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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1위 했던 걸그룹, 왜 다시 오디션에 나와야 했나

[TV 리뷰] Mnet <걸스플래닛999> 빈약한 내용 메워준 참가자들의 절실함

21.08.15 11:13최종업데이트21.08.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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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방영된 Mnet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 2회에선 지난주에 이어 99명 참가자들이 각자 준비한 노래, 춤으로 마스터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고 '플래닛 Top 9'를 선정하는 시간으로 출발했다. 앞선 첫 회가 주로 중국(C그룹), 일본(J그룹)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인물을 소개하고 기량을 탐색하는 시간으로 마련된데 반해 이날은 한국 연습생들에게 많은 분량이 할애되었다.  

한국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기존 걸그룹 멤버 또는 각종 오디션 경력자라는 점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샀다. 대중에게 널리 이름, 얼굴이 소개되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케이팝 팬들에겐 어느 정도 알려진 이들이 여러 명 출연했다는 건 그만큼 녹록지 않은 아이돌 세계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생존 위기 내몰린 데뷔 7년 차 아이돌
 

지난 13일 방영된 Mnet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의 한 장면. 현직 아이돌 최유진(CLC)의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 출전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 CJ ENM

 
​<걸스플래닛> 1회부터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은 바로 CLC의 멤버 최유진이다. 2015년 데뷔 이래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고 케이블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적도 있고,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도 모습을 비췄던 인물이었기에 참가 자체 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지난해 활동곡 '헬리콥터'는 중국 연습생들의 경연곡으로 선택되었고 한 참가자는 최유진을 향해 도발적 언행을 일삼기도 했기에, Mnet 특유의 '악마의 편집' 대상으로 최유진이 이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자아냈었다.

최유진은 왜 이런 서바이벌 오디션에 나와야만 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더이상) 팀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서..."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최유진은 솔직하게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 했다. 

화려하게만 보이던 아이돌이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 그룹 활동은 정체기과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후배 경쟁자 그룹들은 속속 등장하는 데 반해 이들의 공백기는 길어지고 있었고, 급기야 외국인 핵심 멤버는 회사와의 갈등 속에 탈퇴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같은 소속사를 떠난 선배 스타 현아의 '버블팝'을 멋지게 소화한 후 마스터 전원의 추천으로 Top 9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나서야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또 다시 오디션 출전... 안타까운 현실 마주한 참가자들
 

지난 13일 방영된 Mnet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의 한 장면. ⓒ CJ ENM

 
​최유진과 비슷한 처지에서 오디션 출연을 결심한 이들은 한두명이 아니었다. 2018년 Mnet <프로듀스48>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던 김도아(파나틱스), SBS <K팝스타6> 준우승 경력자 김혜림(라임소다) 등 경연 프로그램을 거쳐 데뷔한 아이돌들도 또 한번 오디션 예능에 참가자로 나섰다. 이들의 사정 또한 앞선 최유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마지막 기회여서...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불안하다보니..."(김도아)
"(팀 분위기가) 암울했어요. 안 좋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들리는 거예요. 000는 해체했더라..."(이나연, 파나틱스)
"너희는 데뷔를 했잖아. 근데 왜 나왔어?"(김보라, 체리블렛)


오디션은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 강요된 선택지처럼 여겨졌다. 누군가보다 한 계단이라도 앞선 순위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현직 아이돌 참가자들은 서로의 이야기가 소개될 때마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경쟁자일지라도 똑같은 처지에 놓인 동질감, 그로 인한 마음의 교감 때문 아니었을까? 그들의 처절한 경연 무대는 이날 방송에서 안쓰러움을 자아낸 대목이었다.

여전히 "이름만 바꾼 프로듀스101" vs. 절실함으로 똘똘 뭉친 한국인 연습생
 

지난 13일 방영된 Mnet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의 한 장면. ⓒ CJ ENM

 
<걸스플래닛> 2회 역시 1회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름만 바꾼 <프로듀스101>"라는 냉소적 반응이 여전히 유효할 만큼 기존 Mnet 오디션을 그대로 답습한 듯한 내용이 이어졌다. 9개의 팀으로 나눠 선배 그룹들의 노래로 팀 미션 대결을 펼쳐 절반 정도의 인원이 탈락하는 1차 경연은 앞선 <프로듀스101> 4개 시즌에서도 공통적으로 활용된 방식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미션을 수행하고 이에 따른 일정한 혜택을 부여하는 장면 또한 다를 게 없었다.

​안이한 방식에 의존하는 행태는 한숨 나오게 만들었지만 이를 상쇄시킨 것은 출전 연습생들의 간절함이었다. 과거 오디션 예능과 다르게 준비가 소홀하거나 기량 미달인 한국인 참가자들은 딱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마다 셀 수 없는 걸그룹, 보이그룹들이 등장하지만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가는 팀은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공연, 무대의 소멸은 영세 기획사와 아이돌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공백기는 길어지면서 속속 해체를 발표하는 그룹들이 늘어나는 요즘 같은 때에 <걸스플래닛>은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다. 절실함으로 똘똘 뭉친 참가자들의 땀과 눈물은 빈약한 콘텐츠의 약점을 상당 부분 메워줬다.

한편 이날 마스터가 선정한 TOP9으로 9위 J그룹 쿠와하라 아야나, 8위 C그룹 차이빙, 7위 K그룹 최유진, 6위 K그룹 서영은, 5위 K그룹 정지윤, 4위 C그룹 수루이치, 3위 C그룹 션샤오팅, 2위 K그룹 강예서, 1위 J그룹 에자키 히카루가 차례로 이름을 올리며 치열한 경쟁의 서막을 알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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