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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의 여성 의원들 "아프간 여성과 함께 하겠다"

49명 공동성명 발표... #SaveAfghanWomen 캠페인 시작

등록 2021.08.24 15:09수정 2021.08.2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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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4일 오전 국회 소통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색깔은 검은색으로 동일한 옷차림의 여성 국회의원 23명이 모였다. 소속정당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열린민주당, 무소속 등 다양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국민의당까지 포함하면 현역 여성 의원이 존재하는 모든 정당이 다 참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명한 의원도 49명으로, 전체 여성 의원 56명의 약 88%에 달했다.

김상희 부의장은 "제 기억으로는 20대 (국회) 때도, 19대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여야 여성 의원들이 정말 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고립된 채 고통 당하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대한민국 여성 국회의원들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 아닌가 싶다"며 "함께 힘을 모아서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모두 검은색 옷을 입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위민 인 블랙(Women in black)'이라고 분쟁지역 여성 인권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 있다"며 "세계 여성 운동가들의 의지와 같이 하기 위해 선택했다"고 했다. 또 "앞으로 있을 모든 협상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이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는 게 저희 활동의 주요 목표"라며 "모든 문제에서 여성인권이 어떻게 지켜지냐에 대한 감시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상희 부의장,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민주당 정춘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순으로 기자회견문이 낭독됐다. 여성 의원들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인권이 탄압받는 상황을 우려하며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20여 년 전과 같은 고통을 또 다시 겪지 않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유엔여성기구 등 국제기구의 공조를 촉구하는 한편 국제의원연맹 등으로 전 세계 여성 의원들과 소통해 공론화에 적극 힘쓰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취재진을 만난 김상희 부의장은 "과거 탈레반 시기에 여성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었던 고통을 전 세계인이 기억한다"며 "그 당시에도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 "세계인들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탈레반도 알아야 하고, 그들이 (여성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우리가 감시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여성 의원과 시민, 인권단체, 여성단체들이 함께 하도록 확산시키고 싶다"고 했다.

김상희 부의장은 "마지막으로"라면서 한 마디를 덧붙이다가 순간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아프간 여성들에게,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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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전문] "아프간 여성들과 연대... #SaveAfghanWomen"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장악으로 아프가니스탄이 극심한 공포와 혼란에 휩싸여 있다. 잔혹한 폭력 사태로 시민들이 희생되고, 특히 여성과 아동의 생명과 기본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과거 탈레반 집권 시기(1996∼2001) 소녀들은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여성들은 직업을 가질 수 없었다. 여성들은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고 남성 보호자를 동반해야만 외출을 할 수 있었다. 당시를 경험한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 재집권에 극심한 긴장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아프간이 여성 억압적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 속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여성이 생명을 잃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총부리 앞에 목숨을 걸고 나선 여성들의 이야기도 보도되고 있다. 여학교가 문을 닫고, 여성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여자아이들은 강제조혼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우리는 다시 감옥에 갇혔다. 모든 꿈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아프간 소녀의 편지에 담긴 것은 절망 그 자체다.

아프간 여성들은 권리를 박탈당했고, 아프간 소녀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이 처참한 상황을 우리는 엄중하게 인식하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아프간 여성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국제사회의 연대를 통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 해결 노력이다. 아프간 여성들이 20여 년 전과 같은 고통을 또다시 겪지 않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

이에 우리는 아프간 여성들의 생명과 인권 보장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국민이 국가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하며, 세계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 확산을 위한 캠페인 동참을 제안한다.

- 탈레반은 집권 이후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약속은 아무런 조건 없이 지켜져야 한다. 아프간 전역에서 여성의 안전 확보, 아프간 여성들이 교육받고 일할 권리, 표현과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반드시 실천하라.

- 우리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비인도적 처우에 놓이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관심과 공조를 촉구한다. 이를 위해 유엔여성기구(UN Women), 유니세프(UNICEF) 등 여성·아동 인권 관련 국제기구들과 공조해 나갈 것이다.

- 또한, 국제의원연맹(IPU) 등을 통해 전 세계 여성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해나갈 것을 결의한다. 이를 통해 여성의원들이 각국에서 주도적으로 아프간 여성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여 국제사회의 관심과 공조를 견인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우리는 아프간 여성들에게 연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아프간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SNS 릴레이 캠페인을 시작한다. 인권과 평화를 지지하는 전 세계 시민들이 #SaveAfghanWomen 해시태그 캠페인에 공명해주길 기대한다.

2021. 8. 24.

대한민국 여성 국회의원

김상희, 김영주, 심상정, 권은희, 남인순, 서영교, 인재근, 전혜숙, 진선미, 김정재, 백혜련, 송옥주, 이재정, 임이자, 정춘숙, 강민정, 강선우, 강은미, 고민정, 권인숙, 김미애, 김예지, 김은혜, 류호정, 문정복, 서정숙, 신현영, 양경숙, 양금희, 양이원영, 양정숙, 양향자, 용혜인, 유정주, 윤미향, 윤주경, 이소영, 이수진(지), 이수진(비), 이영, 이은주, 임오경, 장혜영, 조명희, 조수진, 최연숙, 최혜영, 한무경, 홍정민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 #김상희 #권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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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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