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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1호 민원 직접 마무리해주길"

2021년 마지막날까지 청와대 앞 1인시위 이어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모친 이영문씨

등록 2021.12.31 16:33수정 2021.12.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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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어머니 이영문씨. 이씨는 매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벌써 다섯번째 겨울이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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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어머니 이영문씨. 이씨는 매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벌써 다섯번째 겨울이다. ⓒ 김종훈

 
오전 10시, 기온은 영하 11도로 내려앉았지만 엄마는 습관처럼 주황색 패딩을 챙겨 입고 서울에 있는 큰딸 집에서 나왔다. 30분 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린 엄마는 청와대가 자리한 서울 종로구 효자동으로 무거운 다리를 옮겼다. 10시 45분께,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청와대 인근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피켓을 챙긴 뒤 늘 서는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 자리했다. 벌써 다섯 해째 반복되는, 2021년 마지막 날 엄마의 겨울 일상 모습이다. 

올해 73세인 이영문씨는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 한가운데서 원인도 모른 채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엄마다. 이씨는 아들이 실종된 뒤로 고향 춘천을 떠나 딸 집에 머물며 매일 오전 11시부터 점심무렵까지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들고 선 피켓에는 5년 전 처음 시위에 나섰을 때와 같은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님. 1호 민원. 스텔라데이지호를 끝까지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아들 허재용씨는 2016년 11월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이영문씨에게 평소처럼 "엄마 잘 갔다 올게"라고 인사한 뒤 5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 당시 60대였던 엄마도 어느새 70대 노모가 돼버렸다. 

몽니 부린 기재부, 2차 심해수색 번번이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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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서양에 두고 온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유해.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2019년 2월,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을 통해 선박의 블랙박스인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하고 유해로 추정되는 사람 뼈와 오렌지색 작업복, 작업화 등을 발견했다. 침몰 후 2년 만에 나타난 성과에 지쳤던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크게 반가워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당시 정부와 계약한 심해수색업체는 '유해 수습이 과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발견한 유해를 심해에 그대로 두고 오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심해수색 현장에서 긴급상황 등을 조율해야 할 우리 정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1차 심해수색은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수년이 지난 상황이지만 어머니 이씨가 당시 우리 정부의 대처에 지금도 분노하는 이유다. 


"그때 발견한 유해라도 수습해 들고 왔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날까 싶다. 자기들(공무원들) 가족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저리 처리했을까 싶기도 하다. 다섯 번째 겨울이 됐지만 오직 아들만 생각하며 이렇게 버틴다."

이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에 섰다.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누나들도 2차 수색을 위해선 '재원이 필요하다'라는 외교부 당국자의 말에 국회 의원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결국 가족들의 노력으로 추가 심해수색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재부가 예산심의 최종 단계에서 편성예산을 전액 부결하는 몽니를 부렸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대해 기재부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된 기본 입장은 민간 선사(폴라리스쉬핑)가 책임져야 한다. 이런 문제는 민간 선사와 실종 선원 가족들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100억 원으로 편성됐던 예산을 0원으로 만들었다. 기재부의 이러한 몽니는 매해 반복됐다.

기재부, 2차 심해 수색 조건부 승인... 해심원 "보고서 작성위해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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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4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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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4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반복되는 예산 부결 상황에서도 엄마 이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고 2차 심해수색을 재개를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침몰 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을 위해서는 2차 심해수색이 필요하다"며 "이는 정부의 책임임을 강조하고, 2차 심해수색을 위해 필요한 부처 간 협의와 합의를 위한 국무총리의 중재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번번이 반대 입장만 피력하던 기획재정부도 '2022년도 예산안 수정안'에 부대의견으로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관련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보고서 발표 등 진전사항을 바탕으로 추후 2차 심해수색에 필요한 예산을 지체 없이 지원한다"라고 명시했다.

31일 <오마이뉴스>가 해양수산부 소속 정부 기관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직접 확인한 결과 현재 특별조사보고서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중앙해양안전심판원 관계자는 "특별조사보고서 작성을 위해 조사 중에 있다"면서 "기간을 정해놓고 조사보고서를 작성 중인 건 아니지만 조사가 마무리되고 결론이 정확하다 판단되면 보고서가 나오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엄마 이영문씨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여름과 다섯 번의 겨울을 서서 버틴 것도 오로지 심해수색 그거 하나 바라고 그런 것"이라며 "진짜 하루빨리 심해수색이 재개돼 내년에는 이 자리에 서고 싶지 않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사항은 문재인 정부 민원 1호 아니냐"며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문 대통령이 정권 1호 민원을 직접 마무리를 지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씨의 아들 허재용 선원이 탔던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전체 승선원 24명 중 필리핀인 선원 2명이 구조됐지만 한국인 선원 8명 등 22명은 사건 발생 5년이 되어가도록 실종 상태다.
#스텔라데이지호 #기재부 #문재인 #청와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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