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고 싶은 심정..." 정말 특이한 20대 대통령선거

[주장] 정책대결 찾아볼 수 없고 아귀다툼만... 유권자는 씁쓸하다

등록 2021.12.23 10:27수정 2021.12.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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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부인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가운데 윤 후보가 폭탄선언을 했다. 대통령의 부인, 즉 영부인 제도를 이참에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영부인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제2부속실을 해체하거나 그 역할을 대폭 축소한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취지의 언론보도를 접한 뒤 나는 묘한 기시감과 마주해야 했다. 지난 2014년 박근혜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뒤 해경을 해체한다는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근본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보다는 침몰 사고 당시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해당 정부 조직을 아예 날려버리는 최악의 대증요법을 선택한 것이다. 

윤 후보 역시 다르지 않다. 그의 폭탄선언이 애시당초 작금의 부인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주장이라면 나름의 진정성이나 참신성을 인정해줄 수도 있는 사안이겠으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부인에 관한 모든 의혹을 해명하고,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면 그만인 일에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신지예 씨가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며칠 전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이 보도를 접한 나는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신지예 씨가 누구인가. 그동안 페미니스트로서 자칭 타칭 어느 누구보다 진보적 성향이 짙었던 인물이 다름 아닌 그녀다. 이렇듯 심지 굳은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대척점에 위치한 국민의힘을 선택했으니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닐까.

이와 관련하여 미국 녹색당 국제특별위원회 회원으로 5년 동안 신지예 씨와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진 오스틴 배쇼어 씨의 일침은 따끔하다 못해 아프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주 전 신지예를 만났을 때 진보당 대선 후보 김재연 씨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선택은 이재오와 김문수 등 과거 대표 변절자로 꼽히는 이들의 그것보다 더욱 큰 강도로 다가온다.

최근까지도 "국민의힘은 페미니스트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호기롭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던 사람이 스스로 발걸음을 옮겨 적의 소굴로 뚜벅뚜벅 들어간 셈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이번 사건은 신지예 그가 그 어떤 말로 포장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이번 기회에 기득권을 꽉 움켜 쥐겠노라는 자신의 얄팍한 기회주의적 속내를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낸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듯 크게 출렁이는 예측 불허의 정치판. 이로 인해 근래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부인 및 자식 리스크를 놓고 저울질하며 점차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듯한 20대 대통령선거. 건전한 정책 대결은 찾아볼 수 없고 그 어느 때보다 네거티브 공세로 서로를 물어뜯는 아귀다툼의 이번 선거는 어느덧 특이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리스크를 떨쳐내기 위한 요량으로 결자해지가 아닌 무리수를, 금과옥조로 여겨져야 할 신념보다는 기득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놀라운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씁쓸하다.
#윤석열 #신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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