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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높아지는 '놀면 뭐하니', 또 '무도' 전철 밟아서야

[TV 리뷰] MBC <놀면 뭐하니?> '놀면 뭐하니'의 패밀리십과 무한도전의 그림자

21.11.14 13:08최종업데이트21.11.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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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시청자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주는 가치를 일깨웠다. 13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뢰를 해결해주는 '위드유+'특집 편으로 꾸며졌다.
 
첫 사연은 추억의 노포 맛집 영빈관에서의 '먹방' 요청이었다. 임산부인 의뢰인은 폐업을 앞둔 영빈관에 개인 사정상 갈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하여 <놀면 뭐하니>멤버들이 식사를 하고 사장님에게 감사인사와 함께 먹방 동영상을 올려달라는 것.
 
1977년부터 44년째 영업을 이어온 영빈관은 사장님의 은퇴로 자연스럽게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촬영 당시 영업 종료 4일전이던 영빈관에는 이른 시간부터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하여 찾아온 손님들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게에서 마련한 방명록에도 많은 손님들이 감사와 아쉬움을 담은 작별인사를 남겼다. 유재석·정준하·하하·미주·신봉선의 다섯 멤버들은 자리를 잡고 가게의 주요 메뉴인 볶음밥-간짜장-케첩탕수육 등으로 먹방을 마음껏 즐기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영빈관은 방송 이후 2021년 10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이에 멤버들은 두 번째 의뢰를 위하여 한 동네의 놀이터로 이동했다. 멤버들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공놀이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의뢰인이 보낸 문자에는 나무 위에 드론이 걸렸다며 빼달라는 부탁이 담겨있었다. 너무 높은 높이에 난감해하던 멤버들은 신봉선의 제안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축구공을 던져서 2차시도 만에 드론을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멤버들은 아이들에 대한 보답으로 나무에 걸린 연과 부메랑 등도 축구공으로 던져 구해냈다.
 
이번에는 멤버들이 각자 흩어져서 다른 의뢰를 소화했다. 서초구로 이동한 신봉선은 의뢰인을 만나 반려견 동반 산책을 수행했다. 신봉선과 의뢰인은 반려견을 주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친근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작 신봉선의 반려견 양갱이와 의뢰인의 반려견 하루는 서로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의뢰인은 "어차피 강아지들은 말을 하지않으니까 견주분들끼리 이야기하며 친해진다"라고 이야기했고, 신봉선도 "같이 만나서 얘기하니 반려견 정보도 공유할수 있고 재미있다"며 만족했다.
 
정준하는 미술학원에서 크로키 수업 모델 의뢰를 받았다. 학생들이 원하는 포즈를 5분 동안 유지하느라 정준하는 다리에 쥐가 나고 얼굴이 땀범벅이 되는 곤욕을 치러야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에게 "얼굴 작게 좀 그려달라"라고 귀엽게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유재석은 양천구로 이동하여 주차 연수를 요청한 의뢰인을 만났다. 3살 아이를 키우며 둘째를 배고 있다는 임산부 의뢰인은 유재석을 알아보고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의뢰인이 사는 빌라는 건물특성상 주차공간이 협소하고 건물 밖을 빠져나가기도 어려운 구조였다.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주차 연수를 요청한 의뢰인은 의외로 면허를 딴 지 14년이나 된 장농 드라이버였다. 어쩔줄몰라하는 의뢰인에게 유재석은 직접 시범에 나서서 시종일관 친절하고 여유있게 주차 팁을 전수했다. 뒤이어 운전석에 앉아 실습에 나선 의뢰인은 불안감에 소심하게 운전을 이어가다가 순간적으로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고 두 사람은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어렵게 주차에 성공한 의뢰인은 "처음으로 자신이 운전해서 주차장 밖으로 나왔다"며 감격했다.
 
유재석은 이번엔 건물 밖으로 나와서 원포인트 레슨을 이어갔다. 골목주행 도중에 갑자기 정면으로 택시가 등장하거나 차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의뢰인은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했다. 유재석은 침착하게 의뢰인을 다독이며 안심시켰다. 의뢰인은 "입덧이 다시 올라올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고 두 사람은 다시 폭소했다.
 
