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행보를 보며 더욱 확실해진 점이 있다. 바로 신지예씨는 자신이 지위와 권력을 차지해 페미니즘을 실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운동은 권력을 재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력을 쫓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원래부터 '기득권' '중산층'의 '국민의힘'다운 관점으로 페미니즘을 이용한 것이 아닐까?
윤석열 후보와 함께 하기로 손잡은 이후, 신지예씨는 윤 후보와 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2일, 전북대학교 초청 강연에서 윤석열 후보는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라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신지예씨는 "처음으로 지지하기로 한 걸 진심으로 잘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답변이 윤석열 후보를 치켜세우기 위해 스스로의 자존심을 깎아가며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윤석열 후보가 계속해서 헛발질을 할 때 적극 옹호하고 동조하는 신지예 씨의 행보를 보면 그는 변절하거나 변심한 적이 없으며 자신이 권력을 차지하기에 더 유리한 방법을 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은 언제나 투쟁 중
페미니즘은 늘 정치에서 외면받아 왔으며 때로는 이용당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은 보수 기득권의 페미니즘 공격을 온 연대로 이겨냈고, 그 연대로 성차별에 맞서왔다. 윤석열 후보가 "페미니즘이 저출산의 원인이다" "차별금지법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차별의 본질을 흐려도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근 윤석열 후보의 청년공약만 봐도 앞으로 나서야 할 싸움이 눈에 훤히 보인다. 여성가족부 이름을 성평등가족부 또는 양성평등가족부로 바꾸겠다고 약속하며 차별의 본질을 왜곡하고, '역차별'의 틀을 쓴 백래시를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다. 명칭은 바꿀 수 있으나 명칭을 변경해가면서까지 무분별한 여성혐오 표를 얻고, 여성주의는 지워버리려는 속셈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자는 공약도 있다. 전체 성폭력 범죄 중 무고죄로 기소되는 비율이 최대 0.78% 남짓이다. 성폭력범죄를 입증하는 과정마저 폭력으로 작용하는 우리의 현실을 전면적으로 외면한 채, 반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정책을 윤석열 후보는 제시하고 있다.
이에 여성운동 진영 및 여성 당사자들은 '절대 윤석열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 수 없다'며 강한 입장을 분명히 하며 맞서고 있다. 페미니즘을 무기로 정치와 싸우고자 했던 신지예 씨가 떠난 길에도 성차별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사람들은 모이고 있다.
그래도 페미니즘은 계속 된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모두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약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라고 선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논리적인 이야기로 보이지만 사실은 본질을 가리는 표현이다. 가부장제가 사회에서, 정치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한다면 어물쩡 성차별을 이렇게 표현하진 않을 것이다. 이렇듯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의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않는 방향으로 양 당은 지금껏 대선을 이끌어왔다. 정치에서 설자리 없는 여성들은 정치혐오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다.
일주일 전, 나홀로 차별금지법을 종교계에 설득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차별금지법에 손사래를 치고 있을 때, 심상정 후보는 차별금지법을 내치는 한국교회총연합까지 방문해서 국민의 삶을 어깨에 짊어지고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또 성차별을 뿌리뽑기 위하여 비동의 강간죄 도입, 성폭력 원아웃, 디지털성범죄 대응 국가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정치가 여성 시민들의 권리를 내치고, 미루고, 무시할 때 페미니즘 정치는 대선의 에너지를 타고 다시 생기를 회복하고 있다.
신지예씨의 급커브로 페미니즘 정치는 위기를 마주하는 듯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은 더욱더 단단한 정치세력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더욱 당당하게 여성들의 요구를 페미니즘 정치로 전달하고 있다.
신지예씨는 가도 페미니즘은 계속된다. 법과 제도 안에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 시민들을 대변할 페미니스트 정권을 만들기 위해, 단순히 민주당을 심판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정치가 외면했던 페미니즘을 정치의 최전방으로 만들기 위해 남은 페미니스트들은 차별과 다시 맞설 것이다. 아주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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