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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끌어내렸지만 일터 앞에서 광장 민주주의 멈췄다"

전태일 열사 51주기... '연극 전태일' 광주 공연 성황

등록 2021.12.15 10:44수정 2021.12.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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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태일 광주 공연에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 연극 전태일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14일 연극 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가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민주홀 무대에 올랐다. 13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번 공연은 연인원 850여 명이 관람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번 광주 공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민유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태일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지난 10월 연극 전태일 광주공연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추진위는 시민들에게 직접 티켓을 판매해 좌석을 채웠다. 연극 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의 광주 공연은 서울, 인천, 충남, 오산 등에 이은 8번째 공연이다.

연극 전태일 광주공연추진위원회 김설 위원장은 "이번 공연은 1970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 전태일의 정신을 연극으로 꽃피우는 공연"이라며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차별로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미래 세대에게는 희망의 물꼬를 터주는 축제 연극"이라고 밝혔다.

연극 전태일에 1번 전태일로 출연한 장도국 배우는 지난해 광주시립극단 갑질 사태에 맞서 싸운 당사자다. 그는 시립극단의 <전우치> 공연에서 극단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발생하자, 배우들과 함께 시립극단을 운영하는 광주문화예술회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2021년 9월 15일 광주시와 광주문화예술회관이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광주시립극단 부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대책위원회의 여러 소속 단체들은 장도국 배우가 출연하게 된 연극 전태일이 2021년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전태일들의 이야기를 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연극 전태일 광주공연추진위원회에 합류했다.

우리 사회 또다른 전태일들의 목소리 담긴 증언 대회
 

연극 전태일 광주추진위원회가 공연에 앞서 '2021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증언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연극 전태일


14일 오후 4시 30분, 연극 전태일 광주공연추진위가 7시 30분 공연으로 예정된 공연을 앞두고 사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1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에는 전북 오리온공장 현장실습생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관계자, 여수 현장실습생 홍정운군 사망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6명의 발언자가 나섰다.


발언에 나선 청년세대별 노동조합 광주청년유니온 김다정 사무국장은 "국가 최고의 권력자를 끌어내린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터 앞에서, 약자와 소수자 앞에서 멈춰섰다. 일상의 민주화를 거스르는 작은 전두환들이 일터 곳곳에서 노동자의 존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넘어져도 굳건히 일어나 성공을 이루는 청년만 볼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청년 노동자들의 삶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작가는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전태일로 인해 근로기준법의 존재가 알려졌다면, 이제는 이 법이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노동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며 "예술노동을 비롯한 새롭게 이야기되고 있는 노동 문제에 대한 작은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 현장실습생 홍정운군 사망사건 대책위를 대표해 발언자로 나선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송정미 대표는 "홍정운군 사망 직후 조사를 진행한 해경이 홍정운군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유족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문제제기를 못하고 있었는데, 조사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업체 측에서 5개도 넘는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이 연소 근로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극 전태일 광주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 연극 전태일


연극 전태일은 '네 이름은 무엇이냐'라는 주제 의식에 걸맞게 전태일에게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10명의 배우가 전태일 역을 나누어 연기한 반면, 미싱사, 재단사, 시다 등의 역할은 한 배우가 끝까지 연기했다.

그러나, 이틀 연속 만석에 가까운 관객이 모였음에도 연극 전태일 광주공연은 공연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했다. 연극 전태일 광주추진위원회 김설 위원장은 "광주 공연 관객분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많은 배우분들이 큰 힘을 받으셨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들이 애쓰셨는데, 추진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연극 전태일 #연극 전태일 광주추진위원회 #5.18기념문화센터 #전태일 열사 #광주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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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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