두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다면 방송에 기만당했던 시청자들을 두 번 우롱하는 것이다.

핵심은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수 있느냐에 달렸다. 엠넷의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단지 조작 외에도 '악마의 편집'을 비롯하여 출연자들에 대한 갑질, 왜곡, 비인격적인 대우 등으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한일관계와 한중관계 등이 최근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라 하필 이 시국에 '어차피 떠날 외국 연습생들을 왜 케이팝의 시스템안에서 키워줘야 하나'라는 일각의 의구심과 거부감도 극복해야 한다. 

엠넷은 외부 플랫폼인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를 통하여 투표를 진행할 것이며 제작진의 결과 개입 가능성을 원찬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간 구설수에 오른 참가자들의 처우와 건강관리 등 인격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은 젊은 청춘들의 꿈과 열정을 자양분삼아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조작이나 개입이 아니더라도 편집-경연방식 등으로 인하여 제작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꿈을 이루기 위하여 서바이벌에 도전장을 던진 한중일의 소녀들, 그리고 그들의 꿈에 함께 공감하고 몰입하는 시청자들이 더이상 방송의 재미와 화제성을 위한 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시청자들이 <프로듀스> 시리즈때와는 또다른 분위기에서 <걸스플래닛>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주시하는 이유다.
걸스플래닛 한중일오디션 프로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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