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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월 31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열린 천태종 상월원각 대조사 탄신 110주년 봉축 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리적으로 후보 교체 방법은 없다. 전혀 불가능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월 28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준석 대표는 "우리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만약에 선거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는 행위를 한다면 후보 교체가 될 수는 있겠지만"이라고 조건을 달면서도 "그러면 어차피 선거는 진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앞두고 양강, 특히 보수·야권의 후보교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발단은 한길리서치가 <아주경제>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다. 한길리서치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야 대선후보 교체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여기에 응답자의 56.6%가 필요하다('매우 필요' 38.2% + '조금 필요' 18.4%)라고 답했는데,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무려 70.4%('매우' 50.7% + '조금' 19.6%)가 후보 교체 필요성에 공감했다. 보수층에서도 67.4%('매우' 48.1% + '조금' 19.3%)였다.
비록 구체적으로 '윤석열 후보의 교체 필요성'에 대해 물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보수 야권 지지층의 마음이 한 데 모이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 여론조사만 유달리 튄 게 아니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결과가 다른 기관 여론조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말한 대로 정말 후보 교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당헌 제72조] 후보가 사퇴하는 경우
대선후보를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후보가 사퇴하는 경우다. 대선후보가 궐위된 정당은 후보를 새로 선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당헌 제72조는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전 120일까지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다만, 선출된 대통령 후보자에게 사고가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도 정해뒀다.
하지만 최근의 여러 악재 속에서도 더욱 왕성하게 지역방문 일정을 진행하고, 한층 더 거친 언사로 정부·여당과 상대 후보를 비난하고 있는 윤 후보가 스스로 대선을 그만두리라 여기긴 쉽지 않다.
한 캠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후보교체론이 나오는 것 자체를 우리가 심각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라면서도 "후보 교체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응답하는 사람이 모두 실제로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를 향해 '더 잘해라'라고 회초리를 드는 것이지, 실제로 지지를 철회하거나 다른 후보로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후보 교체를 논의하는 건 더 큰 혼란만 가중시킨다. 말도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당헌 제74조2] 당이 후보를 교체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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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후보자의 뜻과는 달리, 당이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 국민의힘 당헌 제74조의2에 따르면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후보자선출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부담은 상당하다. 정상적인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거쳐 선출한 후보를 교체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소위 '본부장(본인·부인·장모)'으로 불리는 리스크 중에서도 후보 본인과 관련해 명백한 범죄 행위가 드러나거나, 심대한 결격 사유가 드러나야 한다.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당이 후보 교체에 나서게 되면 당내 갈등만 폭발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바꾼다 한들,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윤석열 후보 관련 문제가 연이어 터지고, 선대위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홍준표 의원이 후보로 나선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하는 방식이 달랐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라며 "지지층에서는 지금이라도 홍준표 후보로 바꾸는 게 낫다고 요구하는 이들이 꽤 있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현실이 된다고 해서 지금보다 상황이 좋으면 좋았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특히 "지금 이탈하고 있는 2030세대의 표를 다시 갖고 올 수 있다는 데서 우선 차별점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경로] 단일화를 통해 교체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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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부인 김미경 씨와 함께 12월 31일 서울시 강북구 수유재래시장을 방문,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정당간 후보 단일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양강의 '비호감 대선' 구도 속에서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껏 단일화, 특히 정치인 안철수에 부정적이었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마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물론 지금껏 국민의힘에서 말해온 후보 단일화는 '윤석열로의' 단일화다. 안철수 지지층을 끌어들여, 지지율을 올린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서울특별시장 재보궐선거 때, 같은 방식으로 승기를 굳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도 될까? 지난 4.7 재보궐선거 때도 안철수 후보 지지 활동을 벌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꽤 있었고, 오죽하면 당내에서 '서운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윤석열로 정권교체'가 불확실해질 경우 그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와의 연대를 강조했던 한 현역 의원은 "지금이야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나오고,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모여 있지만, 상황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의원들도 줄을 갈아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단일화 방식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핵심이겠지만, 통합 논의까지 함께했던 안철수 후보를 정권 교체의 기수로 내세우는 게 나쁜 선택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단일화만 넘어갈 수 있다면, 오히려 본선 경쟁력은 더 높을 수도 있다"라고 낙관했다.
"반문 대표선수의 교체... 박근혜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후보교체론은 이제부터 더 본격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며 그 배경으로 ▲상대 후보에게 못 이긴다는 인식의 확산 ▲'반문 대표성'이 석방된 박근혜에게 넘어갈 가능성 ▲후보의 자질 논란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엄경영 소장은 특히 "지금까지의 반문 대표는 윤석열이었는데, 이제 대표선수가 박근혜로 교체된 것"이라며 "박근혜가 윤석열 후보를 도와주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적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와 맞서서 경쟁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2030세대의 이탈도 심화되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윤석열 후보의 강력한 지지층으로 남아있는 건 60대 이상과 영남인데, 두 계층 모두 박근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진단했다. "지지율이 20%대 초중반까지 하락하고, 박근혜의 비토가 분명해지면 윤석열의 정치적 기반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라며 "후보교체론이 현실화될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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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한 시민이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구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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