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7일, 파업과 로비농성 6일 차 세종호텔지부의 로비 농성장 모습
연정
직장폐쇄는 사용자가 방어적으로 행사해야
저녁시간이 되자 프론트에서 체크인 하는 투숙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배달음식을 받으러 로비로 내려오는 손님도 있다. 세종호텔은 특2급(4성급) 호텔임에도 조식이 나오지 않는다. 큰 마음 먹고 호텔에 투숙한 손님들은 호텔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해서 먹어야 한다.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은 조식 등 부대시설을 정상운영 해서 제값을 받고 영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조식 뿐 아니라 예식, 연회 등 이번에 사측이 폐지한 식음료사업부는 잘만 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다.
달랑 액자 한 개 뿐이던 세종호텔 로비는 농성하는 노동자들 덕분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등으로 멋지게 변모했다. 호텔 측에다 인테리어 비용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네본다. 하루 일정을 마친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모인다.
로비 농성장에서 밤 사수를 하고, 아침 출근 선전전부터 시작해서 퇴근선전전과 가수 송희태·손현숙·이씬 정석씨 등이 참여한 민예총 서울지부가 주관한 저녁 문화제까지 긴 하루였다. 중간에 업무 유니폼을 입고 스튜디오 알의 영상 촬영도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눈에는 피곤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 후에는 사측의 직장폐쇄 공고와 관련해 법률적인 문제에 관한 조언을 듣고자 서비스연맹 조세화 변호사와 간담회를 한다고 했다.
세종호텔 사측은 아침 일찍 직장폐쇄 공고문을 붙이면서 복수노조인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해고 대상자가 아닌 세종호텔지부 조합원들에게도 공고문 붙이는 일을 시켰다. 직장폐쇄의 범위는 세종호텔지부 소속 조합원 중 쟁의행위 참가자인데, 유의사항에는 이 쟁의행위에 동조하는 외부인원의 출입도 금지한다고 되어있다.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2012년 파업 당시 세종호텔 로비를 가득 채웠던 희망뚜벅이 참가자들 때문에 겁이 나서 그런 게 아니겠냐"고 이야기한다. 곧바로 세종호텔지부는 사측의 직장폐쇄 공고가 '쟁의행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차별적·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하여 정당성을 결여하였음이 명백하므로 이에 따를 수 없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 조세화 변호사와 직장폐쇄 등과 관련한 법률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세종호텔지부 조합원들
연정
"법률적으로 직장폐쇄의 적법성 요건을 판단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쟁의 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받는 타격의 정도나 내용을 비교해서 이것이 사용자에게 방어적으로 행사되고 있느냐, 아니면 공격적으로 행사되고 있느냐 이걸 따지고요. 그 전제적인 문제로 그럼 이 쟁의 행위가 왜 벌어졌는가? 그걸 봐요. 그전에 교섭의 경과를 보는 거죠.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정리 해고 문제로 인해 쟁의행의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사용자가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 노동조합은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를 봅니다. 또, 이 절차에서 이 분쟁의 주요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집니다. 직장폐쇄는 사용자가 방어적으로 행사해야 하고 정당성 있는 비례 원칙을 갖춰서 해야만 합니다."
조세화 변호사가 조근조근 직장폐쇄 공고에 관한 설명을 한다.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직장폐쇄와 정리해고. 다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측이 물리력을 사용하여 끌어내려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부당해고와 관련된 법률 절차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이길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평소 궁금하던 내용들에 대한 조합원들의 질의가 이어진다.
싸워야 할 것도, 사측에 받아내야 할 것도 많다. 세종호텔이 왜 이런 무모하고 소모적인 행위를 하는 것인지, 그 비용과 시간을 호텔 정상화에 투자할 수는 없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직장폐쇄 예정일인 12월 9일 오전 8시에는 세종호텔 사측이 총무팀 등 남은 20여 명의 노동자들로 '구사대'를 만들어 로비 농성장을 침탈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장렬하게 끌려가 준다고~"
허지희 사무국장이 각오를 밝힌다. 허지희 사무국장은 소성리 경찰침탈 시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이 가마를 태우듯이 해서 내보내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 같았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나이도 있고, 숙련이 안 된 총무과 직원들의 가마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을 참는다.
"솔직히 쫄았는데, 쫄면 안 되겠네요. 근데 우리 화장실은 갈 수 있나요?"
빵 터지는 순간이다. 진지하던 간담회 분위기가 스르르 녹는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나 역시 세종호텔이 출입을 봉쇄할 경우, 화장실 문제가 걱정되고 궁금하던 터였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직장폐쇄란, 그런 거다. 웃음 속에 정리해고철회·영업정상화를 위한 파업·로비농성 6일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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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폐쇄 앞둔 노동자들의 간담회... 진지한 현장 녹인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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