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어능력시험장에서 느낀 점

제78회 한국어능력시험(TOPIK) 실시, 한국말 배우는 일본인 계속 늘어나

등록 2021.10.18 09:36수정 2021.10.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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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오타니중고등학교에서 치뤄진 제78회 한국어능력시험장을 알리는 알림판입니다. ⓒ 박현국

 
지난 17일 일본 교토에서 제 78회 한국어능력시험이 실시되었습니다. 이번 시험은 일본 전국 35 개 지역 44개 시험장에서 치루어졌습니다. 필자는 이 중 한 곳에서 시험감독관을 담당했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한국말을 배우는 일본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어능력시험 참가 희망자들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쿄와 오사카에서는 각각 시험장 다섯 곳에서 시험을 치루었습니다.   학자에 따라서 의견이 다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말과 일본어는 언어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척 관계에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 언어를 가장 배우기 쉽고, 가장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갈라져온 역사가 오래되어 단어나 발음이 다릅니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한자 문화권으로 한자를 공유해왔다는 점에서 친근감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기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일본 수상이 서로 상대 문화를 개방하여 본격적인 문화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처럼 우리 드라마나 영화가 일본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이제 20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엄마나 할머니 품 속에서 우리 드라마나 영화를 보던 세대가 주체적으로 우리말 공부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 어려서부터 우리말 드라마나 영화를 들으면서 익히고 배운 세대의 발음은 우리말을 모국어로 배우면서 자란 사람의 말과 거의 비슷합니다.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우리말을 구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어린 시기에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면서 집중적으로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익혔기 때문인가 봅니다.  

다만 자격시험으로서 토픽 시험을 치룰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다른 문화권에서 자랐기 때문에 언어 표현을 이해하는 데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도 굿굿하게 일본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젊은 세대가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미래 세대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역사상 한일 관계는 늘 좋은 것만도 아니었고, 늘 나쁜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이웃 나라가 서로 좋은 관계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개인적인 만남에는 변함이 없지만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인들이나 사회의 전반적인 성향이나 흐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교토 토픽 시험장에도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60대도 있었고, 일본에 유학을 온 외국 학생들도 보였습니다. 최근 비록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한일 관계에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교토 오타니중고등학교에서 치뤄진 제78회 한국어능력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과 시험 관계자들입니다.? ⓒ 박현국

 
참고누리집>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https://www.topik.go.kr/TWMAIN/TWMAIN0010.do, 공익재단법인 한국교육재단, https://www.kref.or.jp/examination/info, 교토한국교육원, http://kyoto.kankoku.or.kr/, 2021.10.17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78회 한국어능력시험 #교토한국교육원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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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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