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 없는 취급을 당하는 것. 부끄럽고 슬픕니다."

부산 투시화 프로젝트 (3) 자동차 판매연대 현대자동차 수비대리점

검토 완료

김기영(yong4218)등록 2021.12.31 10:14
<투시화 프로젝트>는 부산 투쟁현장 가시화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는 투쟁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부산 예술인들의 프로젝트 입니다.

4차 산업혁명 앞에 생존권을 걱정해야하는 노동자가 있다. 우리는 열심히 내 일을 했을 뿐인데, 땀 흘려 수익을 만들어줬지만 뒤쳐진 취급하며 도태시킨다. '선진적'이라는 그 기술이, 온전히 민중과 노동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쓰임이 되길 바라며 농성장을 찾아간다.
 

피켓시위 ⓒ 김기영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철민(이하 윤) : 반갑습니다. 자동차 판매연대 노조 부양지부 소속 사무장 맡고 있는 윤철민입니다.
오여진(이하 작은 오) : 문체부장 오영진 입니다.
오문태(이하 큰 오) : 수비대리점 분소장 오문태라고 합니다.

Q. 벌써 200일 넘게 천막농성을 진행 중입니다. 판매대리점 투쟁의 발단은 어떻게 될까요?

작은 오 : 본래 자동차 판매대리점이라는 건 수많이 개소가 되고 폐업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폐업이 되면 인근대리점으로 배치가 되어 일을 계속 할 수도 있고 대체 개소가 되면 그곳에 배치가 되는게 정상적인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조가 생긴 뒤로 한차례 상황이 달라집니다. 15년도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 노동조합을 만들어지고 많은 대리점 노동자들이 가입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1년 뒤 노동조합 활동이 회사에 발각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100명정도의 대리점 노동자가 해고되는 사태가 일어납니다. 본사는 개입하지 않은 채 대리점이 해고를 하는 형식을 만들어낸거죠. 때문에 소속된 대리점 하나하나와 노조원들이 법정싸움을 해갔고 하나 둘씩 승소를 해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법원이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며 자동차판매 연대 노조가 쟁의권과 단체교섭권까지 확보하게 됩니다. '어, 이제 원래 방식대로 해고할 수가 없네?'싶었을겁니다. 그래서 노조탄압을 하는 방법으로 취하고 있는 게 대리점 폐업입니다. 수비대리점이 폐업이 되었고 우리는 이것을 위장폐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이번 '위장폐업'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이 예상되는데요...

작은 오 : 부산으로만 보면 기아자동차 광안대리점, 현대자동차 수비대리점이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광안대리점은 노조원이 7명이 있었고 대리점 소장이 회유와 협박을 통해 노조탈퇴를 유도했습니다. 실제로 7명의 노조원이 탈퇴를 해버렸어요. 그럼에도 본사의 행태는 비열했습니다. 비노조원이었던 3명은 인근지역에 재배치 되었구요. 노조원이었지만 탈퇴했던 직원들은 괘씸죄를 적용해 '재배치는 못 해주겠고 알아서 해라.'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미 노조 탈퇴를 했고 그 때문에 자동차 판매연대 노조에서도 어떻게 손쓸 수 없는 모습을 수비대리점 우리 조합원들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2달 뒤 수비대리점이 폐업되었습니다. 우리는 광안대리점의 과정을 봐왔기 때문에 똘똘 뭉쳐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비대리점 폐업의 표면적 이유는 '지속적인 적자'라고 합니다. 저희가 여러 통로로 자금이동경로를 조사하고 계산을 해봤거든요. 어차피 수익은 우리가 팔아준 차에서 나오는 거니까. 아마 뒤로 빼돌린 돈이 100억 정도는 될 겁니다.(웃음) 대리점 소장은 폐업의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상의나 언질도 하나 없었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20년 9월쯤에 폐업이 기정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10월이 되어도 11월이 되어도 소장이 말이 없길래 제가 먼저 물어봤습니다. "폐업사실을 왜 숨겼느냐?" 그랬더니 소장이 하는 말이 "현대자동차 지역 본부장이 직원들에게 폐업사실을 알리면 안 그래도 불경기에 제대로 차를 팔겠느냐." "그냥 숨겨라." 라고 했다는 겁니다. 끝까지 우리를 돈벌어주는 기계로 생각했다는 거죠. 격분한 수비대리점 노조원들은 폐업 전 20년 12월부터 부산 지역본부인 중부지점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책임있는 대체개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Q. 본사의 반응은 어때요? 수비대리점 조합원들이 그렇게 어이없는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작은 오 : 우린 다른 거 없어요. 본사는 우릴 강성노조라고 생각하고 금속에 미친놈들이라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기본급도 없고 상여금도 없고 4대 보험도 적용 안 되는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그달 차를 팔면 다음달 15일날 수당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퇴직금자체가 없기 때문에 제가 14년 근무하고 나왔는데 퇴직금도 없습니다. 우리는 기본급을 달라 상여금을 달라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다시 일하게 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십 수 년을 차를 팔아왔기에 전투력이 아주 좋습니다.(웃음) 왜 우리를 두고 다른데서 사람을 보충해서 씁니까. 우리가 차를 많이 팔면 위에서는 돈을 엄청 버는 구조입니다. 대리점 소장하는 사람들은 내심 우리를 쓰고 싶을 거에요. 근데 현대자동차 지역본부에서 우리를 절대 고용하지 말라고 했겠죠. 그래놓고 표면적으론 본사 관할이 아니니 대리점과 해결해라는 식입니다.

