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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단독 인터뷰한 윤여정 "난 용감하거나 무식"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 윤여정 연기 인생 조명

21.11.05 13:40최종업데이트21.11.0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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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윤여정 단독 인터뷰 기사 갈무리. ⓒ 가디언

 
"한국에서 배우가 되려면 예뻐야 한다. 연기는 상관없다. 그런데 나는 한국 미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미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윤여정과 4일(현지시간) 단독 인터뷰를 갖고 그의 연기 인생을 조명했다.

이 신문은 "올해 74세의 이 여배우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과 연기 경력을 지내왔으며, 여전히 서구에서는 윤여정의 아주 작은 부분만 알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윤여정은 "처음에 나는 배우가 되고픈 꿈이 없었고, 배우가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라며 대학생 때 방송국 어린이 프로그램의 일을 돕다가 오디션에 초청됐고, 얼마 후 그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현대적이고 순종적이지 않은 모습... 이상했을 것"

그러나 그 이후는 우연이 아니었다. 드라마 '장희빈'에서 주연을 맡아 인기를 얻었다. 연기를 즐겼냐는 질문에 윤여정은 "돈을 버는 게 좋았다"라고 솔직히 답했다. 그러나 수많은 작품을 제의받고도 대부분 거절했다. 

그는 "대부분 가난한 소녀가 부잣집 남자를 만났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라며 "다 똑같은 이야기라서 지루하게 느껴졌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윤여정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영화계에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가디언은> "간통, 성폭행, 낙태, 살인, 자살, 심지어 쥐잡이까지 다루면서 한국 사회의 계급 분열과 가부장적 전통을 꼬집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윤여정이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유학 간 남편을 따라 영화계에서 은퇴한 것도 당시의 가부장적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여정은 이혼 후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다"라며 "그런데 감독들은 내가 이혼녀라는 이유로 배역을 주길 꺼렸고, 선택의 여지가 없던 나는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했다"라고 돌아봤다.

또한 "나는 한국 기준으로 미인이 아니다"라며 "여배우가 되려면 연기는 상관없고 예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계 사람들이 볼 때 나는 이상했을 것이다. 좋은 쪽으로는 현대적이고, 순종적이지 않은 모습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 원래 좋았다... 세계가 이제야 주목하는 것일뿐"

윤여정은 '바람난 가족'(2003), '하녀'(2010), '죽여 주는 여자'(2016), '돈의 맛'(2012) 등에 출연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내 삶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일 뿐이기 때문에 나는 이런 역할을 맡는 게 두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남성 중심인 한국 사회에서 윤여정은 솔직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한국의 새로운 한국 여성상을 구현했다"라고 평가했다.

윤여정은 '윤식당' 등 예능에 출연하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친근한 배우가 됐다. 그러나 <가디언>은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윤여정도 너무 유명해져서 더 이상 이런 예능이 계속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한류 열풍의 비결을 묻자 윤여정은 "한국에는 항상 좋은 영화가 있었다"라며 "세계가 지금에서야 주목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한국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애플TV 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촬영을 하고 있는 윤여정은 "미국에서도 많은 작품을 제의받았으나,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나는 모험을 좋아한다. 아주 용감하거나, 무식하다"라며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맺었다. 
윤여정 미나리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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