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송악산에 구축된 일본군 해안특공진지 일본군은 해안에 동굴을 파고서 신요 보트를 숨겨두었다. 적 함대가 근해에 출현할 때 자폭공격을 벌여 적의 상륙을 원천 저지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일본군은 제주도에도 미군이 상륙할 것이라 판단하고 신요 부대를 배치하였다.
wiki commons
신요에 대한 집착 꺾지 않은 일본 해군
1944년 10월 레이테 만 해전에서 일본 연합함대가 궤멸되면서 '특공'에 대한 해군 상층부의 집착은 더욱 심화됐다. 특히 신요는 앞으로 더욱 빈발하게 될 미군의 상륙작전을 저지할 대책으로 더욱 촉망받게 됐다.
이에 따라 필리핀, 오키나와, 심지어는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장차 연합군과의 결전이 예상되는 주요 지역으로 신요 부대들이 급파됐다. 그러나 이미 연합군이 제해권과 제공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신요 부대를 실은 일본군 수송선은 손쉬운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운 좋게 겨우 목표 지역까지 도착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연합군의 공습이나 보트의 자체적인 폭발 사고로 인해 출격조차 못해보고 목숨을 잃는 대원들이 늘어만 갔다.
출격의 기회를 얻는다 하여도 공격을 성공시킬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보트들을 일렬횡대로 전개해 적의 사격을 분산시키는 것이 공격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자폭보트를 이용해 적의 상륙작전을 저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허황된 발상이었다는 게 전쟁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해군은 신요 운용에 대한 집착을 꺾지 않았다. 항공전력은 물론 수상함대까지 완파된 전쟁 말기의 해군에게 있어, 신요를 비롯한 '특공병기'들은 일본 본토로 쇄도해올 연합군에 맞설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미 제국 일본의 패색이 확연하게 짙어진 1945년 6월, 군령부총장 도요다 소에무(豊田副武) 대장은 어전회의에서 "해군은 전군(全軍) 특공정신을 철저히 한다"고 발언했다. 즉 본토결전이 벌어지게 되면 모든 해군 장병을 신요와 같은 특공작전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발이라도 맞춘 듯 그 즈음의 언론에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신요의 전과가 거듭 보도됐다. 아사히 신문의 지면에는 '적의 침공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신요의) 위력이 더욱 더 커지는 것이 매력'이라는 내용의 사설까지 실렸다. 국민들의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계속하고자 했던 제국 지도부의 광기가, 급기야는 베니어 보트에 지나지 않는 신요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예찬으로까지 이어졌다.
신요 공격에 의해 격침된 연합군 함선의 숫자는, 미국 측 추산에 따른다면 겨우 4척에 불과하다. 일본 해군 상층부가 신요를 입안시키며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켜 버리겠노라 호언장담했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참으로 초라한 실적이다. 반면, 전쟁 말기에 목숨을 잃은 신요 특공대원의 숫자는 2500명을 웃돈다. 헛된 죽음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신요 특공대원들의 희생. 도대체 그들의 희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자폭보트 신요의 아버지 쿠로시마 카메토 소장 쿠로시마 소장은 신요 외에도 인간어뢰 카이텐, 인간미사일 오카, 인간기뢰 후쿠류와 같은 자폭병기들을 입안하거나 승인하였다. 패전 후, 쿠로시마 소장은 처벌받거나 전몰 장병들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내는 일 없이 안락한 여생을 보냈다.
wiki commons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할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는 인물은 신요의 입안자 쿠로시마 카메토 소장을 꼽을 수 있다.
쿠로시마 소장은, 전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서술된 해군의 주요 문서들을 고의적으로 폐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쿠로시마 소장은 전쟁 책임 추궁을 면했고, 공직에서 추방되는 정도로 무탈하게 일신의 안위를 보전했다. 이후 그는 현미경 회사의 임원을 지냈고, 말년에는 종교와 철학에 심취하여 스스로 '우주, 인간, 생명을 연구'하고 있음을 자랑했다.
우주와 인간, 생명을 연구하면서도, 자신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자폭 공격에 동원됐다가 희생된 장병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1965년, 폐암으로 인해 72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쿠로시마 소장이 '신요특별공격대'를 입에 담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5
진영논리에 함몰된 사측에 실망하여 오마이뉴스 공간에서는 절필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공유하기
'소년 자폭공격' 추진한 일본 군인의 기막힌 결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