Q. 소장의 경영부실에 대해서도 말해주셨습니다. 소장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윤 : 하청 업체사장이 "나 공장 문 닫겠다."라고 한 겁니다. 실제로 송정에 대체 대리점이 생겼고 노동조합으로 찍힌 게 아니라면 별 문제없이 당연스럽게 그쪽으로 배치가 되었을텐데 "이들을 받아주면 조합을 확장시키는데 큰 영향을 줄거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전국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고.

큰 오 : 동서남북에 점이 다 찍혀가지고 갈 데가 없습니다.

윤 : 살생부에 이름이 적힌거죠. 저희가 기본금 4대보험이 없기 때문에 소장입장에서는 한 대만 파는 직원이 무수히 많아도 손해볼 게 없어요. 30%를 꼬박꼬박 떼어가니까. 사무실 청소도 해주고 잡일도 시킬 수 있고. 착취하면 되니까 소장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볼 게 없어요. 그렇다면 '이건 본사의 입장이다.'라고 추론이 가능한겁니다.

작은 오 : 대리점이라는 처음 생긴 게 IMF랑 관련이 있거든요. 그때는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이 없고 영업소라는 곳에서 현대자동차를 팔았는데. 그 인원을 줄이기 위해서 똘똘한 직원들에게 "니 그냥 나가서 개인사업자 해라."해서 생긴게 대리점이고, 대리점 소장입니다. 차가 많이 팔리던 시절은 큰 문제도 없었어요. '가족 같은 경영'이라고 대리점안에서도 같은 현대자동차 직원이라는 분위기라는 게 있었구요. 근데 돈 앞에서 욕심이 생기니까. 대리점이 담합을 해서 점점 수수료를 높여가고 대리점 직원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 한거죠.

Q. 자동차 판매연대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은 직고용이 맞는가요?

윤 : 아직 먼 얘기 같습니다.

작은 오 : 마트도, 철도도, 공항도 직고용 되는 사례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단일사업장입니다. 사업자번호가 한 개 밖에 없어요. 근데 우리는 사업자번호가 800개에요. 대리점별로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목표는 직고용이 맞거든요. 지금은 시스템으로는 직고용으로 가는 길도 너무나도 멉니다. 단합해서 현대자동차 본사하고 싸워야하는데 그런 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큰 오 : 다들 자기일이라기 보다는 지켜보는 것 같아요.

윤 : 자동차 판매 노동자가 같은 사무실 내에서도 동료라기 보단 경쟁자이거든요. 대리점별로도 마찬가지구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다보니 일반회사처럼 마을을 모으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수익을 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못하다 보니 고객을 만나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어요. 이 사회가 사람을 계산적이게만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Q. 노조가입은 왜 하셨어요?

작은 오 : 나는 대리점 들어올 때 개인사업자로 알고 들어왔거든요. 대리점에 주는 돈을 일하는 공간을 임대하는 돈이라고 계산해도 월 150만원이상 주는 꼴이 되더라구요. 말은 사업자라고 해놓고 아침출근해서 준비 안하고 있으면 인격모독도 엄청 심했구요. '느그 집 몇 평사노?'부터 와이프랑 애들 걱정까지 다 해줍니다. 일주일에 한번 씩은 기분 내키면 7시까지 오라고도 해요 판촉 한다고. 그 시절엔 주말에 자동차정비도 시켰습니다. 노조생기고 없어졌는데 판매직원들이 정비까지 배워서 해주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건 부당하다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개선을 하고자 했어요. 노동조합 가입하고 보니 '아 우리가 사업자가 아니고 노동자였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전까지는 나도 사장이다 생각했어요. 내가 진짜 한번 비참한 거는 돈이 좀 필요해서 은행에 대출하러 갔거든요. 소득금액은 충분하다고 해서 서류를 챙겨서 갔는데 "이거는 방문판매네요?"하면서 사업자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노동조합을 필히 가입해야겠다. 그때 한번 더 결심한 것 같습니다. 가입하고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큰 오 :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친구 통해서 대출을 받으러 갔더만 직군에 안 잡혀서 "니는 백수다."이렇게 얘기 하더라구요.