유재석은 운전수업을 마친 뒤 의뢰인의 아이 하원을 함께 도왔다. 유재석은 의뢰인과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부모로서의 공감대를 드러냈다. 의뢰인 모자의 집으로 돌아온 유재석은 깔끔한 주차 서비스까지 마치며 훈훈하게 미션을 마무리했다.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유투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Y'를 이을 새로운 노래로 '커버 뭐하니' 기획 2탄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놀면 뭐하니>는 정준하, 하하, 신봉선, 미주 등 이른 바 '유라인'으로 통하는 멤버들을 영입하며 이전과는 다소 달라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유재석 1인 체제를 통하여 유산슬 등 다양한 '부캐(부수적인 캐릭터) 유니버스'를 추구했다면 최근에는 <무한도전> 시절의 집단 버라이어티 형태로 회귀했다. 제작진은 이를 고정과 반고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패밀리십' 체제라는 성격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와 언론 사이에서는 <무한도전> 시즌2가 된게 아니냐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정준하와 하하는 실제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였으며 미주와 신봉선도 유재석과 다른 예능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인물들이다. 여기에 <무한도전> 시절부터 유재석과 호흡을 맞춰왔던 김태호 PD의 거취 문제가 알려지며 향후 <놀면 뭐하니>의 방향성과 완성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에는 <놀면 뭐하니> 초창기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험적인 방향성이 사라지고 뻔하고 진부한 구성으로 회귀하여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어쩌면 <놀면 뭐하니>에 지금 필요한 것은 긴 안목으로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체질개선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다. 전성기의 <무한도전>이나 지금의 <놀면 뭐하니>를 흔드는 진정한 불안요소는 모두 '사공이 너무 많다는데' 있다. 초창기에 짓궂지만 유쾌한 B급 정서와 유연한 상상력이 넘쳐나던 <무한도전>은 높아진 인기와 위상으로 '국민예능'이라는 수식어까지 얻게되면서 여론 부담감에 짓눌려 초반의 활기를 잃어갔다.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것은 무한도전답지 않다"고 부정하거나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자의적인 해석으로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규정하려는 극성스러운 목소리들이 넘쳐났다. 여기에 세월의 흐름과 함께 고정 멤버들의 연이은 하차와 교체, 육체적 피로 등이 겹쳐지며 <무한도전>은 시대의 트렌드에 뒤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폐지의 수순까지 밟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놀면 뭐하니>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유산슬, 환불원정대, MSG 워너비 등 주로 음악과 연계한 대형 프로젝트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팬들의 눈높이와 기대감이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항상 고정된 포맷 없이 매번 새로운 기획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초창기의 <놀면 뭐하니>가 결국 '유재석 혼자 하는 무한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올만큼 한 출연자에게 과도하게 정신적-체력적 부담이 쏠린 시스템이었다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의 공통적인 성공 비결은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에 있다. 유재석이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든, 패밀리십을 가동하여 집단 버라이어티 체제를 병행하든, 재미를 이끌어내는 데 정답이란 없다. 의뢰인의 소소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위드유'나, 무한상사 시절을 연상시키는 'JMT 시트콤'같은 상황극/콩트, 합이 잘맞는 고정 멤버들의 존재가 주는 '케미스트리' 등도 분명히 그 나름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장기적으로 <놀면 뭐하니> 유니버스에 있어서도 언제든 다양한 확장성을 지니고 있어서 활용가치가 높은 아이템들이다.

사실 시즌제를 도입하거나 프로그램 방송시간대를 파격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한, <놀면 뭐하니>가 지금처럼 '유재석+공익성+주말예능'이라는 예상가능한 조합속에 대중의 눈높이도 모두 만족시키면서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예능의 수위에는 한계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여기저기서 <놀면 뭐하니>에 대하여 애정을 빙자한 지나친 '간섭'이야말로 오히려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완성도에는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의 <놀면 뭐하니>가 일시적으로 소확행과 패밀리십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좀 더 기울어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이전보다 퇴보했거나 초심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는 이유다.
놀면뭐하니 무한도전 유재석 패밀리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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