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은 못 돼도 2021
반달서림
그런데 왜 시일까요? 시를 읽지 않은 시대라고 하는데요, 왜 시를 배우려고 하는 것일까요. 개인마다 다른 사정을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통된 마음 하나를 찾는다면, '위로'가 아닐까요. 시를 읽고 쓰시는 분들, 시에서는 다른 매체에서나 취미에서 찾을 수 없었던 위로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시는 어떤 위로를 전달하는 것일까요.
맨 처음의 위로는 타인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 건네는 위로의 말'을 듣는 것입니다. 대부분 무심코 듣지만, 어느 순간, 그 무심코의 말이 가슴에 와 '콕' 박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 시가 그랬습니다. 화자는 얘기합니다. '가을은 단풍으로 오지 않는다'라고요.
우리는 가을의 대명사로 '단풍'을 생각합니다. '단풍'과 '가을'을 같은 단어로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화자는 이 두 단어를 분리하려고 합니다. 가을은 단풍으로 오지 않는다고 선언하죠. 처음에는 의아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가을과 단풍이 꼭 같은 의미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을은 단풍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오는 것일까요?
꼭 단풍으로만 와야 하는 것일까요?
가을이 단풍으로 오지 않으면, 다른 무엇으로 오는 것일까요. 겨울이 눈으로 오지 않으면 무엇으로 오는 것일까요. 봄이 꽃으로 오지 않으면 무엇으로 오는 것일까요.
삶 속에서 눈에 띄는 것, 주인공이 되면 좋겠지만 주인공은 오직 한 명뿐입니다. 누구든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인공은 이미 정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절망은 옹이가 되고 여름의 사경 속에서 이마가 식어서 몸서리를 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실망하여 눈이 감기고 침몰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아니요, 그것은 세상의 기준일 뿐입니다.
가을은 단풍으로만 오나요. 아니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단풍은 '겉모습'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당신, 단풍이 아니라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처럼 짧은 문장 하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속 깊은 의미,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고 위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고 생각한 우물에서 긁어낸 맑은 샘물과도 같은 한 문장, 이 문장 한 줄이 메마른 대지에 물고를 열어 씨앗을 틔우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하는 오늘, 시의 씨앗이 살아있는 까닭입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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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보다 시읽기와, 시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9년 계간 『시인시각(현 시인동네)』 시 부문 신인상과 2019년 『불교문예』 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등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동네책방과 도서관에서 북토크로 독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이메일 yhjo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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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단풍으로만 오고, 겨울은 눈으로만 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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