작은 오 : 4대 보험을 들 수 없는 직군이다 보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보험료 부담도 어마어마 합니다. 만약에 기본급을 못 받더라도 보통의 직장처럼 보험료를 직장과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것만이라도 빨리 개선이 되면 좋겠어요.

Q. 대리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대리점을 만들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작은 오 : 좀 설명을 드리면 자동차 판매는 직영점하고 대리점으로 투 채널로 돌아가게 됩니다. 대리점이 80%정도 판매한다고 통계에 잡혀요. 본사에서 주장하는 4:6의 판매비율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고객에게 판매하는 막대한 수익은 판매대리점에서 맡고 있습니다. 직영점에서는 개인고객이 차 사러 오면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차 살꺼면 대리점 가서 사세요." 라고 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큰 오 : 직영 직원은 월급이 나오니까 선팅이니 블랙박스니 서비스를 할 필요도 없고, "여기서 안 살거면 대리점가서 사라."는 식 인거죠.

윤 : 직영점은 신규를 안 뽑습니다. 이제 판매직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한때 사람이 팔아야할 때는 잘 써먹었지만 이제는 사람이 팔지 않아도 되고 노동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현대 경차를 완전 인터넷판매로 굴리고 있고. 테슬라 같은 기업들도 그런 시스템이거든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 없는 취급을 당하는 것. 부끄럽고 슬픕니다.

Q. 4차산업혁명 바람이 불며 이득은 회사가 가져가고 피해는 노동자들이 보는 것 같습니다.

작은 오 : '본사에서 대리점을 관리감독 하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마치 현대자동차의 직원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우리도 본사의 전산시스템에서 직원코드를 받아서 영업을 하고 있구요. 전산에 남는 실적과 업무로 점수를 평가 받습니다. 노동조합 생기고 법적으로 걸릴게 많으니까 본사에서 말만 쏙 바꾼 게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리점 소장을 대리점 대표라고 바꿔 부르구요. 우리도 대리점직원 사번이라는 게 다 있었는데 그것도 등록인원으로 바뀌었습니다.

Q. 또 겨울이 오고있습니다. 쉽지 않은 농성일과일텐데요. 투쟁의 하루살이가 궁금합니다.

윤 : 선전전을 아침 8시반~9시반, 점심 11시반~12시반, 저녁 4시반~5시반에 진행하고 있구요. 좀 젊은 조합원 둘이 돌아가면서 격일로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오 : 지난겨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장판 틀고 자면 등에는 땀이 쫙 나는데 입에선 입김이 폴폴 납니다.(웃음)

윤 : 그래도 겨울이 여름보다 낫지요. 여름은 진짜 죽어요. 모기도 많고. 에어컨도 사서 틀어봤는데 발전기가 못 버텨서 반납했습니다.

작은 오 : 그치요. 여름엔 사실상 천막에 있다기 보단 차에 가서 에어컨 틀어놓고 거의 뜬눈으로 지샙니다.

윤 : 집회참석은 한주는 타 지역으로 연대가고 한주는 농성장 앞에서 진행하고 합니다. 농성장 앞에서는 한 달에 2번 집중집회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작은 오 :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농성장이 비어있지 24시간 사람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언제든지 연대 방문하셔서 이야기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아 연락은 한번 주세요. 송정대리점에서도 선전전을 진행할 때가 있어서!

Q. 문제 해결될 때까지 천막농성은 계속 되는걸까요?

작은 오 : 좀 창피한 얘기지만 처음에는 쇼맨십도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1달이면 안 끝나겠나."했지요. 200일이 넘고 보니 이제는 오기가 생깁니다.

윤 :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름은 번듯하게 만들어놓고 현실은 불법 파견직, 비정규직에 불과합니다. 일이라도 다르면 모르겠지만 여느 비정규직이 그렇듯 정직원 판매직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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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집회 ⓒ 김기영

 
Q.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작은 오 : 사업자가 아니고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지요. 노조법은 적용이 되지만 웃기게도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근로자는 아니라 이거지요. 원청을 상대로 쟁의 행위를 하지만 교섭은 또 판매대리점 각각이 진행해야합니다. 수비대리점은 협상이 결렬상태인겁니다.

윤 : 본사 노무사도 우리를 법정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요구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단체 교섭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리점 협의회라는 게 있는데 대리점 노동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전체 교섭을 하자는 내용으로요. 하지만 절대 우리가 모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작은 오 : 장기화되면서 앞으로 기약이 없습니다. 나는 결혼도 늦게 해서 애도 6살입니다. '이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윤 : 아마 그것까지도 계산에 있을겁니다. 우리 대리점 조합원 구성이 어떻게 언제까지 버티다 그만둘 거라는 계산 말이죠.

작은 오 :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저들의 계산을 비웃으며 끝까지 할 수 있는 길은 그것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날짜 / 2021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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