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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내디딘 'TV판 머니게임', 풀어야 할 과제

[TV 리뷰] MBC 신규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

21.11.02 14:59최종업데이트21.11.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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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로야구 선수, 아나운서, 여행 크리에이터, 래퍼, 경찰,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0명의 참가자가 한 공간에 모였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참가자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상금을 차지하는 것이다.

<피의 게임>은 기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리얼리티 서바이벌로, 2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유튜버 진용진이 제작에 참가해 방영 전부터 많은 누리꾼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지난 1일 밤 첫 방송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사실 <피의 게임>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림이다. 지난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웹 예능 <머니게임>을 시청했다면, <피의 게임>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당시 <머니게임>의 기획 및 연출을 담당했던 진용진, 제작사였던 3Y CORPORATION이 MBC와 손을 잡게 되면서 <피의 게임> 제작에 있어서 크고 작은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1일 밤에 방송된 MBC 신규 예능 프로그램 <피의게임> 갈무리 ⓒ MBC

 
<머니게임>과 조금 달랐던 <피의 게임>

시세에 비해 물품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머니 챌린지 등에 도움을 줄 히든 메뉴판이 존재하는 등 <머니게임>에 적용된 규칙을 일정 부분 가져오거나 각색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물론 두 가지의 프로그램을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 몇 가지 있기는 했다.

우선 <머니게임>은 참가자 개개인의 방이나 광장이 다소 협소했던 반면, <피의 게임>에서는 기본적으로 참가자들이 머무르는 공간이 말 그대로 저택이었다. 부족한 게 하나 없는 곳이었다. 탈락자의 경우 곧바로 귀가 조치가 아니라 지하실로 내려가서 저택으로 다시 올라가기 위해 돈을 모은다는 점에서 <머니게임>과 차이를 두었다. 상류층과 하류층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영화 <기생충>을 보는 듯했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 10명의 참가자가 투표를 한 끝에 '미대생' 이나영이 첫 번째 탈락자로 선정됐다. 단 몇 시간 만에 공간이 바뀐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저택에서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웃음소리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나영뿐만 아니라 향후 게임의 전개에 있어서 지하실로 내려올 탈락자가 어떻게 보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자금 사용도 <머니게임>의 규칙과 달랐다. <머니게임>에서는 말 그대로 공동 자산 사용으로, 개개인이 무언가를 구매할수록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 점점 줄어든다. <피의 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의 전년도 연봉을 기준으로 무작위 선택해 저택에서 사용 가능한 각 참가자의 비용에 차이가 있었다. 최소 2000만원, 최대 1억원 수령으로 2020년 정근우의 연봉(3억 5천만원)을 선택한 퀸와사비는 1억원만 받았다.

주목해봐야 할 것은 참가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금액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전략이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액이 많으면 많은대로, 또 적으면 적은대로 계획을 잘 짜야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밤에 방송된 MBC 신규 예능 프로그램 <피의게임> 갈무리 ⓒ MBC

 
새로운 도전 속에서도 의문부호 남긴 <피의 게임>

많은 대중에게 알린 인물도 출연했지만 직접 프로그램에 지원한 일반인 참가자도 적지 않다. 조금씩 다른 성격과 모습을 보이는 참가자들을 지켜보는 것이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택 곳곳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더라도 돈을 가져가겠다는 목표 만큼은 누구나 같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제 첫 발을 내디딘 <피의 게임>은 총 12부작으로 내년 1월 중순까지 방영될 예정이다. 가야할 길이 멀다. 그만큼 첫방송이 남긴 과제도 적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로서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선 것은 신선하면서도 시청자들이 방송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머니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의 인터뷰만 짧게 넣은 것과 달리 <피의 게임>은 참가자들의 VCR 영상을 보면서 스튜디오의 패널들이 상황에 대한 해석이나 추리에 나선다. 추리 예능 경력이 있는 박지윤, 장동민, 이상민이 주축이 되고 유튜버 슈카,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의 최예나도 패널로 출연한다.

보기 드문 포맷의 프로그램이기에 어느 정도 패널의 해석이 곁들여진다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예상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굳이 패널의 평가가 필요하지 않거나 전문 지식이 요구되지 않는다면, 참가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대목이다.

아직 첫 방송에 불과했다고 하더라도 참가자를, 또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는 시청자에게 <피의 게임>이 어떤 색깔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 물론 OTT 서비스 '웨이브(Wavve)'를 통해 미방송 분량 및 선공개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TV로 접할 시청자를 위해 접근 방식과 분량 등 의문부호를 떼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피의게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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