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나툰 괘불, 세상을 밝히다

순천 송광사, 9월30일 괘불재 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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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훈(boori13)등록 2021.10.01 10:06
 

승무 산사음악회는 김묘선 선생님의 승무로 시작됐다. ⓒ 신용훈

 
조계산 도량에 국화꽃이 피어나고(曹溪道場發秋菊)
길상의 뜰 안에는 차 향기 넘치네(吉祥庭中滿茶香)
괘불님의 환갑 되어 잔치를 베푸는데(掛佛還甲賀壽筵)
영상회상 옛 부터는 늙지도 않으시네(靈山古佛不老相)

 
19961년 점안법회를 마치고 긴 세월을 보내온 괘불이 환갑을 맞아 세상에 다시 모습을 나퉜다.

조계총림 순천 송광사(주지 자공 스님)는 9월30일 송광사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괘불재 입재식을 봉행했다. 이날 모습을 나툰 괘불은 1961년 일섭 스님 등 13명의 화원들이 그린 초대형 괘불로 점안법회를 마치고 60년간을 괘불함에서 지내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국민들에 희망을 주기위해 다시 나퉜다.

이날 괘불재는 송광사 학인 스님들이 괘불함을 대웅전 앞마당으로 모시는 괘불이운을 통해 대웅전 앞마당 괘불대에 게양되며 시작됐다. 2부나 나뉘어 진행된 행사는 1부 괘불재에서 대종 5타, 삼귀의, 반야심경, 인사말, 육법공양, 가사공양 및 법공향, 헌다, 헌화, 예참, 축원, 축사, 법문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괘불이운 송광사 학인 스님들이 괘불함을 대웅전 앞마당으로 모시는 괘불이운을 하고있다. ⓒ 신용훈

 
주지 자공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새벽 5시까지 내리던 비가 개고 청명한 하늘이 나타나 60년만의 부처님의 외출을 반겨주는 것 같다"며 "60년 만에 나투신 괘불에 환희심이 나고 거룩하고 아름답고 향기롭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 괘불재를 봉행하게 되었다"며 "전쟁으로 소실된 송광사 괘불을 어렵던 시기에 사부대중이 여름에는 보리 한 되 가을에는 쌀 한 되를 모와 1961년 점안하며 봉안했던 괘불을 60년 만에 공개하고 5일간의 야단법석을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은 축사를 통해 "승보종찰 송광사에서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이처럼 장엄한 괘불재가 봉행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괘불재가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국민들에 새로운 꿈과 희망을 주는 그런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육법공양 송광사 목우선차회는 60년만에 나툰 괘불 부처님에 육법공양을 올렸다. ⓒ 신용훈

 
방장 현봉 스님은 법문을 통해 "조계도량(曹溪道場)에는 발추국(發秋菊)하고 길상정중(吉祥庭中)에는 만차향(滿茶香)이라 괘불환갑(掛佛還甲)에 하수연(賀壽筵)하는데 영산고불(靈山古佛)은 불노상(不老相)이라""환갑을 맞아서도 늙지 않는 부처님을 모시면서 동참하신 모든 분들의 다생겁의 죄업이 모두 소멸되고 코로나19를 벗어나 평상의 생활로 돌아가서 지혜와 복덕이 구족한 삶을 살면서 소원성휘 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여수에서 왔다는 임숙희(60세)씨는 "괘불이 모습을 나투니 먹먹하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 제 개인인적으로 내가 태어난 해에 제작된 괘불이라서 뜻 깊고 감사했다"며 "보는 순간 하늘과 대웅전과 부처님 모습이 너무 감격스럽고 좋았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괘불재 2부 산사음악회에서는 승무(김묘선), 이생강류 대금산조(대금 강종화, 고수 최만), 사철가(김영옥), 퓨전그룹 지음의 연주와 노래로 청명한 가을 산사에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되찾아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했다.
 

예참 및 축원 동참한 스님들이 60년만에 나툰 괘불을 예참하고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축원하고 있다. ⓒ 신용훈

 
한편 '송광사지' 등의 기록에 따르면 송광사에는 1677년 상일 스님 등이 드린 괘불이 있었으나 1951년 전쟁으로 인한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후 사부대중의 뜻을 모와 괘불을 제작하고 1961년 점안법회를 가지고 문수전, 승보전, 성보박물관 등에 보관되어 왔다. 괘불은 1060츠의 길이에 633cm의 폭으로 면 바탕에 채색했다. 불화 중앙의 본존을 기준으로 좌측 아래에는 관세음보살이 우측에는 대세지보살이 정병과 연꽃을 쥐고 서 있으며, 그 위로는 가섭과 아난존자 그리고 좌우에 문수와 보현보살로 보이는 보살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위로는 사천왕이 각각 배치되어 있고 본존의 미간에는 백호광명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화기에 따르면 증명 석진 스님, 회주 취봉 스님, 당시 주지는 금당 스님이었다. 복장 안에는 여러 종류의 진언을 붉은 주사로 적은 다라니와 오채번, 1959년 발행한 100환짜리 동전, 그리고 약간의 볍씨와 좁쌀이 들어 있다.
 
덧붙이는 글 법보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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