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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주기 미스터리... 가장 긴 빙하코어를 찾아라

[신진화의 백 투더 퓨처] 4만 년에서 10만 년으로 기후 주기가 바뀐 이유

등록 2022.01.04 12:25수정 2022.01.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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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학자.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에서 빙하로 과거 기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미래의 열쇠입니다. 미래 이산화탄소 농도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빙하 속에 기록된 80만 년 동안의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기록을 여러분께 읽어드리겠습니다.[편집자말]
 

80만 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남극의 기온변화. 데이터 출처: Bereiter et al. (2015); Jouzel et al. (2007) ⓒ 신진화

 
지금까지 남극 빙하에 기록된 80만 년 동안의 기후와 이산화탄소 기록을 살펴보았습니다. 80만 년의 긴 시간으로 보았을 때 대략 10만 년 간격으로 8번의 빙하기-간빙기 주기가 발생했습니다.

이때 남극 온도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유사하게 변화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추운 빙하기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낮았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온화한 간빙기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았습니다(관련기사: 지구 온난화 '김 빠진 사이다'를 기억하세요 http://omn.kr/1vsq3).

그런데 왜 80만 년 동안 10만 년의 주기로 빙하기-간빙기 주기가 발생했을까요?

태양은 지구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외부 에너지원입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1년 동안 돕니다. 이를 공전이라고 합니다. 지구는 매일 하루 한 바퀴 스스로 회전합니다. 이를 자전이라고 합니다. 공전과 자전이 발생하는 동안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양이 달라지는데 그 변화로 기후의 주기가 발생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밀란코비치 주기(Milankovich cycle)라고 합니다.

◇ 이심률의 변화 = 지구는 공전할 때 태양 주위를 타원형 모양으로 회전합니다. 그러나 이 공전 궤도는 항상 타원형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타원형에서 원형으로 되었다가 다시 타원형이 되기도 합니다. 타원이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보여주는 수치를 '이심률'이라고 하고 공전 궤도의 주기적인 변화를 '이심률의 변화'라고 합니다. 이심률은 10만 년 주기로 변합니다. 이심률의 변화가 보여주듯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변하면서 지구에 도달하는 연간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도 달라집니다.

◇ 세차 운동 = 지구 자전축이 지구 공전면 기준으로 평균 23.5°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지구는 완전한 원형이 아닙니다. 적도 부분의 반지름이 약간 더 긴데 이 때문에 지구는 꼭 팽이의 마지막 회전처럼 회전축 기준으로 비틀거리며 회전합니다. 이를 '세차 운동'이라고 합니다. 지구가 팽이처럼 까딱거리며 한 바퀴 도는데 2만 6000년이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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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세차운동 ⓒ NASA

 

◇ 자전축 기울기 변화 = 그런데 이 자전축의 기울기는 23.5도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22.1°에서 24.5° 사이를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합니다. 이 자전축 기울기 변화는 4만 1000년의 주기를 가지며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로 위도에 따라 태양 에너지가 들어오는 양이 달라져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심률의 변화, 지구의 세차운동, 그리고 지구 자전축 기울기 변화와 같은 천문학적인 요인에 의해 일사량이 변해 기후는 주기적으로 변동합니다. 그중 북반구 고위도 지역(특히 북위 65도 부근)에서의 일사량 변화가 빙하기-간빙기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 이유는 북위 65도 부근이 빙하기가 시작될 때 빙하가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여름철 일사량이 중요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천문학적인 요인으로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일사량이 줄어들어 여름철 온도가 낮아지게 되면 겨울철에 이 지역에 내린 눈이 여름에 녹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대륙빙하가 점점 성장하게 됩니다.
 

청빙(Blue ice) ⓒ 한창희

 
빙하는 반사도가 높아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다시 지구 밖으로 보내버립니다. 그 결과 지구의 온도를 낮추게 되고 빙하는 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온도가 낮아지니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해양으로 더 잘 녹아들어가고 이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낮아집니다. 이로써 지구의 온도는 더더욱 낮아집니다.

반대로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일사량이 증가하면서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해 간빙기가 시작됩니다.

80만 년의 기후 자료를 살펴보면 10만 년의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80만 년 기간에는 이심률의 변화가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해양퇴적물로 복원한 더 긴 데이터를 보면 약 90만 년 이전에는 기후 주기가 4만 1000년으로 지구 자전축 기울기 변화가 기후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120만 년~ 90만 년 사이에 주기가 4만 1000년에서 10만 년으로 바뀌었습니다.

왜 갑자기 기후 주기가 길어졌을까요? 기후 주기 전환에 대해서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많은 가설 중 하나는 지구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지구의 온도를 전체적으로 낮추며 지구의 빙상이 더욱 커져 지구 주기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80만 년 이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직접적으로 복원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 수치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남극 ⓒ 최한진

 
현존하는 가장 긴 빙하코어(극지방의 빙하에서 채취한 원통 모양의 얼음 기둥)는 남극 동쪽에 위치한 돔 씨 (Dome C) 빙하 코어입니다(길이 3270m).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빙하연구소에서 이 미스터리한 주기의 변화를 밝히기 위해 남극에서 가장 오래된 빙하코어를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빙하코어로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빙하코어를 확보해 우리가 몰랐던 기후의 비밀을 밝혀내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Bereiter, B., Eggleston, S., Schmitt, J., Nehrbass-Ahles, C., Stocker,T. F., Fischer, H., Kipfstuhl, S., and Chappellaz, J.: Revision of the EPICA Dome C CO2 record from 800 to 600 kyr before present, Geophys. Res. Lett., 42, 542–549, 2015.

Jouzel, J., Masson-Delmotte, V., Cattani, O., Dreyfus, G., Falourd, S., Hoffmann, G., Minster, B., Nouet, J., Barnola, J. M., Chappellaz, J., Fischer, H., Gallet, J. C., Johnsen, S., Leuenberger, M.,Loulergue, L., Luethi, D., Oerter, H., Parrenin, F., Raisbeck, G.,Raynaud, D., Schilt, A., Schwander, A., Selmo, E., Souchez, R.,Spahni, R., Stauffer, B., Steffensen,
#이산화탄소 #기후변화 #남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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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과거가 궁금한 빙하학자 (Paleoclimatologist/Glaciolo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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