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분리수거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주장] 개인-기업-정부 각 주체들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

등록 2021.12.16 08:39수정 2021.12.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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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폐기물들이 방치되어 쓰레기 산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 photomix


2016년, 의성군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 산이 발견되었다. 쓰레기 산 문제는 CNN 뉴스에 보도되는 등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었고, 2020년 12월 기준 국내에 91개의 쓰레기 산이 존재한다고 파악되는 등 국내 쓰레기 문제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의성 쓰레기 산의 가장 높은 부분은 약 10M가량 치솟은 상태였으며 그 양은 약 20만 톤 정도의 규모다. 지자체 조사 결과, 이 쓰레기 산은 폐기물 중간 처리업체가 생활 시설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비용 문제로 인해 공터에 투기하여 발생했다. 5년 동안 방치되어 심각한 환경오염을 불러왔던 의성 쓰레기 산은 정부와 개인의 무관심, 기업의 무책임한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앞으로도 무관심, 무책임 등으로 사태를 방관하게 된다면 제2, 제3의 의성 쓰레기 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 기업, 정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알맞은 노력을 통해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면 과연 각자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권역 한 기초환경시설에 재활용 될 플라스틱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 최진영


먼저 개인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담당자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담당자는 "모든 재활용시설이 공통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통적인 문제는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들이 이물질이 묻어 재활용이 불가능해져 버리는 것이다. 하남 환경기초시설은 하루 25t의 폐기물들이 반입되고 있으며, 그중 20t의 폐기물들이 선별되며 2t의 폐기물들이 소각된다. 폐기물 선별은 1t당 8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소각은 1t당 28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담당자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으로 국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개인의 폐기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학습을 통해, 폐기물이 처리되는데 발생하는 비용을 감축시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인이 올바른 분리배출을 하여 분리 배출률이 100%를 나타내게 된다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개인의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해 폐기물의 양을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기업의 생산과 제도로부터 시작된다.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박상우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생산 제조 단계의 자세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박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폐기물들을 발생한 상태에서 처리하는 방법만 중요시하고, 제조 단계에서 다시 재활용되기 위한 부분은 정책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폐기물 처리 부분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제조 단계도 같이 맞물려 가야 탄소 중립, 기후변화 대응,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용이 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에 대한 규제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자원 순환기본법',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에서 1회용품(종이, 금속박, 합성수지 재질, 나무 등)의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7가지의 종류로 나뉘는 플라스틱에 대하여 규제하는 법 규정을 두지는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 저감에 대한 정책적인 의지뿐만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단일화하여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과 같은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6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 지침을 만들었다. 이 지침 제8조에서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생산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 용기, 과자봉지, 페트병, 음료수 컵, 물티슈, 비닐봉지 등에 대한 재활용 및 폐기 비용의 일부가 제조기업에 부담될 예정이며, 페트병의 경우에는 2025년부터 생산과정 내 재활용 원료 비율을 25% 이상 함유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포괄적인 법 시행보다는 세부적인 법 개정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 소비로 나아가기 위한 플라스틱 감축 규제, 탈 플라스틱 정책 등 명확한 방향성을 잡아 나가야 한다.

단순한 따라잡기보다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많은 기업이 플로깅과 ESG 경영을 결합하여 환경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녹색연합 허승은 활동가는 인터뷰를 통해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인 플로깅은시민들의 자발적인 쓰레기 수거, 이로 인해 환경문제에 대한 감수성 증진 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실천하는 좋은 환경운동이라고 시각적으로 보여진다"고 답했다

허 활동가는 "하지만 각자의 기업 경영철학과 관계없이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며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이라고 홍보하는 것이 현재 실태"라고 덧붙였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으로는 각자의 기업에서 ESG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본인들의 기업 철학에 맞는 환경 활동을 수행해야 하고, 시민들도 감시의 눈을 키워야 한다. 시민들이 감시하기 전부터 모든 기업에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활동들을 해내면 상관없지만, 이행하지 않고 묵인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에 그런 기업들에게 올바른 활동을 요구하는 것이 시민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아직 국내에 친환경적인 기업 정책, 정부에서의 정책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폐기물 재활용 트랙이 개선되려면 갈 길이 멀지만, 개인-기업-정부의 각 주체별 노력과 협력으로 이른 시일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 강의에서 폐기물 분리배출 및 재활용을 주제로 활동한 분리조(권미정, 김보성, 이진경, 지혜은, 최진영, 홍소정)의 세계 시민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환경 #분리배출 #자원순환 #폐기물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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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강의 수강중이며, GCP활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최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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