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법조일원화는 거대하고 장기적인 사법개혁의 일환이자 핵심 과제로서 도입되었다.
픽사베이
지난 8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하나가 부결되었다. 본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되는 건 이례적이다. 문제의 법안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이른바 '법조일원화 완화' 법안이다.
법조일원화는 기존 시험성적 중심의 관료제적 법관 임용을 벗어나, 사회에서 시민들과 부대끼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이다.
이를 위해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법조인들만을 법관으로 임용하여야 한다. 지금은 그 제도 완성을 위한 경과규정 중으로, 법적으로 올해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법관을 지원할 수 있고, 2022년부터는 최소 7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법관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2022년 이후로도 경력 5년만으로 법관을 지원할 수 있게 이 법을 바꾸려다 실패한 것이다. 법안 부결 후, 언론에는 내년 법관 충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이 크게 보도되었다. 이는 법원이 국회에 법 개정을 요청하며 내세운 핵심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며, 법원의 책임을 지우는 언사이다. 애초에 관행적으로, 관료적으로 법관을 임용해왔던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개혁인 만큼 현실에서 장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것은 법 개정 당시부터 이미 예상되었던 바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감안해서 무려 법 개정부터 완성까지 13년에 달하는 중간 유예기간(2013년~2026년)을 둔 것이다. 이 13년은 법이 법원에 준 준비기간이었고, 법원은 그 준비기간동안 경력 법조인들을 충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법원은 과연 지난 시간동안 그 노력을 충실히 했을까?
법원이 개혁에 저항하는 방법
10년 전 법조일원화는 거대하고 장기적인 사법개혁의 일환이자 핵심 과제로서 도입되었다. 과거에는 판사를 뽑을 때 오직 시험성적만을 보고 뽑았다. 법률가로서 시민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활동한 관록 있는 변호사들조차 순혈주의를 고집한 법원의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무경력, 저연차 엘리트들로 충원되어 관료화된 법원은 점점 시민들과 괴리되어 갔으며, 법원은 기수문화 및 승진시스템 등 관료조직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인사제도를 통해 법관 관료화를 부추겼다. 법조일원화는 바로 이런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즉 사회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아 검증받은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충원해 관료화와 기수문화를 타파하고, 재판받는 시민들과의 소통 강화로 판결의 신뢰도도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신규법관 임용 결과로 확인되는 실상은 이런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다. 법조일원화가 명문화된 2012년 이래 법원의 법관 임용 행태는 한마디로 '최대한 경력 없는, 최대한 법원 내부 엘리트 출신으로'로 요약된다. 법조일원화의 취지와 정확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뽑아온 것이다.
2013년 처음으로 법조경력 3년 이상 규정이 적용된 해, 법원이 뽑은 최종 합격자 103명중 과반을 넘는 54명이 3년 경력 법관이었다. 이듬해에는 82명 중 51명이, 그 다음해에는 115명 중 88명이 3년차였다. 거의 80%에 육박하는 비중이었다. 2018년부터는 5년 이상 경력자들로 뽑아야 했는데, 여지없이 법원은 5년 법조인들 중심으로 뽑기 시작했다. 2018년 최종 38명의 신규 법관 중 20명이 5년 경력자였고, 2019년에는 82명 중 43명이, 2020년에는 158명중 109명이 5년경력자였다. 그리고 올해 2021년에는 최종 합격자 157명 중 112명이 5년경력이다. 이는 70%를 넘는 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