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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보다 더한 충격적인 디스토피아

[리뷰] 영화 <뉴 오더>

21.11.05 10:44최종업데이트21.11.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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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오더> 포스터 ⓒ 찬란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류가 되는 작품은 공통적으로 시대가 추구하는 패러다임을 통찰한다. <뉴 오더>는 다소 극단적인 형태로 이 문제를 담아낸다.
 
영화는 제목처럼 새로운 명령을 통해 새로운 질서가 자리잡혀가는 미래 세계를 다룬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국가인 멕시코는 감독 미셸 프랑코의 고향인데, 거대 카르텔로 국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감독은 자신의 모국을 바탕으로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설정한다. 그것도 최고의 부유층이 사는 집,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결혼식장을 배경으로 말이다. 
 
작품은 결혼식이라는 찬란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뉴스를 통해 시위대가 도로를 점령했다는 불길한 소식을 전한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마리안은 유모가 몸이 아픈데 경찰이 도로를 통제해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에 차를 몰고 직접 유모의 집으로 향한다. 마리안이 집을 비운 사이, 그녀의 부모와 오빠, 그리고 남편이 될 남자가 있는 대저택 안으로 무장한 시위대가 들어온다.
  

<뉴 오더> 스틸컷 ⓒ 찬란

 
그리고 시위대는 결혼식을 위해 모인 사람들을 향해 총격을 가한다. 거리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로 제압될 수 없는 규모이며 이에 국가는 군대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한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군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가 확립된 것이다.
 
작품은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의 시체 위로 멕시코 국기를 앙각 숏으로 잡는다. 앙각 숏은 피사체가 시청자를 압도하는 느낌을 주며 시점의 주인공을 강력하고 지배적인 존재로 묘사한다. 국가의 명령으로 시위대를 제압한 군대는 시민들 위에 군림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군사독재 정권이 그러했듯 통행금지를 부활시키고 불심검문을 곳곳에서 시행한다.

시위 이후 유색인종이 주를 차지하는 중산층과 빈민계층은 통행금지는 물론 노동허가증을 받아야만 일을 할 수 있다. 반면 백인이 주를 이루는 상류층은 거주이전이 자유롭다. 마리안의 가족이 시위 후 이사를 하는 장면과 달리 유모의 가족은 집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면은 새로운 질서 속 계급의 차이가 더욱 공고해졌음을 보여준다.
 
시위 이후 유모의 집에 숨어있던 마리안은 군부에 붙잡히게 된다. 군부는 마리안을 비롯해 납치한 사람들을 통해 돈을 뜯어내고 성폭력과 성고문까지 서슴없이 저지른다. 
  

<뉴 오더> 스틸컷 ⓒ 찬란

 
그동안 미셸 프랑코는 개인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이끌어 가는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크로닉>에서는 환자에 깊게 감정을 이입해 그들의 모습을 하는 간병인을, <에이프릴의 딸>에서는 거리를 두고 살아가던 딸이 출산을 하자 손녀에게 모성을 품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렸다. 그는 <뉴 오더>에서 그 극단을 심리가 아닌 세계관으로 확장시킨다. 영화가 그리는 결말은 그 어떤 디스토피아 세계관보다 끔찍하다.
 
<뉴 오더>는 <기생충>, <노매드랜드>와는 다른 스타일로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드라마란 장르에 SF와 공포를 추가해도 될 만큼 장르적인 매력이 강한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뉴 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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