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주홍씨는 형틀목수로 경력을 착실히 쌓아가면서도 여전히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송주홍
그는 전국건설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다. 형틀목수 일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오야지 대신 분회장이 이끄는 노조팀에 들어가서 일을 배웠다. 그러나 노가다꾼으로서의 삶에 만족한다고 해서 그의 일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매일매일 두 명꼴로 죽어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송씨는 '건설 자본 앞에 힘없고 '빽'없는 노가다꾼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뭉쳐서 대항하는 것뿐이라고 역설한다.
작년 한 해 건설노동자의 산재 사망자수는 458명이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사망자수를 살펴보면 각각 '535명, 487명, 487명, 499명, 461명, 516명, 434명, 437명, 499명, 506명, 485명, 428명'이다. 송주홍씨가 책에서 지적하듯 10년 넘게 사망자수는 줄지 않았다. 해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 노동자였다.
"전체 산업노동자 중에 건설 노동자 비율은 고작 16퍼센트 정도인데, 산재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이 노가다판에서 터졌다면,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행해온 안전관리 대책에 문제가 있단 얘기지요. 중대재해처벌법도 여기선 안 와닿는 게, 대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현장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안전교육시키고 원청에서 안전관리 요원을 늘려서 배치해 현장을 감시하는 것, 다 좋지만 그런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해요. 가장 큰 문제는 '불법 하도급' 시스템과 '일용직'이라는 고용 형태니까요."
건설현장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하청과 오야지가 맺는 계약'은 불법이다. 공사를 빨리 끝낼수록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에 오야지들은 현장에서 인부들을 다그친다. 안전관리 요원들이 아무리 돌아다니며 안전을 호소해도 노동자들은 그에 따를 수 없는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일의 속도를 내지 못해 오야지 눈 밖에 나면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소리를 듣게 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계속 죽음의 위험 속에 일할 수밖에 없다.
20년 가까운 투쟁 속에 건설노조는 이런 '불법 하도급 시스템'의 벽을 조금씩 허물고 있다. 노조의 직고용 투쟁을 통해 오야지 없이 하청 건설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다치거나 임금과 복지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오야지들을 통해서는 불가능해요. 개인의 호소는 소용이 없어요. 결국 단체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임단협을 하고 임금이 인상되면 비노조원들도 덩달아 혜택을 보게 되죠. 노조의 노력으로 그늘막이 설치되고 안전화 등 물품 공급도 더 원활해지고요."
건설현장 특성상 보수적인 노동자들이 많아서 3년 전만 해도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현재는 의식이 많이 바뀌어 조합 가입자가 눈에 띄게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했다. 송주홍씨는 형틀목수로 경력을 착실히 쌓아가면서도 여전히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두 번째 책도 기획 중이에요. 노가다 판에서 벌어진 '관계'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요. 이곳에서 만난 형님들과 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들이 살아온 치열한 삶을 통해 제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번엔 그런 깊이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노가다 칸타빌레 - '가다' 없는 청년의 '간지' 폭발 노가다 판 이야기
송주홍 (지은이),
시대의창,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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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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