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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문제는 신지예가 아니다

[주장] 영입할 땐 "민주주의 실현" 지지율 떨어지자 '손절'... 뚜렷한 신념 없이 휘둘리는 게 문제

등록 2022.01.03 17:50수정 2022.01.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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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한국거래소 개장식 참석을 끝으로 공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3일 오전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사퇴했다. 신 전 부위원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내부로부터 더 강한 저항이 있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자신때문이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 전 부위원장의 물음에 윤석열 후보는 사실상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날 오후 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내 잘못이다. 특히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
 
즉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 자체가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일이며, 젠더문제에 있어 기성세대에 치우친 그릇된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신 전 부위원장이 사퇴문에서까지 "어디에 있든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한 반면 윤 후보는 그를 '손절'한 셈이다.

영입 때는 "민주주의 실현", 지지율 하락하니 "없어도 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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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김한길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를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선후보. ⓒ 공동취재사진

 
이는 신 전 부위원장을 영입할 때랑은 전혀 딴판이다. 신 전 부위원장을 영입한 지난 12월 20일, 윤 후보는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신 전 부위원장에 대해 "대화해보면 국민의힘 분들과 큰 차이가 없다"며 "생각 다른 사람들이 같은 정당 안에 있으면서 그 안에서 토론하고 결론 도출돼야 민주주의 실현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을 민주주의 정당의 실현으로 추켜세웠다.

같은 날 강원 철원군에서 공공산후조리원 방문 일정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신 전 부위원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99가지가 다르더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일치한다면 우리 모두가 손잡고 동참해야 한다"면서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에 호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젊은 남성 지지층을 필두로 신 전 부위원장을 향한 반대 여론이 강해지고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띠게 가속화되자 윤 후보는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이 잘못된 판단이라며 정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비단 신지예 영입만이 지지율 하락 원인일까 

하지만 윤 후보는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이 "없어도 될 논란",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이라고 했을 뿐, 그것이 왜 없어도 될 논란이며 왜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인지도 설명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지율이 떨어지니 잘못이라고 사과하는 꼴이다.


윤 후보가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을 정말로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한다면 윤 후보가 신 전 부위원장을 영입할 때 내세운 이유 역시 잘못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정권교체라는 기치 아래 함께 하자는 '대의명분'을 잘못이라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신 전 부위원장의 사퇴는 윤 후보가 지지율 하락이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이라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최근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격한 발언에서 보이듯 정치적 비전보다 반민주당 정서만을 자신의 무기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멈출 줄 모르는 실언 논란은 덤이다.

이번 신 전 부위원장 사태를 둘러싸고도 윤 후보는 자신이 영입한 인물을, 어떠한 신념이나 정책에 따라서도 아니라, 단순히 지지율 하락을 이유로 내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역시 윤 후보가 정치적 신념이나 정책에 기반한 정치인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다.

윤 후보는 3일 오전 일정을 마지막으로 향후 일정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정을 잠정 중단하면서까지 선대위 쇄신을 도모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쇄신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어 보인다. 
#윤석열 #신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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