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울리는 소울푸드"? 근데 그런 뜻이 아니군요

일본이 잘못 만든 일본식 영어,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101

등록 2021.12.14 15:03수정 2021.12.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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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이 말 또한 일본식 영어
 
다큐 인사이트 <겨울이 오면>은 우리 안의 평범한 경험들로부터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와 김장의 의미를 찾는다.

겨울철, 따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 훌훌 마시듯 먹는 국밥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부쩍 '소울푸드'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이 말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제육볶음", "MZ 세대 소울푸드인 곱창",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떡볶이부터 국민과자 새우깡" 등등 갈수록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때로는 "추억의 음식"이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혹은 "천안의 소울푸드인 호두과자"처럼 '각 지방의 특색 음식'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soul food, 미국 남부 흑인들이 먹는 '특정 음식'
 

'소울푸드'는 당연히 soul food라는 영어에서 온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영미권 사람들은 이 말을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 soul food는 우리가 이해하는 '소울푸드'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Merriam Webster 사전은 <food (such as chitterlings, ham hocks, and collard greens) traditionally eaten by southern Black Americans>, 즉, "치터링스(돼지고기 소장 요리), 햄 혹스 그리고 컬러드 그린스 등과 같은 미국 남부 흑인들이 전통적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결국, soul food는 미국 남부 흑인들이 먹는 '특정한 음식'인 것이다. 우리가 아는 '소울푸드'와 전혀 다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소울푸드'라는 뜻이라면 comfort food 정도가 어울리는 영어 표현이다.

'소울푸드'도 일본어 ソウルフード(소울푸드)에서 온 일본식 영어다. 일본에서 이 말은 <日本ではご飯とみそ汁がソウルフード(일본에서는 밥과 미소 된장국이 소울푸드다).>라든지 <たこ焼きは大阪のソウルフード(타코야키는 오사카의 소울푸드다).>처럼 쓰인다.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나 "각 지방의 특색 음식"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와 완전히 동일하다.
#소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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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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