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는 병가도, 월급제도 사치인가요?

[주장] 서울서비스원 월급제 비판하는 시의원들... 온당치 못하다

등록 2021.12.29 15:02수정 2021.12.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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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수요의 지속적 증자,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공부문 역할 강화,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의 중요성 등을 배경으로 전국에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되어지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 이 국회 본회의 통과되었지만, 실제 서비스 제공에 참여하는 돌봄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요구가 각지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서비스원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돌봄노동자들이 월급제로 일하고 있기에 민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축에 속한다. 돌봄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중요하지만, 서울시의회에 속한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돌봄노동자의 처우문제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지난 15일 김소영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원이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인건비는 계속 지급되고 있다"라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애초에 잘못된 운영모델을 가지고 설립되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전문 서비스직 종사자 중 2주 이상 병가를 사용한 직원이 50명이 넘는 것, 직원 간 근무 시간 편차 문제를 두고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이용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 돌봄 종사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계를 더 뒤로 돌려보면 지난 11월 2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회의에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서비스 매칭시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정인 의원은 돌봄노동자 간 노동시간 불균형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아주 엉뚱한데서 찾았다. 서울시의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회의록을 보자.
  

2021년 11월 2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회의록 일부 발췌 ⓒ 김호세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기본적으로 관리자가 돌봄노동자와 이용자를 매칭해줘야만 근무로 이어진다. 쉽게 이야기하면 '회사에서 일을 시키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소영 의원이나 이정인 의원이 의회 안에서 하는 이런 비판들은 돌봄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온당하지 않다. 수많은 돌봄노동자들이 병가를 사용한다면 왜 병가를 쓰는지 이유를 분석하고 산업안전적인 측면에서 개선점을 요구해야하고, 노동자가 서비스 제공시간이 불균형하다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측에 매칭시스템과 관련한 문제들을 지적해야지 이걸 노동자의 처우가 문제라는 식으로 몰고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시의원들의 무차별적인 비판은 돌봄노동을 '싸구려' 취급하는 것이다. 아프면 당연히 병가를 내고 쉬어야 하고, 월급제 고용은 돌봄노동자가 돌봄노동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사회화 된 돌봄노동은 대부분 시급제, 계약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연히 일자리는 불안정 할 수밖에 없다.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코로나19에도 위험부담을 안고 묵묵히 돌봄서비스를 제공한 돌봄노동자들을 격려하기는커녕 그들의 처우에 대해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3항을 보자.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이다. 방문 돌봄노동자들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출근한 동안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근무명령이 있으면 서비스를 가야만 한다. 결국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이라는 것이다.

대기시간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실제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은 대기시간을 통해 센터에서 직무와 관련된 교육을 받거나 다음 서비스를 위한 재정비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인 것이다. 이것도 노동이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교육과 제대로된 휴식 없이 그저 줄곧 서비스만 제공하는 상황이 돌봄노동자나 이용자에게 어떠한 유익이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그동안 정부에 돌봄노동자의 월급제‧전일제 고용확대를 요구해왔다. 안정된 돌봄을 위해서는 당연히 돌봄노동자가 안정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사례는 일부의 특혜가 아닌 돌봄노동자의 고용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

복지국가를 이야기하면 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을 이야기하곤 한다. 복지국가로 안착하려면 안정된 사회화된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돌봄노동자'라고 하면 '저임금에 고용불안' 직종으로 떠올리는 것이 기본이다.

김소영, 이정인 의원 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도 돌봄노동자들의 안정된 처우에 대해 저급한 인식을 갖고 있다. 작년 2020년 9월 2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회의록을 보면 조상호 의원은 사회서비스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평가를 했다.
 

2020년 9월 2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회의록 중 발췌 ⓒ 김호세아

 
발언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회서비스원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필자도 돌봄노동자였던 한 사람으로서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과 고용의 안정을 높이는 사업이 과연 해괴한 사업인지 묻고 싶었다.

2020년, 2021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은 코로나19시기를 겪어 왔다. 사회유지에 필요한 필수노동자로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중단없는 서비스를 제공한 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돌봄노동을 하는 것이 사치인 것인가?

돌봄노동자들의 안정된 처우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의원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과연 그렇다면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를 지탱할 돌봄노동자들이 시급제/계약직의 불안정안 환경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것과 월급제와 안정된 정규직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것 중 이용자와 사회안정에 더 이로운 것은 무엇일까?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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