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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청년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청년도시학교

등록 2021.12.31 09:49수정 2021.12.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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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청년지원센터 H.E.Y(센터장 이윤신)는 2월 개관 이후 경기 화성시의 청년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던 지난 15일, 센터의 첫해를 각각의 색깔로 채웠던 청년을 화성시민신문이 만났다. 도시학교를 통해 연을 맺은 세 명의 청년(이상준, 김가현, 이시원)과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윤신 센터장, 정다영 매니저를 만나 청년지원센터의 첫 해를 갈무리했다. 

# 그들의 첫 만남, '화성시 청년 도시학교' 
 

도시학교 공유회에 참석한 화성 청년과 멘토.  ⓒ 화성시민신문


화성청년지원센터의 첫 장기 프로젝트, '화성시 청년 도시학교'(이하 도시학교)는 이윤신 센터장이 구상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올해의 목표는 '발굴'과 '연결'이다. 센터가 청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묻기 전에 청년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도시학교는 관내 청년 대상이 직접 참여하며 '그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스스로 기획하는 사업이다. '도시 인문학', '여행하는 도시', '실험하는 도시'라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 청년이 자신의 삶과 도시를 연결 짓는다. 

총 13명의 청년이 석 달 동안 함께 도시학교를 경험했다. 청년들은 자연스레 센터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연결됐다. 인터뷰에 응한 이상준(30, 영천), 김가현(24, 봉담), 이시원(22, 봉담) 씨는 도시학교를 통해 '자기 발견'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프로그램의 주체로 도시와 자신을 연결했다. 

# 제각각의 이유로 센터에 찾은 청년들 
 

김가현(24, 봉담) 씨  ⓒ 화성시민신문


통학을 위해 안산에서 오랜 시간 자취를 했던 가현씨는 대도시보다는 청년 공동체가 잘 형성되어 있는 도시에서 일과 거주를 하고 싶었다.

그는 "도시학교의 '도시 인문학' 강사의 라인-업을 보고 신청하게 됐어요. 화성이 고향인 제가 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있었죠"라고 말했다.


시원 씨는 '화성보통청년들'(이하 화.보.통) 마을 공모사업을 하는 등 이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도시와 청년'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가진 청년을 더 만나고픈 갈증이 있었다고. 

"함께 공부하던 의제를 확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공감하는 청년이면 누구라도 만나고 싶다는 기대가 컸죠. 도시와 청년을 주제로 한 강연이나 프로그램을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했어요."

#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이윤신 센터장은 도시 인문학의 강연자를 선정하는 데에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청년들에게 연결해주고 싶은 멘토들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것. 그는 멘토들이 '이렇게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청년에게 다양한 삶의 경로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딴짓하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사회는 딴짓을 위험하다고 규정하지만 딴짓은 새로운 창출을 위한 탐색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강연자들의 공통점은 출발이 거창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별것 아닌 시작으로도 꽤 괜찮은 결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무엇보다 탐색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청년들에게 전달했다. 

가현 씨는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의 강연을 인상 깊어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려는 일을 다른 사람이 좋아하게 만들까?'라는 단순한 물음을 던지고, 이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확인하면서 '보틀위크'까지 탄생한 과정이 놀라웠다. 

# 지역의 멋진 어른 찾기 
 

이상준 (30, 영천)씨  ⓒ 화성시민신문



도시학교의 두 번째 섹션은 화성 안팎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가현 씨는 '소다미술관'의 장동선 관장을 만났던 경험을 꼽았다. 상준 씨 역시 세 번이나 더 미술관을 방문했다. 이 두 사람은 이전에는 소다 미술관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가현 씨는 "우리 동네 근처에 이런 분이 살고 있다니! 감격했어요."라며 "멋진 어른을 만났구나, 내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도시를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센터장은 청년들이 도시 안의 의미 있는 공간을 직접 보길 원했다. 혼자라면 만나기 힘든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되길 바랐다고. 소다미술관의 관장, 페어라이프의 센터장을 섭외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센터장은 "역시 '연결'이라는 주제로 여행할 공간을 선택했다. 청년들에게 연결해주고 싶은 지역의 선배들을 온전히 보여 주려면 현장에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방문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 참여자에서 주체자로

세 명의 청년들은 도시학교를 넘어 단순한 참여가 아닌 각자가 그 프로그램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맡아서 활동했다. 

상준 씨는 또래 학교의 강사로 참여했다. 상준 씨는 커피와 카페 창업을 주제로 한 3회차의 강의를 열었다. 자신의 강의에 대한 또래의 피드백 또한 들을 수 있었다. 

"멘토들과 상의하며 제가 강의에 집중한 나머지 또래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의 강의부터는 더 편하게 대화 형태로 강의를 이어 갔고, 스스로 발전한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시원 씨는 '청년 공론장, 청년 수다' 프로그램에서 기획자로 활약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청년 1인 주거'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은 명확해졌으나, 화성의 사례가 없어 아쉬움이 컸다. 실제 화성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정책까지 이끌어 보고 싶었다. 이에 대안적 사례를 찾아내 패널로 초대, 다른 청년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 청년들이 원하는 청년지원센터 
 

이시원(22, 봉담)씨  ⓒ 화성시민신문



그렇다면 세 명의 청년들이 원하는 청년지원센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친구들에게 이 센터를 권해본다면, 어떤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세 청년 주변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라 남들 다한다는 토익 공부를 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청년지원센터를 권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상준 씨는 '다른 청년과의 연결'이 센터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센터가 다른 청년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면 좋겠어요"라며, "대학교 학과 사무실 같은 공간 말고, 동아리방 같은 공간이 된다면 청년들이 찾아오지 않을까요"라는 의견을 말했다. 

시원 씨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청년들에게 '청년지원센터'라고 하면, 사실 동사무소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취업 정보 같은 것을 제공하는 기관 정도? 센터에서 경험했던 '관계 맺음'을 청년들에게 가시화해서 보여주면 좋겠죠."라고 말했다. 

# 화성 청년 위한 안전한 실험실 

이윤신 센터장은 청년지원센터가 필요한 청년을 '전환기의 삶을 사는 청년'이라고 규정했다. 삶의 경로를 바꾸고, 탐색해야 하는 모든 청년에게 센터가 '안전한 실험실'이다. 

그는 "사회는 청년에게 창업하라고 내모는데, 사실 실패를 했을 때의 타격이 너무 크다. 창업을 하기 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험해보고 가능성을 확인하도록 돕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센터는 또 다른 학교일 수도 있다. 단 학교와 달리 '길을 찾는 속도도 강조하지 않는 곳'이다"고 정의했다.

정다영 매니저는 '소속감'을 찾는 청년들에게 센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이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의 소속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센터가 청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나의 울타리를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 30명만 남겨 보자는 마음 
 

왼쪽부터 정다영 화성청년지원센터 매니저와 이윤신 청년지원센터장  ⓒ 화성시민신문


센터장은 처음 센터를 개관하면서 올해의 목표로 '30명을 남겨 보자'라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그는 '남긴다'라는 말은 센터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거나, 센터를 통해 변화하는 청년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정량적 목표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가진 청년들이 많아지길 희망했다.

내년 가까운 미래의 청년지원센터는 어떤 장을 맞이하게 될까. 

그는 "센터 방문이 어려운 청년을 어떻게 발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한다"라며 "사회의 테두리에서 멀어진 청년, 매일 노동하는 청년에게까지 센터가 닿아야 진정한 '청년 지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화성 궁평항 어딘가 청년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는 페스티벌이 열리고, 전국에서 화성으로 몰려오는 즐거운 상상을 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화성청년도시학교 #화성청년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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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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