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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단' 밖 뿔난 기자들, 법원·검찰 출입신청 돌입

위키리스크한국 기자 26일 신청 공문, 26개 매체 다음 주 신청... 서울고법 "항소 여부 미정"

등록 2021.11.26 20:01수정 2021.11.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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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13일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장(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 구속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이긴 '출입신청 거부 취소 소송' 결과가 법조기자단 미가입 매체 기자들의 출입신청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서울고법·고검에 출입 신청서를 발송한 언론사는 최소 한 곳 확인됐고, 다음 주 중 26개 매체가 동시에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4년 가량 법조 분야를 취재해온 인터넷신문 <위키리스크한국>의 윤여진 기자는 이날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에 각각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언론사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인터넷신문사업 등록증을 포함해 자신의 재직증명서와 신분증, 그리고 지난 19일 선고된 <미디어오늘> 승소 판결문을 첨부했다.

윤 기자는 신청 이유로 "지금 출입제도는 법원이 법에 근거하지 않고 언론사를 차별하는 구조"라며 "지난 19일 행정소송 판결은 소송 당사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자단이 아닌 기자라면 출입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판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법조기자단 소속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윤 기자는 "출입사(기자단)의 편의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직 후 비출입사 기자가 되면서 그 격차를 매일 느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 방청 취재를 신청하면 공보판사, 법정 경위 모두 출입사인지 여부부터 확인해 제지한다"며 "판결문을 신속히 열람하고 싶어도 공보판사는 출입사에게만 허락한다. 출입기자단 역시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판결문을 배타적으로 열람 및 등사할 권한을 갖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주 중엔 '집단 신청'도 이뤄진다.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 26곳이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26일 기준 뉴데일리, 뉴스버스, 뉴스타파, 로톡뉴스, 매일노동뉴스, 민중의소리, 법률방송, 법조신문, 셜록, 시사인, 시사저널, 시사저널이코노미, 아이뉴스24, 아주경제, 아주로앤피, 인사이트코리아, 일요신문, 조세일보, 주간한국, 천지일보, 쿠키뉴스, 투데이코리아. 포쓰저널, 프레시안, 한겨레21, UPI 뉴스 등이다.

행정소송 1심 결과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미디어오늘>의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신청을 받아들여야 하며, 같은 논리로 이번에 신청서를 접수하는 27개 매체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 이와 관련 서울고등법원 공보관은 항소 여부와 향후 출입처 제도 변화 모두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시대착오적 기자단, 변화해야"


기자단 내부에선 항소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서울중앙지법을 출입하는 A기자는 "항소하지 않으면 기존 구조를 즉시 바꿀 수밖에 없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기자단 구조는 기자뿐만 아니라 기관에게도 관리하기가 편해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일단 시간을 끄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을 취재하는 또 다른 B기자도 "법원이 모든 언론에 출입을 개방한다 해도 기자단이 적극 수용할 것 같지 않다"며 "결국에는 언론들 스스로 교통정리해야 하지만 기자단이 먼저 움직일 것 같진 않다. 기자단에서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얘기된 적도 없다. 기자단은 서울고법이 입장을 취하면 이에 대응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단 밖 기자들은 당장 현실 가능한 대안으로 기자실 개방을 꺼낸다. 서울중앙지법, 서울고검과 대검찰청, 대법원 등의 기자실 모두 출입증 없이 문을 열 수 없고 자리도 지정석으로 운영된다. 4년간 법조를 취재한 비출입사의 C기자는 "지금 형태의 기자실은 없어져야 한다"며 "필요한 매체가 쓸 수 있도록 브리핑룸처럼 공개할 필요가 있고, 이건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장 명시적인 차별로 꼽는 판결문 제공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C기자는 "서울행정법원부터 중앙지법, 고등법원, 대법원 모두 공보관들이 기자단 아닌 기자에겐 인터넷 정보공개청구를 이용하라며 '한 건당 천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며 "내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지 않느냐. 한 번 신청하면 언제 판결문이 공개될지도 모른다. 실제 한 달 전에 신청한 판결문을 아직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단 자체를 두고 기자들 반응은 엇갈린다. 지금 언론 환경에서 기자단은 없애는 게 맞는다는 의견부터 기자단은 유지하되 문턱만 낮추자는 의견 등이 있다. 비출입사의 D기자는 "공공기관에 상주하고, 이들의 정보 제공에 의존하게 되는 기자단은 저널리즘 질적 측면에서나 언론 자유 측면에서나  득보다 실이 많다"며 "공공기관에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적절한 취재 지원은 요구하되, 기자들이 더 취재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금 기자단은 모두를 똑같이 움직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C기자는 "기자단과 기관 모두 당장 기자단을 없애는 게 두렵다면, 그나마 차선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기자단만큼은 바뀔 수 있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공수처도 출입처 기자단을 중심으로 공보가 이뤄지지만, 언론사 출입 신청을 대변인실이 직접 받아 결정했고 가입 문턱도 대폭 낮췄다. 

전국 공보관들이 공동으로 논의해 투명한 원칙을 세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언급된 <위키리스크한국> 윤여진 기자는 "이 문제에 공감했던 한 공보판사는 전국공보판사회의에 기자단 관련 문제를 안건으로 올려보겠다고 했지만 이뤄지진 않았다"며 "매번 바뀌는 공보판사들에게 똑같이 문제를 제기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조기자단 #기자단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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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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