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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이 투숙객 살해 후 자살했던 건물... 이 영화의 도전

[리뷰] 영화 <귀문> 한국 공포영화의 부활 이끄는 작품

21.08.24 10:07최종업데이트21.08.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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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 포스터 ⓒ CJ CGV


2018년 <곤지암>의 성공은 한국 공포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국내 공포영화에는 주로 귀신이 등장하는 심령물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여름에 개봉하는 공포영화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곤지암>은 일종의 답을 던져줬다. 실제 그 장소에 있는 듯한 연출을 통해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블레어 위치>에서 시작해 <그레이브 인카운터>, <알이씨> 등에서 선보인 이 기법은 주인공의 시선으로 관객이 실제로 영화 속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랑종>이 대표적인 예다. <곤지암> 역시 세계 공포명소인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개인방송을 찍기 위해 촬영을 시작한 이들이 악령과 마주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이때 카메라의 시점을 바탕으로 영화는 공포의 질감을 극대화한다.

이렇게 체험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공포영화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반복해왔다. <귀문>은 기술력을 통해 이를 더 확장시키고자 한다. 4DX는 모션체어와 환경효과를 통해 실제 그 장소에 있는 듯한 체험감을, 스크린X는 좌우 양면의 쓰리 스크린을 통해 입체감을 주어 몰입을 극대화한다. 이번 <귀문>은 기획 단계부터 플랫폼을 고려한 작품을 구상하면서 이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귀문> 스틸컷 ⓒ CJ CGV


앞서 <더 넌> 등 '컨저링 유니버스'의 공포영화와 <곤지암>이 이런 특수 플랫폼을 통해 개봉하며 그 질감을 더 살린 바 있다. <귀문>은 이런 플랫폼의 장점에 중점을 둔다. 곤지암이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 작품은 수련원 건물을 택한다. 1990년 건물관리인이 투숙객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이후 매년 자살 및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문을 닫은 수련원을 배경으로 공포체험을 선사한다.

이 공포체험의 주인공은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이다. 세월이 흐른 뒤 수련원 건물의 재건축을 위해 철거하던 중 내부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를 발견한 인부가 칼부림 후 자살하면서 영혼을 달래고자 무당을 부른다. 이 무당이 제사 중 악령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그 아들인 도진이 수련원을 찾아가게 된다. 이승과 저승의 통로인 귀문이 열릴 때에 어머니를 죽인 악령들을 무찌르고 그 영혼을 소멸시키는 게 도진의 목표다.

도진이 어두운 수련원 내부에서 악령의 공격을 받는다는 설정은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곤지암>을 연상시킨다. 도진의 시점에서 공간에 갇힌 체험을 주며 긴장감을 유도한다. 차이라면 <곤지암>은 실제 개인방송을 보는 듯한 체험감에 주목했다면 <귀문>은 게임을 하는 듯한 몰입에 주력한다. 도진의 퇴마과정과 출입구가 사라진 수련원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모습은 게임의 퀘스트와 같은 재질을 선보인다. 방탈출 게임이 연상되기도 한다.
 

<귀문> 스틸컷 ⓒ CJ CGV


게임같은 분위기는 촬영기법에서만 유발되는 게 아니다. 서사에 있어서도 추리의 묘미를 주고자 한다. 수련원의 귀문이 열리면서 2000년대에 사는 도진은 1990년의 수련원을 향한다. 동시에 귀신이 나온다는 이곳에 영화를 찍기 위해 온 1996년의 혜영과 친구들이 함께 1990년에 갇히게 된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대를 한 공간에 넣으며 풍성함 서사가 만들어진다.

이 풍성함을 바탕으로 영화는 다양한 힌트를 통한 추리게임을 진행한다. <사이언트 힐>, <반교> 같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공포영화는 원작의 세계관과 함께 게임을 하는 묘미인 추리의 요소를 집어넣는다. 이 작품 역시 그런 효과를 내기 위해 작품 곳곳에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숨겨둔다. 결말부에서 미스터리를 친절하게 설명해 답을 던져주는 기존 공포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나 결말에 대해 관객이 힌트를 찾아 이해해야 하는 능동적인 관람 자세를 요구한다. N차 관람(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유도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귀문>은 플랫폼을 통한 쾌감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게임을 하는 듯한 몰입의 구성을 가져오면서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크린X와 4DX의 플랫폼에 적합한 전개를 택한다. 때문에 서사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제작단계부터 플랫폼에 맞는 이야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술을 통한 몰입을 보여주고자 한 시도는 국내에 다시 공포 열풍을 일으키기 위한 의미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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