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SBS 연예대상 수상보다 빛난 신동엽의 촌철살인

[주장] '그들만의 잔치'로 변질, 추락한 지상파 시상식의 초라한 현실

21.12.19 11:59최종업데이트21.12.19 11:59
원고료로 응원
지상파 연말 시상식의 권위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인데 올해는 유독 심했다. 지난 18일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이 '그 밥에 그 나물' 잔치로 전락한 것. 오랫동안 공헌한 장수 예능을 중심으로 나눠주기와 몰아주기식 시상이 어느 때보다 극에 달했다.
 

SBS 연예대상 ⓒ SBS

 
이날 대상은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 팀이 단체로 차지했다. MC 신동엽-서장훈을 비롯하여 출연진인 탁재훈-이상민-임원희-김종국-박군 등이 모두 무대에 올라와 함께 대상의 기쁨을 누렸다. 가장 먼저 수상소감자로 나선 이상민은 "미우새로 여기서 5년 연속 상을 받았다"고 밝히며 "2017년부터 이 자리에서 신인상, 2018년 우수상, 2019년 베스트커플상, 2020년 최우수상에 이어 대상까지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맏형인 탁재훈은 이상민의 대상 수상을 내심 기대했다며 "이상민이 사실 미우새에서 궂은 일을 많이 했다. 이상민이 상을 받으면 어떻게 마음을 추슬러야 하나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단체로 대상을 주셔서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이어 탁재훈은 그동안 함께했던 출연자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모두의 노력에 영광을 돌렸다. 서장훈은 "요즘처럼 시청률이 많이 나오기 어려운 때에 5~6년째 시청해 주신 시청자들께 감사하다"며 "어머님들 덕분에 좋은 프로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밝혔다.
 
다만 마지막으로 나선 신동엽은 의례적인 수상소감을 남긴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신동엽은 "누가 대상을 탈까 궁금해하며 지켜보신 시청자들, 이 자리에 함께 계신 다른 분들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들 생각이 비슷하실 것이다, '그냥 한 새끼만 주지' 이런 마음 분명히 있으셨을 텐데"라면서 시청자의 시각에서 사이다 멘트를 날렸다.

이어 신동엽은 "제작진 입장에서는 누구 한 사람만 주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어렵게 미우새팀으로 상을 주신 것 같다"고 SBS 측의 입장을 대신 해명하기도 했다. 또한 유력한 단독 대상 수상후보였던 이상민은 트로피를 움켜쥐고 "트로피가 하나밖에 없는데 저희 다 주실거죠?"라며 제작진을 향한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SBS 간판예능 <미운 우리 새끼>, 그러나
 

SBS 연예대상 ⓒ SBS

 
<미운 우리 새끼>는 2016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5년 넘게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며 SBS를 대표하는 간판예능으로 자리잡았다. 대한민국 독신 셀럽들의 싱글라이프를 주제로 '비연예인인 어머니의 관점에서 연예인 자녀들의 일상을 바라본다'는 색다른 포맷을 내세워 본격적인 관찰예능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SBS의 간판 예능답게 <미우새>는 연말 시상식에서도 매년 특급 대우를 받았다. 대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만 지난해 김종국에 이어 2년 연속이고, 범위를 넓히면 최근 7년간 4번(2016년 선동엽, 2017년 미우새 어머니들)이다. 단독이 아닌 단체 수상은 2017년 이선미(김건모 모), 지인숙(박수홍 모), 이옥진(토니안 모), 임여순(이상민 모) 등에 이어 이번 2번째다. 그밖에 신인상-우수상-최우수상-커플상-올해의 예능인상 등 온갖 잡다한 상들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다른 예능에 비하여 <미우새>는 MC나 출연자 개인의 독보적인 활약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이 고르게 어우러지는 팀워크가 부각되는 작품이다 보니, 다른 상은 몰라도 대상을 특정인에게만 주기 애매했을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올해 그 정도로 뚜렷한 대상 수상후보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미우새>에서 유력한 대상 후보로 밀어줄만한 인물은 이상민이었다. 이상민은 <미우새> 고정 출연진 중 MC를 제외하고 가장 오랫동안 함께해 온 인물인 데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돌싱포맨>에서도 활약중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상민에게 대상을 안기기엔 뭔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팀 단체 수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뜻하지 않은 팀단체 수상에 당황한 수상자들은 마음껏 기쁨을 드러내거나 감동하기보다는 불편하고 쑥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시상식 내내 두드러진 '상퍼주기'
 
사실 SBS의 '상 퍼주기'는 대상 외에도 이날 시상식 내내 두드러졌다. 신인상만 무려 5명(이승엽, 금새록, 박군, 이현이, 박하선)이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각 부문마다 공동수상이 속출했다. 특히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공헌했던 <미운 우리 새끼>와 <런닝맨>, <골때리는 그녀들> 출연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시상이 몰리며 다관왕을 독식하는 모양새였다.

또한 마상(마음의 상처, 탁재훈), 명예사원상(지석진), 감독상(골때리는 그녀들) 등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장난스러운 시상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이는 상을 받는 이에게도, 시상식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한때 국내 대중문화의 동향과 성과를 결산하는 성대한 축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케이블과 종편, 유튜브, OTT 등 다원화된 미디어 채널의 영향으로 독주체제는 무너졌고, 더 이상 지상파가 컨텐츠의 질적인 우위와 화제성을 장담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연히 '그들만의 잔치' 성격이 짙어진 연말 시상식은 몇몇 인기프로그램 위주의 논공행상으로 변질됐다. 때문에 해가 갈수록 그 위상이나 공정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재미도 감동도 없었던 2021 SBS 연예대상은 추락한 지상파 시상식의 초라한 현실만 또 한번 확인시킨 씁쓸한 무대였다.
미우새대상 신동엽수상소감 SBS연예대상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