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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약한 어벤져스'의 성탄절 선물, 정겹고 친숙하다

[리뷰]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호크아이>

21.12.12 11:10최종업데이트21.12.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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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호크 아이> 중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도시는 날고 있고, 우리는 로봇이랑 싸우고 있어. 내가 갖고 있는 건 활과 화살 뿐이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하지만 나는 다시 나가서 싸울거야. 그게 내 일이니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중에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은 어벤져스 시리즈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작품이었다. 흥행 면에서나, 비평 면에서나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마블이 어벤져스 시리즈의 사령탑을 조스 웨던에서 루소 형제로 교체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확이 있다면, '호크 아이' 클린트 바튼의 존재감이 가장 빛났다는 것이다. 억만장자와 '슈퍼 솔져', 초인, 신들 사이에서 클린트 바튼은 유독 인간적인 한계를 많이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 인간적인 한계를 그대로 돌파하는 모습이 잘 담겨 있었다.

인간적인 '호크 아이 선배님' 이야기
 
인간적인 한계라면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도 마찬가지였지만, 비중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호크 아이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엔딩 크레딧을 장식한 어벤져스의 '오리지널6'였지만, 그에 대한 대우는 앞선 캐릭터들에 미치지 못했다. 그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호크 아이 슨배임(호크 아이 선배님)'이라는 밈(meme)이 탄생했다. 유튜브 '침착맨'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말년이 이런 별명을 붙인 것이다. <토르> 1편부터 마블 영화에 얼굴을 드러냈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에서 가장 작게 나와 있을만큼 홀대를 받았으니 그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호크 아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리고 지난 11월 말, '디즈니 플러스'는 '호크 아이' 클린트 바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 시리즈 <호크 아이>를 공개했다. <토르1: 천둥의 신>을 통해 MCU에 합류한 이후, 10년만의 타이틀 롤을 맡은 것이다.

클린트 바튼은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얼굴을 비췄던 그의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2년 <어벤져스>의 뉴욕 활약상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어떤 레스토랑을 가든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상이다.

재미있는 점은, 호크 아이의 애매한 위치가 마블 세계관 속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앤트맨을 코스프레하는 청년들은 있지만, 호크아이를 코스프레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궁사 캐릭터인 '헝거게임'의 캣니스 애버딘을 따라하는 사람은 있으니, 호크아이는 더욱 초라해진다. 이 드라마를 함께 이끌어나가는 '궁수 후계자' 케이트 비숍(헤일리 스타인펠드 분)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네요."

마블이 내놓은 소품집?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
 

<호크 아이> 중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호크 아이는 조카 뻘인 궁사 케이트와 함께 살인 사건과 범죄 조직의 미스테리를 파헤친다. 이 두 사람의 상호 작용은 <호크 아이>의 주된 재미 요소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와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의 관계성이 그랬듯, 구세대 캐릭터가 신세대 캐릭터에게 멘토 역할을 하는 바톤 터치의 구도가 반복된다. 한편 <블랙 위도우>처럼 신세대 캐릭터에게 비중이 치우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기우였다. <호크 아이>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작품의 톤 자체가 밝은 편이다. 호쾌한 맨몸 액션, 그리고 부담없는 코미디 장면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림자 역시 짙다. 클린트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나타샤(스칼렛 요한슨 분)의 죽음을 목도한 상실감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타노스가 모든 생명의 절반을 소멸시켰던 '블립' 당시 온 가족을 잃었던 충격, 그리고 그 상실감을 해소하기 위해 어둠속에서 '로닌'으로 활약했던 시절의 죄책감이 그를 괴롭힌다.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여러 전투를 거치며 생긴 청각 장애는 그가 보청기에 의지하도록 만들었다. 슈퍼 히어로의 낭만만을 생각하는 케이트에게, 클린트 바튼은 자신이 겪어온 현실의 무게를 이야기하는 이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인피니티 사가'를 마친 이후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클로이 자오의 <이터널스>는 수천 년의 인류 역사를 관통했으며, 곧 개봉되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TV 시리즈 '로키'는 시공간의 벽을 넘나든다. 그에 반해 <호크 아이>는 소품집 같은 작품이다. 총과 화살이 여전히 유효한 무기로 기능하고 있으며, 거대한 세계보다는 익숙한 캐릭터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이목을 끈다.

성탄절 연휴에 온 가족이 보아도 부담이 없는, 정겹고 친숙한 이야기다. 그 소박함이 오히려 마블의 작품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만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앞으로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연계되는 지점의 역할 역시 착실히 해내고 있다. 지난 8일 4화를 공개한 '호크 아이'는 앞으로 2개의 에피소드를 남겨놓고 있다.
호크아이 제레미 레너 헤일리 스타인펠드 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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