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클라이언트' 따위 외래어… 굳이 써야 하나?

[기획] 2021 쉬운 우리말 쓰기 : 품고 배려하는 말과 글 ⑫

등록 2021.10.21 10:13수정 2021.10.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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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획 보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에 선정된 뉴스사천이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의 도움으로 진행한다. 여러 사회복지기관의 협조로 그들의 누리집을 더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방안을 찾는다. -편집자-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 누리집. ⓒ 뉴스사천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 1989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지역민의 복지 증진에 힘써 온 기관이다. 사회복지법인 홍아원이 운영하고 있다. 시설이 사천시 남양동에 있다 보니 삼천포지역(=동지역) 주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린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는 '종합' 복지관이다.

누리집은 깔끔한 편이다. 여느 기관처럼 첫 화면에서 기관 소개, 사업 소개, 알림 마당, 후원 방안 등의 정보를 싣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페이스북, 카카오 채널,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의 연결 통로 표시를 큼지막하게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용자의 편의와 소통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누리집의 여러 표현에서도 외래어나 전문 용어가 부적절하게 등장하고 있다. 다듬으면 좋을 군더더기 표현도 여러 곳이다.

먼저 인사말에 들어 있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리더로서 진정 따뜻한 가슴 가지고 피그말리온 효과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보자.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피그말리온 효과'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설명이 부족하다는 게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의 지적이다. 국어문화원은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의 피그말리온 효과를 먼저 설명해준 뒤, '이를 이루기 위해 따뜻한 가슴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으면 알맞았을 것으로 봤다.

복지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라이언트'라는 용어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의뢰인'이라고 해도 될 것을 굳이 영어식 표현을 살려 쓴 데 따른 문제 제기다. 특히 조직화 사업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사회복지자원의 네트워크 확대 및 c.t의 서비스 확대 유도'라고 표현한 부분을 아쉬워했다.


'클라이언트'라는 말도 낯선 사람들에게 영어로 'c.t'라 쓴 것이 쉽게 다가가기 힘들 것이라는 뜻에서다. 대안으로 '사회 복지 자원의 연결망을 확대하고, 복지 대상자가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함'이라는 표현을 제시했다. 

이 밖에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의 누리집에는 브랜드, 네트워크, 플랫폼, 모니터링, 미션, 비전, 인테이크 따위의 외래어가 등장한다. 국어문화원은 이를 두고선 "외래어가 담은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는 순화어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고, 외래어가 이미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말로 쓸 수 있는 말까지 굳이 외래어로 쓸 필요는 없다"라며, 공급자보다 수요자 중심으로 말과 글을 쉽게 쓸 것을 주문했다.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도 이에 공감했다. 조재훈 관장은 "학계나 기관에서 쓰는 말을 너무 쉽게 받아쓴 경향이 있다"라며, "복지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춰 쉬운 표현을 쓰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우리말 #쉬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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