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가지치기' 놔두고 일본말 '전정' 써야 했나"

창원 시가지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 펼침막 내용... 담당자 "시정하겠다"

등록 2021.12.09 11:34수정 2021.12.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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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시가지에 걸려 있는 펼침막. 우리말인 '가지치기'가 아닌 일본말인 '전정'을 써 놓았다. ⓒ 윤성효

 
"전정을 일본 말로 알고 있다. 그 단어도 어려워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우리말인 '가지치기'로 하면 될 건데 말이다. 그래서 제보한다."

9일 오전, 유아무개(48, 창원)씨가 전화를 걸어 한 말이다. 창원 사림로를 지나다 본 펼침막 문구를 보고 제보를 한 것이다.

현재 사림로 일대에서는 창원시가 발주해 조경업체에서 은행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가지치기로 인해 시민 불편을 줄 수 있으니 미리 안내해놓은 것이다.

펼침막 문구는 "하반기 은행나무 가로수 전정공사(사림로). 은행나무 가로수 전정공사로 갓길 주차 차량은 이동하여 주시길 사전 여러분께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되어 있다.

전정(剪定)은 일본말 센테이(剪定, せんてい)에서 나온 말이다. 나무의 겉모양을 고르게 하고 나뭇가지의 일부를 잘라 주는 일을 말한다.

전정은 쉬운 우리말인 '가지치기' 내지 '나뭇가지 자르기'로 표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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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시가지에 걸려 있는 펼침막. 우리말인 '가지치기'가 아닌 일본말인 '전정'을 써 놓았다. ⓒ 윤성효



유아무개씨는 "요즘 겨울철에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려운 데다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을 거리에 써놓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다른 지역에서도 그런 펼침막이 많기에 이번 기회에 널리 알려서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했다.


책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를 펴낸 이우기 경상국립대 홍보실장은 "전정은 일본말이고, 우리말인 가지치기로 하면 쉽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에서는 쉬운 우리말 쓰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 의창구 농정과 담당자는 "임업 분야에 일본말이 많다. 펼침막에 전정을 우리말인 가지치기로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가로수 #가지치기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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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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