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편의점 사장이 '왜 최저시급으로 계산 했느냐'고 하더라"

고3 "일하는 청소년 노동현장 이야기" 털어놓아 .... 토론회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필요"

등록 2021.12.27 19:28수정 2021.12.27 21:28
0
원고료로 응원
a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네트워크는 12월 27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고등학교 3학년이 1년 2개월 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은 '아픈' 사연을 털어놓았다.

27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열린 "청소년 노동인권 정책토론회"에서 ㄱ(고등학교 3년)군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그가 써낸 "일하는 청소년 노동현장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이 소개된 것이다.

친구 소개로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그는 "면접 당일 긴장하고 갔다. 면접을 보고 나서 그 주말부터 나오라고 했다"며 "당시 첫 알바라 근로계약에 대해 전혀 몰랐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창고정리와 계산, 매장정리를 하다가 '주말 알바'에 뽑힌 그는 "사장은 하루에 한 번 금고 입금액을 가져가기 위해 편의점에 왔고, 올 때마다 매장 상태나 물품 정리에 대해 화를 내며 꾸중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주말 알바'였지만 평일 '대체 알바(대타)'를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평일에 대타를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한두 번이면 이해를 하는데, 매주 평일에 2~3번씩 일을 부탁했다. 학원과 여가 생활을 위해 거절했지만 사장은 '사람이 없고 매장이 빈다'는 이유로 '대타'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첫 임금을 받았던 상황도 가슴 아프다. ㄱ군은 "월급 당일 그때까지 일했던 시간표와 주휴수당, 최저시급 기준으로 일했던 금액을 사장한테 휴대전화 메시지로 전달했다"며 "몇 시간 뒤 전화가 와서 화가 난 말투로 '왜 최저시급으로 계산을 했느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법적으로 최저시급으로 다 받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지만, 사장은 '힘든 일도 아니고 앉아만 있어도 돈을 벌잖아. 그냥 용돈'이라 생각하고 6500원 받고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며 "저는 애초에 '주유수당'도 원하지 않았고 최저시급만 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고 했다.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2020년 8590원, 2021년 8720원이다.

그는 "사장과 전화를 끊고 편의점 일을 하는 친구한테 물어봤다"며 "친구는 시급이 6500원이라 했고, 타사에서 일하는 친구도 7000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일단 저는 돈이 급했고 사장이 나중에 시급을 올려주겠다는 말을 해서 일을 계속 했다"고 말했다.

ㄱ군은 사장과 전화를 끊은 뒤 시급 6500원으로 계산한 임금을 휴대전화 문자로 보냈다. 그런데 임금은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그는 "월급이 당일 저녁이나 다음 날 점심까지 입금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입금되지 않았고,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급해서 사장한테 하루에 서너 통씩 전화를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 다음 날 전화가 와서 '미안하다'며 '내일 줄게'라고 했다. 저는 월급을 늦게 주는 게 그때가 마지막일 줄 알았다. 하지만 제가 일한 12개월 중 8개월은 1주일 이상 미루었고, 지난 6월치는 한 달을 미루어 7월에 한꺼번에 받았다"고 덧붙였다.

'주말 알바'를 그만 두기도 쉽지 않았다는 것. ㄱ군은 "저랑 같이 일하는 '주말 알바'가 그만두었던 날부터 제가 그만 두기 전까지는 다른 알바를 구하지도 않고, 제가 주말에 하루 13시간 동안 근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런 대우가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나서 그만두고 싶었다. 사장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사장은 '무슨 소리냐'며 '지금 그만 두면 편의점이 빈다'며 계속 하라고 했다"며 "용기 내서 그만 둔다고 말했는데 사장이 화가 난 말투로 말해서 일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몇 달간 더 일했다는 것. ㄱ군은 "알바 시간과 집에 가는 막차 시간이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고 했다.

ㄱ군은 "학교에서 외부강사로부터 '노동인권교육'을 듣는데, 부당한 노동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저랑 너무나 비슷해서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상담을 받고서야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해 최저시급 위반, 근로계약서 위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그래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바'하는 친구들 중에 최저시급을 받더라도 주휴수당을 받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고, 주휴수당 존재도 모르는 사장도 많으며, 편의점에서 일하며 최저시급을 받는 알바생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ㄱ군은 "최저시급을 주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장들이 있는 것 같다"며 "사장이나 알바하는 사람들은 꼭 노동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더욱 강화되어야"

이날 토론회는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네트워크가 마련해 열렸다. 서영옥 창원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상담팀장은 "2021 경남 일하는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및 실태보고"를 했다.

서 팀장은 "일하는 청소년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장에서 다양한 노동문제에 놓여 있다"며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상담과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필우 경남도교육청 교육인권경영센터장(노동인권 교육 현황)과 하경남 창원기계공고 교사(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피지수 경남대 학생(3학년)(청년 노동자가 바라본 노동 현실)이 토론했다.
#청소년 #노동인권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네트워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